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희망 / 새만금 갯벌을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겨주세요!

2001.10.22 | 미분류

게시일 : 2000/07/07 (금) PM 05:19:55 조회 : 648

새만금 갯벌을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겨주세요!

박정운 / 녹색연합 갯벌해양팀

5월 4일 오후 1시 30분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접수실은 3명의 어린이를 둘러싸고 방송사와 신문사의 취재경쟁으로 북적거렸다.
자신들을 향해 후레쉬를 열심히 터트려 대는 아저씨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포즈를 취해주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연출시키자 때론 싫증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하는 이 아이들, 그러나 두손으로 꼭 잡은 서류 한뭉치와 서로 손을 맞잡고 서있는 이 아이들의 눈동자와 목소리는 또렷하고 당당하였다.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을 중단하여 주시고 새만금 갯벌을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겨주세요!”
“저희는 오늘 200명의 미래세대 소송인단의 이름으로 새만금 갯벌 매립을 중단하여 달라고 소장을 제출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바로 새만금 갯벌 지킴이 – 미래세대 소송인단을 대표하여 온 차윤진(5세), 전수진(11세), 정순욱(14세) 세 어린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농림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세계최대의 갯벌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하여 새만금 사업 매립면허 취소 및 새만금간척사업과 종합개발사업 시행인가 취소 청구소송을 내용으로 하는 소장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섰던 것이다.
미래세대 소송은 우리들이 지금 마구 사용하거나 대규모로 개발, 훼손하고 있는 자연자원 이 현세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세대도 누리고 이용해야할 공동의 자산이며 따라서 새만금 갯벌의 간척은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이에 그 중단을 요구하며 미래세대들의 환경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다.
어떤 이들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 한다고 하니 장난같이 여긴다.
그러나 장난처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그 동안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미래세대를 위하여’라고 외치지만 정작 진지하게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들, 미래세대들이 어떠한 환경에 살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단지, 행위능력이 없고,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각과 주장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거기에는 어른들‘마음’만 있고 아이들‘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새만금 갯벌에는 지금 꽃게, 백합, 갯지렁이, 맛조개 등 많은 바다 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어요. 물막이 공사가 다 끝나면 자신들이 곧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대로 가면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남아 있는 갯벌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소장을 제출하기 앞서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진이는 보호받고 고려되어야 할 자신들과 미래세대들의 환경권리에 대해서 무관심한 어른들을 향하여, 그리고 왜 자신들이 미래세대 소송을 제기하는지에 대해 또렷이 밝혔다.
소장을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아 행정법원을 나온 윤진, 수진, 순욱이는 다음날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열린 미래세대 소송인단 발대식과 새만금 갯벌 살리기 한마당에 참여하였다.
새만금 방조제를 뒤로하고 해창 갯벌에 서있는 80여 분의 장승은 바닷물의 들고남에 의하여 점점 더 깊이, 단단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장승 앞을 무대로 하여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새만금 갯벌 살리기 한마당’을 진행하였다.
방조제의 영향으로 많은 생물들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해창 갯벌을 잘 지키고 있는 게, 조개, 망둥어 등 갯벌생물들을 만나기 위한 갯벌탐사가 오전에 있었다.
오후 1시에 열린 미래세대 소송인단 발대식에서는 ‘생명회의’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발대식을 축하하는 생명풀이 춤과 마임 공연이 있었다. 그리고 제아라실(12세)의 미래세대 소송인단 발대식 선언과 함께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풀꽃상 수여식이 있었는데 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청소년들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부안의 격포에 살고 있는 세살난 신푸른이가 풀꽃상의 부상을 받았다.
특별한 장식이나 꾸밈없이 물기가 채 다 마르지 않은 80여개의 장승과 그 뒤로 보이는 새만금 갯벌, 푸른 하늘, 그리고 단 하나의 오점인 방조제가 우리의 무대였다. 소송인단이 무대 앞으로 나와 섰을 때 햇빛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주변으로 전해지면서 우리들은 감격해 했다.

우리도, 미래세대 소송을 낸 아이들도 알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더구나 소송인의 자격도 아직 분명하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집단 소송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러나 더욱 분명한 것은, 새만금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현세대가 아닌 미래세대가 받는다는 것과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필리핀의 벌목허가 취소 승소가 의미하는 희망을 아이들도, 우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0년 5월 녹색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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