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야생호랑이를 찾아서 (1)

2000.11.09 | 미분류

아무르 야생호랑이를 찾아서 (1)

–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하얼삔에서 열린 시베리아 야생호랑이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국제워크샾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워크샾은 2년여에 걸친 흑룡강성, 길림성, 그리고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호랑이 분포 조사를 토대로 호랑이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분석하고 그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러시아, 중국의 관련 학자를 비롯 정부측 야생동물보호 담당자와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에 관심있는 NGO 활동가 등 약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박 3일동안 진행되었습니다. –

중국에선 왕(王)자가 종종 호랑이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호랑이 이마의 검은 줄이 한자어 왕(王)자와 비슷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 당당한 위용이 동물의 왕(王)이라 칭하기에 손색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호랑이는 경외스러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호랑이는 모두 8개의 아종으로 나뉘는데, 이번 회의에서 보호방안이 논의된 호랑이 종은 러시아 극동지역(연해주와 하바로프스키 남부)과 중국 동북지방(만주),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아무르 호랑이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라고도 하는데 실제 시베리아에는 서식하지 않으므로 아무르 호랑이라는 표현이 옳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도 논란은 계속되었다)

현재 아무르 호랑이는 숲의 파괴, 가죽과 뼈를 노린 밀렵, 먹이감소 등으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남아있는 야생호랑이도 대부분 개체수가 적고 고립되어 있어 근친번식, 질병, 먹이감소 등으로 인해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조사와 보호활동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야생호랑이를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번 회의는 바로 아무르 호랑이의 멸종을 막기위한 방법을 서로 토론하고 해결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회의는 주로 현재 아무르 호랑이의 서식현황과 서식지 보전 방안에 대한 발표로 진행되었다. 흑룡강성 자연자원 연구소의 마 이칭 박사는 ‘중국 북동지역 아무르 호랑이 감소의 역사’라는 발표를 통해 밀렵과 러·일전쟁을 비롯한 각종 군사분쟁이 호랑이 수 감소와 서식지 파괴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산림파괴와 도로 및 철도건설의 급격한 증가는 서식지 단절을 가져왔고, 급격한 인구증가 역시 호랑이 수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적을 하였다.

길림지역의 호랑이와 표범에 관한 조사에서는 호랑이 발자국, 배설물, 소를 잡아먹은 모습 등에 관한 사진자료가 공개되었는데, 조사 결과 길림성 일대에는 7-9마리의 호랑이와 4-7마리의 표범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 흑룡강성 일대에는 1999년 국제적인 전문가 그룹에 의한 조사 결과 4개의 고립된 지역에 5-7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문제는 이들 호랑이 대부분이 방랑개체이면서 번식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직접적인 표범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3-5마리의 표범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조사방법이 주로 발자국과 흔적, 주민설문에 의존하고 있어 앞으론 더욱 과학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조사비용 대부분을 외국 비정부기구(NGO)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함께 제기되었다.

러시아 극동과학 아카데미의 피그노프 박사가 1995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약 476개체의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으나 그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3개 지역에선 새로운 영역을 찾아다니는 숫놈 4-5마리가 관찰된다고 한다. 또 2000년 2월 조사 결과 러시아 서부지역에서 약 20-25마리의 호랑이가 길림성 지역으로 이동 중이다라고 발표했는데, 그 지역은 북한과도 국경을 맞닿아 있어 이 호랑이의 길림성 이동에 관한 데이터는 우리에게 아주 흥미로운 자료라 할 수 있다.

호랑이 생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밀렵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한약재료로 쓰여 호골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래서 헤이롱강 지역에서는 1996년부터 야생동물보호법을 통해 호랑이 밀렵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밀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덫은 포획야생동물의 종류, 나이, 암수를 가리지 않는데, 실제로 1995년 이 지역에서 멧돼지 포획용 덫에 호랑이가 걸려 죽은 일이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특수 밀렵감시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국경을 사이에 두고 행해지는 밀수 감시도 담당하고 있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이 팀에서만  52장의 호랑이 가죽과 8장의 표범가죽을 압수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의 밀렵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의 특수밀렵감시단을 가동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제안도 논의되었다. 이외에 호랑이가 가축을 습격했을 때 주민들에 대한 보상문제, 호랑이 보호와 관련한 교육문제 등도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현재 아무르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며, 밀렵에 대해 강력한 법적제체를 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었다. 다음 단계로 호랑이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며, 주민들에게 호랑이 보호의 중요성을 계속 홍보하고 교육하며, 실질적인 예산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호나우커 연구소의 미첼박사는 아무르 호랑이의 보호를 위해서는 한반도, 러시아, 중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는 지금의 아무르 호랑이의 문제는 호랑이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서식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현재 하얼삔 호림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호랑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면 호랑이는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따라서 호랑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 러시아, 길림성이 접하는 곳은 국가간의 협력이 중요한 곳으로 숲이 좋고, 인간의 출입이 제한되는  지역이므로 앞으로 이 지역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논의의 중심은 중국과 러시아의 아무르 호랑이 보호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과 북한에 대한 논의는 필요성만 공감했을 뿐 아무런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북한 측에서 불참한 것이 너무나 아쉽게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임순남 소장이 한국내 호랑이가 1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앞으로 남북, 또 동북아(러시아, 중국, 북한, 한국, 일본)지역의 환경협력네크워크는 필수적으로 구축해야할 사업이고, 그 속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숲과 강, 그리고 야생동물이 있다. 동물들은 인간처럼 국경을 기준으로 선을 긋고 나누는 걸 모른다. 인간처럼 국경을 건널 때 복잡한 여권이나 비자가 필요 없는 것이다. 아무르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선 인간의 잣대가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북한의 여우, 늑대, 호랑이… 이미 남한에서는 사라져 버린 동물들. 그 동물들의 고리를 잇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간이 야기한 전쟁과 그로 인한 분단으로 남한은 지금 생태학적 섬이 되어 버렸다. 그 끊어진 고리를 잇기 위한 준비를 우리가 차근차근 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 leeyj@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