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운동가 故 다까기 진자부로 님을 추모하며

2000.10.09 | 미분류

반핵운동가 故 다까기 진자부로 님을 추모하며…

우리에게 핵발전소의 위험과 학자로서의 양심, 운동가로서의 신념을 보여준 일본의 반핵운동가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가 지난 10월 8일 지병으로 운명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이루어낸, 또 이루고자 했던 많은 일들이 전세계의 후배 환경운동가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아래 글은 녹색희망 99년 6월호에 소개된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에 관한 글입니다. 또한 올해 녹색평론사에서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의 ‘시민과학자로 살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의 행동이 우리에게 큰 가르침으로 남기를 바라며 소개합니다.

세계 반핵운동의 스승,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

글 / 이태화

“지난 7월 제가 병원에 입원하고 난 이후로 전세계의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격려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왜 일본 원자력정보센터의 소장직을 사임하게 되었는지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병원으로부터 결장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는 확신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제 병을 이겨싸우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임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1975년부터 시작한 일본 원자력정보센터의 일들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저희 센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위기를 이겨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센터를 만드는데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위해서는 전세계 벗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전세계 친구 여러분, 끊임없이 저희 센터를 지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암과 투병하는데 제 자신을 집중시키는 것과 더불어 남은 제 에너지를 다까기 대안과학자학교에 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세대가 제 경험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제 60평생의 자취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아직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암을 싸워 이길 것이고 원자력정보센터로 돌아갈 것이며 꼭 여러분과 다시 일을 할 것입니다.”

위의 글은 1998년 일본 원자력 정보센터 회지에 실린 소장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의 소장 사임이유를 밝히는 공개편지이다.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

1970년대 초 과학자이며 교수라는 안락한 신분을 버리고 핵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리기위해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 사람. 전세계 반핵운동의 스승. 무엇보다 한국의 환경운동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그를 향한 수식어는 끝이 없다.

1960년대에 니폰 원자력회사에 다녔던 그는 핵 기술에 대한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는 일들을 겪는다. 당시 그 회사는 그가 진행한 핵연료의 안정성 검사결과에서 불안정하다라는 결과가 나오자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1960년대 후반, 태평양의 진흙에 들어있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실험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진흙이 핵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는 그때 우리가 인류에 의해 발생된 이런 오염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또한 제 동료들이 제게 사회적인 관심사가 과학자로서의 저의 경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기억납니다.”

이러한 일들은 그를 도쿄 시립대 교수라는 안정된 직업도, 과학자로서의 명성도 포기하게 만들었고 훗날 반핵운동의 이론적 바탕이 되는 일본원자력 정보센터를 1975년에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원자력정보센터는 일본 전 지역에 걸쳐 반핵 운동가들의 두뇌역할을 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조직이다.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는 이곳의 소장으로 있으면서 약 25년 동안 반핵 운동 단체 조직, 반핵 논리 전개, 시민교육, 국제 연대 등 수많은 일들을 동료들과 해내었다. 특히 1993년 일본 핵에너지위원회의 플루토늄 목록데이터 작성 공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핵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나라들 환경운동단체의 중요한 전략적 사례가 되었다. 이같은 공로가 인정이 되어 그는 1997년 ‘올바른 삶을 위한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것으로 다국적기업 쉘사의 석유채굴과정에서의 횡포에 대항해 싸웠고 나이지리아 군부독재에 의해 1995년 처형된 켄 사로위와나 미국의 에너지문제전문가로 유명한 에모리 로빈스등이 수상한 상이다.

다까기 박사는 이 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다까기 대안과학자학교를 설립해 청소년들과 시민들에게 핵기술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을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이상과 투쟁정신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발판을 마련하였다. 아마도 이 학교는 다까기 박사가 시작했지만 그의 동료들이 뒤를 잇게 될 것이다.

전세계 환경운동가들은 지금 그의 쾌유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후배 운동가들이 지치고 힘들어하고 반핵운동의 방향성을 잃을때, 곁에서 따끔한 질책과 명쾌한 논리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려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힘들지만 끝까지 투쟁하십시오. 그리고 연대하십시오. 지난 30여년 동안 저의 생각과 노력들은 여러분들 곁에 남아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투쟁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자로서, 환경운동가로서, 평화운동가로서, 한 위대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느낀 책임감을 사회적 행동으로 되돌린 선배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다까기 진자부로 추모 홈페이지 : http://cnic.jca.apc.org/memorial/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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