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중앙일보] 정부 새 방침에 지자체 반발 (2003/04/17)

2003.05.06 | 미분류

정부가 양성자 가속기와 방사성폐기물 매립장 부지 선정을 연계해 결정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국가 과제인 방사성폐기물 매립장 부지 선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합의해 매립장 유치를 신청하는 지역에 대해선 양성자 가속기 후보지 선정 때 특별 가산점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큰 이권이 걸려 있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주는 대가로 그동안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대로 부지를 선정 못한 채 표류해온 방사성폐기물 매립장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발하는 지자체=양성자 가속기 유치를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온 전북.대구.전남.강원 등 4개 광역단체는 정부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는 “익산시와 함께 지난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이며 만반의 준비를 해와 1.2차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가속기 유치를 자신하고 있는데 이제 와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정부의 공신력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북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치활동을 펴온 대구시는 “성격이 다른 두 사업을 연계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기초과학을 모르는 무식한 처사”라며 “당초 선정 원칙.기준에 따라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입지를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 역시 “정부의 새로운 방침은 국가정책의 신뢰성 훼손과 함께 절차상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도는 “영광군의 지형적 조건,주변 환경 등이 뛰어나 다른 경쟁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데 결정이 연기돼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엇갈리는 매립장 후보지의 입장=방사성 폐기물 매립장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선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대.찬성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경북 울진.영덕과 전남 영광,전북 고창 등 4곳을 후보지로 선정했었다.

전북 고창군 핵폐기장 추방 대책위는 “양성자 가속기를 미끼로 혐오시설인 방사성 폐기물을 떠넘기려는 속셈”이라며 “지자체의 분열을 조장하는 정부방침은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찬성측 주민들은 두 사업을 함께 받아들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 방사성폐기물 유치위원회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 두 사업이 우리 고장에 들어 오는 것은 이제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라며 반기는 입장이다.

고창 유치추진 본부도 “두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받아들여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더 활발한 유치활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망=이번 연계방침으로 두 사업의 후보지는 사실상 전남과 전북 두곳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성 폐기물 매립장 후보지로서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신청한 광역지자체는 이들 두곳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단체로는 유일하게 두 시설의 대상지로 함께 거론되는 영광군이 일단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영광군민들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주민들이 연계방침을 수용해 가속기사업을 찬성할 경우 적극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북도에서도 방사선기술(RT)산업 특화차원에서 이를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미 결정된 정읍의 방사성 이용연구센터와 양성자 가속기,방사성 폐기물 매립장이 함께 들어설 경우 관련산업이 집적화 돼 막대한 정부지원과 엄청난 부가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양성자 가속기 적격 후보지 발표는 이번 연계 방침에 따라 3개월 뒤로 미뤄져 방사성폐기물 매립장 부지와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성자 가속기=수소를 방전시켜 얻은 양성자를 초속 수백㎞부터 빛의 속도인 30만㎞까지 가속하는 장치로 신소재 개발 등 각종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21세기 핵심 프런티어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본격 가동되면 연 1조3천여억원의 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기환.이찬호.장대석 기자<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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