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부안땅에 평화와 안녕을,,, 대안없는 정부, 현실을 직시하라!

2003.11.25 | 미분류

노무현 정부의 부안 핵폐기장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정부와 부안 주민과의 대립이 수개월이 지나면서 대단히 위험스러운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안지역 상황을 두고 “민란”이니 “계엄”이니 하는 섬뜩한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평행선으로 달리는 이 대립의 결과를 매우 염려하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합리적인 결정의 기대를 모았던 정부와 부안측의 대화기구 조차 “주민투표” 방안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서 다시금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훨씬 더 증폭되어 성난 주민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이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에 예측되는 더 큰 피해를 방지하고 정부의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히 사회 각계 각층의 1천인 선언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핵폐기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은 4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정부는 유일하게 부안군수의 유치신청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안군 의회의 부결과 절대 다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유치신청의 의미는 주민 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군수 개인의 결정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며, 따라서 정부는 원점에서 이를 재고함이 마땅합니다.

   그러함에도 수개월간 생계를 포기하고 저항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과도한 공권력에 의존함으로서 현재에 같은 파국을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주민들이 즉각 백지화의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하여 주민 총의를 확인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민투표 연내 실시”를 수용한 것은 물리력으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성숙한 주민의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초겨울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고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아이들, 노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정부가 이해한다면 하루속히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수개월간 해결 진전이 없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생계를 포기하다시피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수 주민들의 경제적인 고통도 이해합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불어닥친 “핵폐기장”의 논란에 공동체가 붕괴되고 생존권을 위협당한 부안주민이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민 모두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지사 주민들이 양보하여 “주민투표”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주민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선택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현재 사태의 긴박함과 심각성을 깊이 공감하며 [부안핵폐기장 주민투표 중재단]이 11월21일 구성되어 부안 핵폐기장의 평화적인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재단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정부가 하루속히 주민투표 중재안을 수용하여 부안사태의 조속히 마무리를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과도한 경찰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주민들의 의사가 평화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오늘 이 선언에 참여한 각계의 대표들은 부안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예기치 못한 사태발생을 우려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2003. 11. 24.
노무현 정부의 부안 핵폐기장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인 일동

   김지하시인, 고은 시인. 박경조 녹색연합 공동대표, 백낙청 서울대교수,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장 등이 참여한 2000인 선언이 있었고, 이중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 소장님의 발언을 옮겨 담았습니다.

     “11월 23일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최성각/풀꽃평화연구소)


  

   안녕하십니까? 풀꽃평화연구소의 최성각입니다.
  
   어제께, 11월23일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2003년 11월 23일(촛불시위 120일째), 부안은 이제 민란을 거쳐, 실제적으로 계엄령이 내려진 것과 같은 상황에서 철저하게 훈련받은 무장된 국가폭력과 촛불 한 자루를 든 비폭력 시민과의 극한대립 상태였습니다.
   낮에는 불안 속에서 그나마 일상생활이 간신히 영위되고 있었으나 해가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부안성당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수협 앞 민주광장에 매일같이 설치되었던 반핵연단이 포크레인에 의해 강제 파괴된 이후, 존중받아야 할 최후의 성지 부안성당으로 부안읍민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상가는 철시되고, 청소년, 청장년, 노인들이 한 사람씩 모여 성당 앞에서 촛불 한 자루씩을 들고 모여들고 있습니다. 풍년제과 주인도, 농협앞 원조뼈다구탕 아줌마도, 예삐꽃방 아저씨도, 베베스튜디오 사진사도, 신포우리만두집 아줌마도, 동원냉동설비집 주인장도 부안성당으로 모여듭니다.  그 보다 먼저 읍내의 모든 도로와 골목은 까마귀떼라고 불리는 전투경찰로 삼엄하게 점령되었습니다. 차가워진 겨울바람에 노란 반핵기가 부안의 밤거리를 을씨년스럽게 펄럭이고, 성당에서 울려펴지는 ‘핵없는 세상, 에너지정책 전환하라’는 소리가 절규처럼 메아리칩니다.  간혹 무리를 지어 성당으로 향해오던 사람들은 가끔 발걸음이 원천 봉쇄되고 그 소식을 들은 부안성당의 주민들은 피맺힌 함성으로 주민들의 통행권을 소리쳐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로 단식 열이틀째를 맞이한 우리 시대의 행동하는 성직자, 문규현신부님은 “투입된 국가폭력과 시민의 인구비율로 볼 때 80년 신군부 학살정권이 광주에 투입한 병력보다 더 많은 비율의 병력을 참여정부가 현재 부안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안읍민 2만3천명에 무장경력 8천명. 남녀노소 다 합해 주민 8명꼴에 무장경찰 1명이 투입되었습니다.  
   그 숫자는 노인과 어린이를 빼면 주민 한 사람에 무장경찰 1명꼴입니다.
   23일 현재 누대에 걸쳐 폭력을 모르고 살아왔던 평화롭던 부안읍내에 투입한 8천명의 병력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23일 현재 4천명의 병력을 더 투입했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신부님은 “시민들의 국가폭력에 맞서 최후의 자위책으로 든 곡괭이와 삽이 어떻게 잘 훈련된 국가폭력에 맞설 수 있겠는가, 누가 정말 폭력의 주체인가?
   날카로운 알류미늄 방패에 부녀자의 허벅지 살점이 찢겨나가고 곤봉에 노인의 머리가 깨어지고 있는 마당에 성직자로서 몸을 던져 단식기도를 할 도리밖에 없지 않겠는가?”고 묻고 있었습니다.
   문신부님은 또한 “대한민국에 태어나 우리 모두 욕 본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단식 11일째, 굶는 일보다 폭력정권에 대해 입을 벌려 설명해야 하는 일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간, 문신부는 참여정부와 국민여러분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작성하고 계십니다.
  
   오후 4시. 바로 전날 집회로 체포된 부안대책위 교육실장 조태경씨와 새만금기념관 방화준비 혐의로 체포된 김영표씨를 부안경찰서에 가서 면회했습니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해창산 벼랑에 매달린 적이 있었고, 이라크에 인간방패로 다녀온 적이 있는 생명운동가 조태경씨는 참여정부의 부안침공과 점령을 조지 부시의 이라크 침공과 비유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더러운 전쟁’이라 규정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위도 핵폐기장 설치의 진행과정이 폭력진압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흡사하고, 점령 이후에 미국이나 참여정부가 곤혹스러운 딜레마에 빠진 것도 똑같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세상과 철저하게 고립되고 단절당해 외로움이 사무치면 극단적인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안사태의 책임자는 감옥에 있는 내가 아니라 바로 참여정부의 핵에너지정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부안사태를 ‘에너지 전쟁’이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의 부안 주민들을 이라크의 쿠르드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과 마찬가지로 소외된 약자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미 핵폐기장 문제를 넘어서 부안사태는 인권과 이 세상의 모든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화를 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정부를 돕기 위해 시민환경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운동세력과 민중들은 거국적으로 굳게 연대해 전국비상대책기구와 같은 믿을 만한 진실한 기구체를 건립할 때라고 소망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문정현신부님 문규현신부님도 같은 생각이셨습니다.


   저녁 7시부터 부안성당에 모인 부안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반핵연단을 철거하고 날을 세운 알루미늄 방패로 사람을 찍고 무더기로 감옥에 집어넣는다 해도 우리가 밝힌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제나 임기웅변에 능한 노총리와 핵산업 신봉론자인 장관의 말이 서로 충돌하는 배경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부안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지연하려는 정부가 획책하고 있는 음모에 대해서도, 우리 부안주민들은 결단코 정부의 뇌물성 분열책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참여정부는 우리가 지치기를 바라지만, 역사상 정권보다 오래갈 민초들이 정권보다 먼저 지친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부안사람들은 핵폐기장이 백지화될 때까지, 부안이 한국사회에서 고립되어 철거되고, 지도에서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곡괭이 하나 들고 핵폐기장 백지화 결사항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안타까운 미움과 분노와 폭력사태를 야기한 주체세력은 부안주민이 아니라 바로 참여정부의 핵에너지 만능주의이고, 새만금이 그렇듯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참여정부의 독단주의와 무지와 어리석음입니다.
   지금부터 11시간 전인 11월 23일 밤, 부안성당에 모인 부안주민이 말하고 있는 것은 연내 국민투표 실시와 정부가 하루 속히 믿음을 회복하지 않으면 노무현 참여정부에는 희망이 없다는 깊은 우려였습니다.
   폭력집단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방자한 장관들에게 경고를 받고 있는 고립된 부안주민들이 ‘악의 뿌리’가 아니듯이 우리는 노무현정권이 불량국가 미국의 조지부시와 같이 비유되는 것을 원치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불명예스럽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부안사태를 폭력과 국민기만으로 호도하려는 음모를 거둬들이고 조속한 시일 안에 국민투표를 공정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뒤 부안주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끝내는 핵산업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이 나라 에너지정책의 전면적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금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2003.11.24
풀꽃평화연구소장 최성각

   문의 : 녹색연합 대안사회국 이버들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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