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정책부
○ 작성일:1999년 9월 10일(금) 17:10
[녹색연합 정책제언] 지구환경기금을 창설하자
세계 교역규모 11위라는 수치가 반증하듯 한국의 국제적 역할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수준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 한국 만큼 극단적 빈곤을 딛고 일어선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동남아등 많은 개도국들에게 경제성장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도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부정적 역할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열대림 파괴의 주범, 개도국 환경파괴의 주범 등으로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있어서 한국의 이미지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난 20여년전만해도 우리의 10대 교역국 중 아시아 지역국가는 2개국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8개국가가 아시아 지역에 있으며, 한국의 직접투자의 47%가 이 지역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적 역할의 확대가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와 공생의 경험을 갖지 못한 우리의 역사적.지리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지구촌 곳곳에서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도 민간도 지구촌의 가족으로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윤리성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하며,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가 국제관계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화라는 말이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말이 세계사적 조류와 우리의 대응자세를 적절히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의 문화가 지나치게 심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 세계를 향한 대결자적 자세를 크게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보편적 휴머니즘과 공동체적 윤리성이 우리 민족이나 국가를 넘어 실현되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오는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채택하도록 요청합니다.
첫째, 개도국 특히 동남아시아의 환경개선과 민간환경운동을 지원하는 “지구환경기금”을 만드십시오.
동남아 민간단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간단체도 그동안 적지 않은 금액을 일본 지구환경기금으로부터 지원받아 지구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일본 시민사회의 윤리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일본의 국가이익에도 크게 부합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지난 91년 한국국제협력단을 창설하여 국제협력 및 지원활동을 넓혀가고 있지만, 공적원조규모는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권고수준인 GNP 대비 0.7%에 훨씬 못미치는 0.04%(94년)에 지나지 않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무상원조 비율은 높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메콩강개발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제 민간단체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자본이나 기업활동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아시아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행여 환경파괴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가를 면밀히 살피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 지역의 시민운동을 위해서 한국 시민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정부도 고민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구환경기금을 만들고, 아시아와 한국 시민운동의 지구·지역 환경보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둘째. 기업의 해외투자 활동에 대한 지구환경윤리 강령을 제정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십시오.
한국도 이제 공해 수출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94년의 원진레이온 수출도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결국 많은 지역에서 한국 자본과 기업은 환경오염의 유발자가 되고 있고, 지역공동체의 파괴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이나 일본의 과거의 역할을 우리가 답습하고 있고, 그나라들이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한국이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기업활동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개발에 도움이 되고, 환경파괴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기업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윤리강령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현지 활동에서 사회·환경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재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녹색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