[탈핵][한겨례신문] (취재파일) 대통령이 ‘해결사’? (2003/04/13)

2003.05.06 | 미분류

“내 무덤 위에 댐을 쌓으라”며 홀로 단식투쟁을 해온 전남 보길도의 시인 강제윤씨가 지난 11일 33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지난 7일 환경부 중재로 ‘부용리 상수원댐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위원 선정의 중립성 시비로 단식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내려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전한 뒤에야 가까스로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금정산·천성산 관통을 반대하며 지난 2월5일부터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투쟁에 나섰던 지율 스님이 38일 만인 지난달 26일 농성을 푼 것도 노 대통령이 ‘고속철도 노선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고 나서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의 ‘새만금 살리기 3보1배 기도수행’이 13일로 17일째이고, 핵폐기장 건설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는 원불교 김성근 교무의 무기한 단식도 17일째를 맞고 있다. 핵폐기장 후보지역 주민대표들도 번갈아가며 단식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업 시행 주체들과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채 대통령이 나서야 그나마 극한적 투쟁이 누그러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이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인 까닭에 정작 책임지고 중재나 조정을 할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아예 댐과 같은 민감한 현안들을 앞으로 직접 챙기기로 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모든 현안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개입해 풀어나가겠다는 발상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앞서게 한다. 정책 입안자나 시행자들이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었던 개발시대의 권위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주민과 시민사회의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결사’ 노릇보다는 ‘근원적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참모습일 것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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