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경향신문] (기자메모) 핵폐기장 논의 환경부 왕따 (2003/04/23)

2003.05.06 | 미분류

정부가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주요 일간신문에 게재한 담화문성 광고를 놓고 공무원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 광고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핵폐기장) 설치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핵폐기장 건립을 위한 부지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핵심은 10명의 장관이 연명으로 낸 이 광고에 유독 한명숙 환경부장관만 왜 빠졌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핵폐기장 건설과 업무상 직접적인 관련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문화관광부장관, 농림부장관의 이름까지 들어있다.

시민·환경단체나 지역 주민 등이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방사능오염 우려인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장관의 이름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신문을 보고서야 광고게재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주무부처 중 하나이면서도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도 핵폐기장 건설을 환경친화적인 사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한 환경단체의 간부는 “환경부장관조차 배제된 핵폐기장 건설사업에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선뜻 유치할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느냐”면서 “정부가 이 광고를 통해 핵폐기장 건설이 환경친화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음을 시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핵폐기장 부지 신청을 마친 한 지자체의 공무원은 “환경부장관이 명단에 들어 있었으면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수월할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아무튼 부처간 역학관계 때문에 힘없는 환경부가 ‘소외’되는 현상이 ‘참여’를 표방하는 새정부에서 핵폐기장 건설문제에까지 계속되는 것은 광고효과를 반감시키는 문제로만 그칠 사안이 아닌 듯하다.

<김판수기자 pans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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