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의 환경정책

2001.10.18 | 미분류

○ 작성자:정책부
○ 작성일:1999년 10월 29일(금) 19:51

♣ IMF시대의 환경정책

IMF시대의 환경정책

이 정 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두 가지 경계해야할 주장

우리 경제가 급속히 파탄지경에 빠지고 드디어 IMF구제금융조치를 받아드리게 되자 지난 10여년 고조되어 왔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IMF조치 이후 환경문제에 대하여 두 가지 냉소적인 주장이 상당히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 하나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일이 우리 사회의 최우선적 과제이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당분간 접어두거나 혹은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하나의 주장은, IMF조치 이후 거리의 교통혼잡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대기도 많이 깨끗해졌으며 폐기물의 재활용도 활기를 띠고 있는 등 우리의 환경이 저절로 개선되고 있고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별도로 환경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투자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은 모두 잘 못된 주장일 뿐만 아니라 무척 우려스러운 주장이기도 하다. 우선 첫 번째 주장은 우리의 경제파탄의 본질을 잘 못 생각하고 있는 주장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주장은 우리 환경문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주장과 관련해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린 요인이 또한 그 동안 우리 환경도 망가뜨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근원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를 망가뜨린 주요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점은 그 동안 누누히 지적되어 왔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하여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왜 고비용-저효율의 사회가 되었는지를 깊이 짚어봐야 할 것이다.

공급위주 정책으로부터 수요관리위주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고비용-저효율 사회가 된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한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일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의 열망에 빠져 무엇이든지 부족하면 우선 공급을 늘려서 그 부족을 채우려는 사고방식에 젖어버렸고 정부의 정책도 그런 쪽으로 초점을 잡아 왔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비싼 외화로 에너지를 사오기에 바빴고, 물이 부족하다고 댐을 건설해 물대기에 급급했으며, 땅이 부족하다고 마구 땅을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고도성장으로 정당화되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에너지와 물 그리고 토지 등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을 너무 등한시했으며 이런 자세가 고질화되었다는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를 연기로 날려버리고 있으며 금수강산을 망쳐가면서 만든 물을 물쓰듯 하고 있다. 잘 짓고 잘 쓸 생각은 않고 그저 짓기만 바쁘다 보니 삼풍상가붕괴니 성수대교 붕괴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잇달았다.
이런 주장은 법과 제도에도 적용된다. 법과 제도 역시 공급위주의 사고방식에 지배되었다. 정부는 사회문제만 발생하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 이를 틀어막기에 급급했고 그러다 보니 토지공개념법안, 쓰레기수거료 종량제 등 졸속 법이나 제도가 양산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환경관련 법만 해도 20여개나 양산되었다. 이와 같이 법과 제도에 있어서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는 우리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이미 있는 법과 제도를 잘 지키고 시행하고 그리고 잘 다듬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준법정신을 흐리게 하여 기초사회질서를 어지럽혔고 사회제도의 난맥을 초래하였다.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법이나 규제는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온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잘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늘 날 방만한 정부산하단체가 세금낭비와 국가경쟁력 저해의 주된 요인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것 역시 공급위주의 사고방식이 초래한 법과 제도의 남발 탓이다.
문제는 그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사회를 부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우리의 환경도 망쳤다는 사실이다. 에너지의 낭비는 우리 대기오염의 주범이며 동시에 교통혼잡의 원인이면서 쓰레기오염의 원인이고 또한 지구환경보전을 명분으로 한 국제사회 압력의 원인이기도 하다. 물의 낭비와 남용은 물부족을 낳았고 수질오염을 유발하였다. 수질오염이란 요컨대 내 이익만 생각하고 물을 함부로 쓰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공급위주의 토지개발은 토지의 비효율적 이용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시환경을 크게 파괴하였다. 각종 환경파괴 사업들은 공급위주의 정책이 만든 각종 법과 제도의 뒷받침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고비용-저효율이 우리의 경제도 망치고 우리의 환경도 망쳤다면 고비용-저효율을 저비용-고효율로 바꾸는 것, 바로 이 것이 우리 경제도 살리고 우리 환경도 살리는 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저효율이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에 기인한다면 저비용-고효율을 이루기 위해 서는 그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 대신에 절약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사고방식과 풍토, 즉 수 요관리 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를 우리 사회에 시급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제는 무조건 발전소를 짓고 댐을 건설하기 보다는 에너지와 물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수요를 잘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 토지를 새로 개발하기 보다는 이미 공급된 토지를 잘 가꾸고 이용하는 자세는 단순히 많은 토지와 돈을 절약한다는 가시적 이익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좁은 땅에서 살아야 하는 국민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이제는 법과 제도가 절대로 공짜가 아니라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소모하는 것임을 깊이 인식하고 기존의 법과 제도를 잘 가다듬고 정리하며 일단 만들어진 법과 제도는 철저하게 집행하고 철저하게 준수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자원의 이용에 있어서 절약과 효율, 법과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절약과 효율, 이것이 바로 수요관리위주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IMF시대는 우리에게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을 지양하고 수요관리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와 사회의 환경친화적 체질개선

IMF조치 이후 우리의 환경이 저절로 개선되고 있으니 별도로 환경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두 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강조해둘 것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구조적으로 환경친화적이 되지 않고는 환경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따라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천명된 지속가능발전의 원칙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IMF조치 이후 거리의 교통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래서 교통혼잡이나 교통공해가 많이 줄었으며 국민들의 과소비도 많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현상들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IMF의 한파가 진정되고 경제가 다시 호전되면 또 다시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이 재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과소비가 또 기승을 부리면서 폐기물재활용이 슬그머니 사그러들 것이다. 결국 그러다 보면 또 IMF구제금융조치를 불러올 파탄지경이 다시 벌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소위 오일쇼크가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도 에너지 절약이니 소비절약이니 하는 범국민적 근검절약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났었다. 그러나 그 얼마후 오일쇼크의 한파가 걷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낭비풍조, 거들먹거리는 풍조, 과소비풍조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만일 그 오일쇼크 때에 일본이 그랬듯이 우리나라가 에너지절약 및 효율적 이용을 제도화하고 체질화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IMF구제금융조치를 당하는 지경까지 우리 경제가 허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타성에 젖어서 IMF사태를 핑계로 경제만을 살리려는 무모한 성장위주의 논리, 개발위주의 논리가 다시 돋아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우리의 경제구조와 정부구조 그리고 각종 환경관련 제도들이 환경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IMF조치는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본틀을 완전히 새로 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IMF조치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대부분의 개혁사항들은 진작부터 우리 스스로 했어야 할 것들이다. 사실 지난 2,3십여년 동안 이루어 놓은 우리 경제와 사회는 부실 투성이의 날림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오래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지난 해 11월말에 일본의 고베시에서는 고베지진복구 1,000일 기념행사가 있었는데 이 모임에 참여한 일본의 시민환경단체들은 고베시의 지진참사를 환경친화적인 고베시 재건의 기회로 삼을 것을 굳게 다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무척 안타까워 하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야 말로 우리 경제와 사회를 환경친화적으로 다시 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사실 수요관리 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환경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이 여러 차례 강조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치 경제전문가들이 금융자율화를 소리 높이 웨쳤고 지난 해 초반부터 금융대란이 온다는 말이 꾸준히 나돌았지만 정책당국자들이 이를 묵살하였던 것과도 흡사하다. 이제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왔던 환경정책들을 IMF조치가 몰고온 국민정서를 타고 밀어부칠 기회가 왔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요관리 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를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나아가서 우리의 경제구조와 정부구조 그리고 환경관련 각종 제도들을 환경친화적으로 탈바꿈함에 있어서 IMF조치를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 과제들

비록 이런 경제난국에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반발이 상당히 큰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IMF시대의 환경정책 추진에는 이런 여건을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방법도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IMF시대의 환경관련 시책들을 몇 개의 덩어리로 묶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첫번째 부류의 정책과제들은 IMF조치로 막 돋아나고 있는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각종 환경관련 과제들로서 IMF조치 이후 달아오른 모맨텀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주로 수요관리에 역점을 두는 과제들이다. 두번째 부류의 정책과제들은 이제 IMF조치의 최대 후유증으로 등장할 실업을 흡수하기 위한 환경개선 사업들이다. 세 번째 부류의 정책과제들은 IMF정서와 관계 없이 장기적 안목에서 필히 수행되어야 할 환경개선기반이 될 과제들이다.
이런 세 가지 부류의 정책과제들과 더불어 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는 환경과 관련하여 이미 계획된 굵직한 정부투자사업들의 규모와 내용을 재조정하는 일이다. 재정긴축,세수감소 등의 요인으로 정부 투자사업들은 대폭 하향조정될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투자계획이 워낙 공급위주의 사고방식에 입각한 것이어서 비록 IMF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를 건실화하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재조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1) 수요관리와 친환경적 사회경제구조의 구축
수요관리의 핵심은 절약과 효율이다. 물론 절약과 효율을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과 정책당국의 호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면 요즈음 IMF정서상 가장 설득력이 높은 소비절약운동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 소비양태의 구축을 첫 번째 역점사업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절약운동은 자칫 국내수요를 너무 위축시켜서 경기침체를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앞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하면 소비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소비활동을 비롯해서 환경파괴적인 소비활동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런 의미에서 환경친화적 소비양태를 조성하기 위한 조세구조의 환경친화적 개혁도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친화적 소비와 관련해서 IMF시대에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율의 제고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재활용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집중시키고 이와 관련하여 쓰레기종량제 봉투가겨의 현실화, 소비자예치금제도 등의 도입도 본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효율과 관련해서 앞으로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은 자원이용의 효율, 특히 에너지와 물 이용의 효율화이다. 물론 환경친화적 소비양태의 조성으로 에너지와 물을 비롯한 자원의 절약이 상당히 이루어질 수 있지만 너무나 절약에 신경을 쓰다보면 자칫 효율적 이용으로 자원의 낭비를 많이 걷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쉽다. 최근에 에너지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에너지 절약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격의 역할은 절약 뿐만 아니라 효율적 이용, 특히 산업계에서의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에너지와 물을 비롯한 자연자원 가격의 현실화도 IMF시대 환경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기술의 개발과 환경산업의 육성도 IMF시대에 부합하는 환경사업이다. 특히 IMF체제에서 조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출을 대폭 늘리고 수입을 크게 줄여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환경기술의 개발과 환경산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당장 IMF의 정서에는 껄끄럽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꼭 수행되어야 할 일들도 많이 있다. 아마도 국토관리가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많이 인구와 경제활동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국토관리의 기조는 지역지구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국토관리 철학보다는 “계획고권”에 입각한 서 구식 국토관리 철학이 우리 나라 실정에 더 알맞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사회의 큰 틀을 새로이 짠다는 점에서 국토관리 기조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IMF한파가 불면서 아마도 앞으로 환경규제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그동안 환경규제에 불합리한 점이 많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규제의 합리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존속되는 규제는 철저히 시행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의 환경문제가 심화된 이유는 법이나 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환경 규제가 다소 완화되더라도 환경오염행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은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환경정책의 성패는 환경오염행위에 대한 철저한 monitoring 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실업흡수 방안으로서 녹색댐의 건설

녹색댐건설의 필요성
IMF시대에 실업흡수를 위한 정책사업은 되도록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최대한 노동집약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공장을 많이 돌리는 것도 실업흡수책이지만 자칫하면 고용 흡수 효과보다 수입유발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둘째, 과거에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감히 손도 댈 수 없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꼭 필요한 사업이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다목적 사업이어야 하고 이왕이면 환경친화적인 사업임이 바람직하다.
이런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춘 IMF시대에 아주 적합한 실업흡수 정책사업은 대규모 “녹색댐”의 건설이다. 녹색댐이란 수자원함양기능을 최대한 보유하도록 인위적으로 잘 관리된 산림을 말한다. 산림의 여러 가지 공익적 기능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물과 관련해서 중요한 기능이 바로 수자원을 함유하고 정화하는 기능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하천수가 산림에서 발원되며 산림이 이용가능한 수자원의 양과 질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요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림의 계류수를 흔히 산원수(山源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산림이 빗물을 저류하였다가 계류를 통해 흘려보내 저수지나 하천에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수자원의 원천이 되는 까닭이다. 특히 산원수는 하천수질 환경기준인 상수원수 1급수의 요건을 충족하는 깨끗한 물이기도 하다. 산림은 물을 함유하는 깊은 토양층을 가지고 있으므로 많은 양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산림의 산원수 부존량은 연간 약 180억톤으로 추정된다[정용호(1997), “친환경적 수자원확대 및 수질보전 방안”, [21세기의 물과 환경]Workshop, 경 실련환경개발센타.] 우리나라의 연간 용수 총이용량이 301억 톤이니 산림의 수자원함유 용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산림의 수자원함양기능이 없다면,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는 날이 일년에 최소한도 270일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산림의 수자원함양기능 덕택에 실제로는 강과 계곡에 거의 매일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산림의 수자원함양기능에는 크게 3가지가 있으니, 호우시 홍수유량을 경감시키는 홍수조절기능, 기저유량을 증가시켜 수자원공급을 유지시켜주는 갈수완화기능,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수질정화기능이 그것이다. 이러한 산림의 수자원함양기능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히 물공급기초시설과 관련하여 간과되기 쉬운 산림의 중요한 또 하나의 기능은 토사유출억제기능이다. 산지로부터의 토사유출은 수원함양기능의 주역인 유기물과 공극이 풍부한 산림토양의 감소를 초래하여 강수의 침투기능과 저류기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저수지나 댐의 저수용량을 저하시킨다. 저수지나 댐으로 유입되는 토사량이 많아지면 유효담수량이 감소하여 저수지와 댐의 기능이 저하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내구연한 이전에 저수지와 댐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어 용도폐기될 수도 있다. 토사퇴적으로 인한 댐기능저하에 대한 조사가 잘 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댐완공 이후 25년부터 30년 사이에 이미 90% 가까이 퇴사한 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토사로 매몰된 댐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토사퇴적으로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 저수지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댐의 퇴사는 유역의 강우량, 지형, 지질, 산림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가 특정계절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지형이 험준하여 계류 및 하천의 유속이 빨라서 토사가 유출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는 탓으로 산지로부터의 토사유출에 각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녹색댐 건설을 위한 구체적 활동
이와 같이 산림이 여러 가지 공익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잘 가꾸어 녹색댐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런 기능들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녹색댐으로 가꾸기 위해서 수행하여야 할 사업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간벌사업을 적절히 수행한다. 산림이 너무 울창하면 나무 아래가 너무 어두워 하층식생이 고사하여 피복도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 잎이 너무 울창하면 증발산이 심해져서 수자원손실이 발생한다. 토양공극 보호재료인 하층식생이 없어지면 수자원함양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울폐도가 70-80% 이하를 유 지하도록 간벌을 적절히 해주어야 한다. 둘째, 가지치기를 해준다. 가지치기는 임목생장과 무관한 상층수관 (樹冠) 아래의 나뭇잎을 제거해주는 것으로서 나뭇잎의 증발산량과 수관차단량을 감소시키고 임내 환경이 밝아져 토양의 이화학적 성질이 좋아지게 됨으로써 산림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셋째, 복층림을 조성한다. 산지에 한 가지 종류의 나무만 심지 말고 키가 현저하게 다른 여러 가지 종류의 양수와 음수를 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복층림을 조성해주면, 단층림에 비하여 단위 면적당 낙엽 및 뿌리의 양이 많아지며 토양의 공극이 발달하여 물 저장량이 증가하게 된다. 넷째, 수종을 적절히 갱신한다. 침엽수림보다 활엽수림의 수질정화기능이 높으므로 산림에 활엽수를 많이 조성하면 녹색댐의 수질정화기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떻든 필요에 따라서는 활엽수와 침엽수의 비율이 적절하도록 수종을 개량할 필요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의 대부분은 임령이 20년내지 30년생이므로 수원함양기능을 높이기 위한 손질을 본격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기에 와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공림 약 300만ha에 대하여 간벌과 가지치기 등 이상에서 열거한 사업들을 잘 해주면 강수량의 5%에 해당하는 57억톤의 물을 더 머금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57억톤은 유효저수량이 4억톤인 임하댐을 14개나 새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정용호(1997), “친환경적 수자원확대 및 수질보전 방안”, [21세기의 물과 환경]Workshop, 경 실련환경개발센타.]
녹색댐은 이상에서 열거한 수자원관련 공익기능 이외에도 대기정화기능이라든지 관광자원의 기능 등 다른 많은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다목적 녹색댐의 건설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문제는 이들의 임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이다. 물론 정부는 IMF실업대책으로 수조원의 기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색댐조성을 위한 비용을 조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정부의 기존 물공급기초시설 투자계획을 축소함으로써 최소한도 3,4조원을 빼낼 수가 있을 것이다.

-IMF시대, 지속가능 사회 건설을 위한 환경운동의 방향
-한국환경회의 토론회(1998년 2월 18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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