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중앙일보] 정부서 개발 추진 중인 양성자가속기 과학용인가, 핵재처리용인가 (2003/05/21)

2003.05.25 | 미분류

시민단체 “핵폐기물과 연계 의심”
정부 “바이오·IT분야 연구에 필수”  

정부가 추진 중인 양성자가속기 개발은 순수 과학 연구를 위한 것인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핵 재처리용인가.

정부가 양성자가속기 개발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지정을 연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가속기의 용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 선정이 곳곳의 반대로 곤경에 부닥치자 정부는 지난달 말 “양성자가속기 후보지 심사 때 폐기물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자체에 가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반핵국민운동 등 시민단체들은 “폐기물 시설에 가속기를 들여 놓고 핵 재처리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난 연료 폐기물에 양성자들을 계속 충돌시켜 폐기물의 일부를 다시 연료로 바꾸는 것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가속기가 바이오.나노.정보기술 분야의 기초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도구로 개발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정부가 가속기와 방사성폐기물 사업을 연계한 것은 가속기라는 ‘당근’을 던져 방사성폐기물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연계 방침을 밝힌 이후 전북 부안군 위도는 폐기물 시설을 받아들이겠다고 공표했고, 전북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들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자체에 폐기물 관리시설 유치를 촉구하는 등 정부의 연계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가속기로 핵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제 규약 등 걸림돌이 많아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순수 과학용’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며 재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또한 재처리를 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 역시 어렵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에는 쓰고 난 연료를 따로 보관하는 곳에 빗장이 걸려 있고, 이 빗장에 IAEA에서 봉인을 했으며, 누가 봉인을 뜯지 않는지 IAEA가 설치한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가속기사업을 이끌고 있는 원자력연구소 최병호 박사는 “나노.바이오 등 미래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분야의 기초 연구를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못박았다.

◇양성자가속기=빠른 양성자는 다른 원자핵들을 변화시킬 수 있어 한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기도 하고, 표면의 원자들을 한켜만 벗겨내는 초정밀 가공을 할 수도 있다.

또 양성자가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게 만들 수 있어 이를 이용한 양성자 암 치료기도 나와 있다. 계획 중인 양성자가속기는 길이가 2백50m로 양성자를 초속 13만㎞(빛의 속도의 약 40%)까지 가속할 수 있다.

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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