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경향신문] (시론) 환경정책 후퇴를 주시한다 (2003/04/30)

2003.05.06 | 미분류

경제위기가 사회 전반에 주름살을 가져오고 있다. 워낙 경제위기를 강조하다 보니 환경분야는 이야기조차 꺼내기 어렵다. 이를 틈타 정부는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몇몇 국책사업을 예정된 시간표대로 진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각종 규제완화 움직임-

지난달 28일 서울 흥사단에서는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대학 교수, 풀뿌리운동가 등이 모여 ‘노무현 정부의 환경분야 개혁 상실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의 반환경성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같은 우려는 시민사회에 한하지 않는다. 최근 녹색연합이 환경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에 대한 환경정책 변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 정도가 참여정부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아무런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경제상황을 이유로 환경정책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환경문제에 대해 94.2%가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같은 환경문제의 심화 원인으로 응답자의 50%가 개발 위주의 정부정책, 23.1%가 국정 책임자의 환경철학 부재 등을 꼽았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단식과 삼보일배 등으로 참여정부의 환경철학 부재를 바로세우기 위한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문제와 관련해 38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는 내원사의 지율 스님, 전남 보길도 상수원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해 3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강제윤 시인,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갯벌을 살리기 위해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305㎞라는 먼 길을 삼보일배라는 고행을 실천하고 있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핵 위주 에너지정책의 전환과 핵폐기장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중인 김성근 교무.

환경을 살리기 위한 이들의 저항은 대규모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자인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과거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개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국민의 안전망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국민들을 거리로, 농성장으로 내몰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비단 몇몇 국책사업뿐 아니라 새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에서도 과거 정부처럼 성장과 개발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답습하려 한다. 즉 정부의 주요 정책 판단의 기준이 오직 경제논리로 결정되고 있다. 골프장과 스키장 관련 규제 완화, 2005년 경유차 국내 시판 허용, 수도권내 외국인 투자 기업의 공장 신·증설 규제 개선, 첨단 환경시설이 갖춰진 경우 환경규제 탄력 운용 등등이 정부가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는 한마디로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환경을 죽이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일이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태도다. 환경이 한번 파괴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나중에 경제가 좋아지면 복원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며 설령 그렇더라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개발위주 정책 종합적 재검토 시급-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한 환경파괴형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본전 생각 하다가 패가망신하는’ 노름판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또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국민 삶의 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지는 않는지, 자연녹지와 갯벌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지는 않는지, 대기의 질을 악화시키지는 않는지, 수도권의 비대화와 또 다른 난개발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등등 환경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성장과 개발 일변도 경제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양적 성장주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으로 경제성장을 측정하고 효율성으로 발전을 계산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허울뿐인 풍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김타균/녹색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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