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동아일보] ‘오락가락’ 핵폐기장 설치계획 논란 (2003/04/22)

2003.05.06 | 미분류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핵폐기장) 설치를 둘러싸고 정부의 태도가 오락가락해 해당지역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2월 4일 울진 영덕 영광 고창 등 4개 지역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발표했다.

그러나 19일 4개 지역 대표 등 11명이 산자부를 방문해 나눈 대화에서 윤진식(尹鎭植) 장관은 “울진은 제외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울진핵폐기장반대투쟁위원회 황윤길 집행위원장은 “(윤장관이)울진이 원하지 않으면 후보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절까지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며 “장관이 너무 쉽게 대답을 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울진 대표들은 94년부터 과학기술부와 산자부가 3차례 걸쳐 ‘울진은 핵폐기장 후보지에서 제외한다’는 공문을 장관에게 제시했다.울진반대투쟁위원회는 21일 ‘핵폐기장 울진제외를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가 그동안 말 바꾸기를 여러 차례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장관의 말도 100% 믿을 수는 없다”며 “울진제외 방침을 공식선언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 장관실 관계자는 22일 “4개 지역이 비슷한 사정인데 울진만 제외하기로 했다는 장관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혹시 잘못 전달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영덕군 핵폐기장 반대대책위는 장관 면담이후 ‘영덕에 핵폐기장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울진을 제외한 상태에서 동서쪽에 한 곳씩 설치할 경우 영덕이 최종 선정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는 것.

영덕군 대책위 이상열(李相烈·영덕군의회 의장) 위원장은 “장관과의 대화 자리에서 울진은 제외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 분명히 나와 장관실을 나와 버렸다”며 “후보지를 발표할 때도 느닷없이 영덕을 포함시키더니 장관과의 대화에서 울진을 제외하겠다고 불쑥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장관은 21일 국회산업자원위원회에 출석해 “핵폐기장을 두 곳 설치하는 것보다는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적으로는 한 곳이 선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울진·영덕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은 “이같은 애매한 태도 때문에 정부가 하는 일에 도무지 신뢰를 보낼 수 없다”며 “주민들이 싫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10년동안 정부가 보여준 성의 있는 태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23일 대책회의를 열어 정부안에 대한 구체적인 투쟁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울진영덕=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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