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전법이 무너졌다.

2005.06.08 | 미분류

오전 9시, “낙동강하구 을숙도 관통다리(명지대교) 건설계획은 한국 최대의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동양 최대의 하구 습지인 을숙도가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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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의 하구 습지인 낙동강 을숙도. 2005년 6월 8일, 그 마지막 숨통이 끊겼다. 오늘, 낙동강유역환경청 문정호 청장은 환경보호의 역할을 망각한 채, 역사상 유례없는 습지보호구역 내 명지대교 건설 행위 승인을 전격 허가하였다. 습지보호구역에서 건설행위가 승인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된 습지 죽음의 날이다. 습지보전법, 문화재관리법, 자연생태계보전법 등 숱한 보전법안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원주 등 전국녹색연합 활동가는 오늘의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며, 낙동강 을숙도가 다시 숨 쉬는 그날까지 습지보전을 위한 우리의 외침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습지보호지역 내 행위승인을 하려는 청장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낙동강유역건설청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며 습지보전의 마음을 담았다.



“6월은 환경의 날, 함께 가는 선진녹색한국”이라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플랭카드 문구는 과연 공염불에 불과한 것인가. 명지대교 주식회사가 신청한 습지보호구역 내 행위 승인의 마지막 허가 절차가 6월 10일 마감된다는 소식과 함께, 전국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문정호 청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오전 9시 30분, 낙동강환경유역청장 회의실에서 전국녹색연합 10인의 대표단은 문정호 청장과 1시간 동안 면담을 가졌다. 문정호 청장은 한결같이 “안타깝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더 이상 명지대교 행위승인을 미룰 수 없다”, “우리의 역할을 할 만큼 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대표단은 정보공개청구서을 제출해 행위승인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였다. 대표단과 문정호 청장의 면담이 진행되는 그 시각 곧 바로 명지대교 행위승인 허가 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대표단은 환경청 회의실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오후 2시, 환경단체 NGO가 환경부 직원에 의해 물리력으로 청장실에서 쫒겨 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는 이 치욕의 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을숙도 생명의 외마디에 눈물을 참을 수 없다.



2층 청장실에서 환경부 직원들에 의해 밀려난 대표단은 울분을 참을 수 없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을 그냥 나갈 수 없었다.



오후 3시, 농성장은 청장실에서 2층 계단으로 옮겨졌고, 우리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 당했다. 명지대교 행위허가 반려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청장 사퇴, 환경부 직무 유기의 구호로 다시 이어졌다.



오후 4시, 환경부 직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우리도 공익을 위해 이럴 수 밖에 없다”고 문정호 청장은 명지대교 행위승인의 타당성을 주장했고, 곧 바로 경찰의 호위를 받은 환경부 부하 직원들이 대표단을 몰아냈다.



환경부 직원에 의해 입구 밖까지 들려 쫒겨난 최승국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동양최대 습지보호지역 낙동강 을숙도의 생명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을숙도는 자자손손 보존해야 할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자산이다.



우리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오늘의 치욕을 곱씹으며 대표단과 농성단은 청사 입구에서 다시 외쳤다. “명지대교 행위승인 허가를 철회하라”. “환경부는 개발부처가 아니다”, “문정호 청장은 즉각 행위승인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하루 종일 농성에 녹색연합 활동가의 얼굴을 붉게 타들었다. 을숙도를 살려달라는 뭍 생명의 외침에 그 마음도 타들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정녕 낙동강 하구 습지를 보전할 의지가 한 푼이라도 있는 것인가. 환경부는 명백하고 부당한 개발행위로부터 자연생태계를 보전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낙동강 을숙도 습지보호를 위한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명지대교로 사라질 을숙도 뭍 생명에게 약속했다. 1%의 가능성을 51%의 가능성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낙동강 하구 습지보호지역내 행위승인 신청에 대하여 습지보전법 제13조제5항(기타 공익상.군사상 부득이 한 경우)의 규정에 따라 아래와 같이 승인하니…” 명지대교 건설의 ‘공익’을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을숙도 습지의 공익을 포기했다.



6월 8일,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김상훈, 청장 문정호는 명지대교 행위승인을 허가했다. 기필코 그들은 을숙도 생명의 죽음을 허가했다. 겨울철새를 위하는 척하며 공사기간중단을 11월에서 익년 2월 말로 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을숙도엔 사사사철 철새와 텃새와 온갖 생명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낙동강유역청은 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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