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핵발전소 영구 폐쇄를 환영한다.

2000.12.19 | 미분류

체르노빌 핵발전소 영구 폐쇄를 환영한다.

인류에게 핵발전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체르노빌 핵발전소를 지난 12월15일 드디어 영구 폐쇄하였습니다. 비록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 14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실행한 일이지만 녹색연합은 이번 영구폐쇄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것이 핵발전소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전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핵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원합니다.

체르노빌 사고 때, 누출된 방사능의 총량만 약 10000PBq(=10EBq)로 이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500배에 이르는 양입니다.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관계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수만 2000년 현재 15,000여명에 이릅니다. 또 사고 후 지금까지 6만8천여명이 장애인이 되었으며, 갑상선 암으로 수술 받은 어린이만 1,400여 명에 이릅니다. 또 320만여명이 암이나 방사선 장애, 우울증을 앓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습니다.(출처 : WHO IPHECA, UNICEF) 약 16만여명이 거주지를 떠난 체르노빌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핵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입니다. 체르노빌은 우리에게 핵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하라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교훈을 얻기 위한 우리의 희생은 너무나 컸으며, 서구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체르노빌이 주는 교훈은 잊혀지고 있습니다.

방사선은 우리 오감(五感)으로 감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엑스레이 촬영시 어떤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방사선이 우리 인간의 오감으로는 감지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사선에 피폭하더라도 피폭한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그러나 이런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작년 2월에 발생하였습니다. 작년 2월20일 김해에서 200KVP X선 발생장치를 이용하여 항공기 날개 엔진주변 균열 검사를 하던 작업자가 방사선에 피폭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피폭한 사실을 인지했으나, 그에 대한 유해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후 10여일이 지나서야 화상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에 가서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증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오는 방사선에 위험은 마치 투명인간에 대한 공포와도 같습니다. 이러한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은 매우 크며, 그 위험은 교통사고나 항공기 사고 혹은 다른 사고들처럼 일어난 장소와 시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그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있는 4곳 중 한 곳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사고는 해당 지역과 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와 우리 후손들에게도 그 영향을 끼칩니다. 바로 이 사실이, 우리가 방사선과 핵발전소에 대해 우리가 보다 엄격한 규율과 잣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며, 하루 빨리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지금 가동중인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입니다. 우리는 체르노빌이 우리에게 준 교훈을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늦은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핵에너지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수요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 사진 출처: Reuters, 한양대학교 보건물리연구실

글 사업2국 윤기돈 간사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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