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주민투표, 죽은 사람까지 부재자 동원

2005.10.21 | 미분류

[사진설명] ‘중.저준위방폐장, 경상도에 빼앗기고 후회하지 말자’라고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군산시 공무원들의 불법 홍보활동.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비방전으로 핵폐기장 주민투표의 본질은 잃어버리고 있다. /사진 출처: 시민의신문

[조선일보] 죽은 사람까지 부재자 동원

‘3000억+α’ 걸린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 과열
4개 시·군서 185장 적발… 이대로면 무효 가능성도

오는 11월 2일 방사물폐기장 입지 선정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전북 군산, 경북 포항·경주·영덕 등 4개 시·군에서 무더기 불법 부재자 투표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방폐장 입지가 결정되더라도, 유치에 실패한 시·군이 반발하거나 방폐장 유치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투표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폐장은 주민투표 결과 동의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유치하게 돼 있으며, ‘30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사망자, 투표권 회복 안 된 전과자도 신고

중앙선관위는 20일 이들 4개 시·군에서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신고한 185장의 신고서를 확인,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 185장과 함께 불법의심이 드는 622장 등 총 807장의 신고서는 무효 처리했다. 이 807장 중에는 엉뚱한 사람의 서명이 돼 있는 신고서 80장, 형사처벌을 받아 투표권이 회복되지 않은 사람의 신고서 12장, 사망한 사람의 신고서 3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신고서는 4개 시·군 모두에서 적발됐다. 전북 군산시(부재자신고자 7만7581명·부재자 비율 39%)에서 125장, 경북 경주시(7만9599명·38%)에서 40장, 경북 포항시(8만2637명·22%)에서 17장, 경북 영덕군(1만319명·27%)에서 4장이 적발됐다.

◆선관위, 불법 규모 짐작도 못해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전체 부재자신고서 25만136장 중, 접수서에 대리신고자의 신원이 적혀 있는 1334장, 엉뚱한 서명이 들어가 있는 80장, 서명·날인이 빠진 128장 등 1573장을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4만8500여장은 신고서의 이름과 서명 등이 맞는지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측은 전체적인 불법 규모를 확인하려면 24만8500여장도 일일이 신고자 본인에게 전화조사를 해야 하지만 부재자 투표지 발송을 24일까지 하도록 돼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체 부재자 신고자의 0.6%에 대해서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그 중 12%가 불법 신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단 대리신고는 불법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선거법상 대리신고자의 신원을 기재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투표날짜 연기해도 불법규모 밝혀야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선 투표 날짜를 연기하더라도, 시빗거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준선 변호사는 “이대로 투표가 진행되면 선거무효 사유도 될 수 있다”며 “투표 날짜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25만장 전부를 확인해 문제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이 참여한 반핵국민행동도 이날 부재자 투표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대로 투표가 진행돼, 만약 박빙의 차이로 유치 여부가 판가름 난다면 경쟁에서 탈락한 시·군들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은 “현재로선 투표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명진기자  m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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