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美대통령, 미사일 방어망(md)선언

2001.05.07 | 미분류

부시 대통령, 미사일 방어망(MD)선언

세계 평화·한반도 평화통일 위협한다

글 김승국 (평화활동가)

부시 대통령은 5월 1일 북한 등‘깡패국가(Rogue State)’들의 미사일·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미사일 방어망은 기존의‘국가 미사일 방어망(NMD; national missile defense)’에서 ‘national’을 제외한 것이다. 미국 본토만 지키는 게 아니라 동맹국과 우방의 안보까지 책임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미사일 방어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사진 / 중앙일보5월 3일자

미사일 방어망이 NMD보다 규모가 커진 만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사일 방어망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남한은 미사일 방어망의 동맹군으로 북한은 가상적으로 되어 남북한이 미사일 방어망을 에워싸고 다툰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남북한의 군비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이 포개져 있다. 여기에 미사일 방어망까지 겹쳐져 3중의 군비확장 구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미사일 방어망을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미사일 방어망이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별들의 전쟁(SDI)과 닮은 꼴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레이건 정부 시절 SDI를 통한 소련과의 무한 군비경쟁으로 전세계가 냉전의 깊은 골짜기로 빠져 들어갔다. 부시 정부 역시 SDI와 유사한 미사일 방어망을 앞세워 새로운 냉전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세계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날 가장 긴박한 위협은 소련이 보유하고 있던 탄도탄 미사일이 아니라 테러와 공갈을 일삼는 일부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는 아주 적은 숫자의 미사일이다’고 강조한다. ‘가장 긴박한 위협’의 책임을 일부 테러국가(북한 등)로 돌리는 인식의 편협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북한·이라크 등 ‘깡패국가’의 핵무기 개발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으며 이들 국가가 보유한 미사일이 세계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은 피해망상증의 소치이다.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미사일이 여전히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아주 적은 숫자의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빌미 삼아 NMD보다 거대한 미사일 방어망을 건설하려는 논리가 빈약하다. 북한의 미사일을 새로운 적으로 삼아 미사일 방어망을 건설하기에는 위협의 정도가 가볍다. 오히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깡패국가의 위협론을 내걸고 탄도탄 요격미사일 협정(ABM)을 파기하려한다. 북한 등 ‘무책임한 국가’의 미사일을 제어할 새로운 억지개념이 필요하므로 냉전시대의 유산인 ABM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BM이라는 냉전시대의 유물을 청산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망에 의한 신냉전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소련이 1972년에 힘들여 만든 ABM체제가 무너지면 오히려 무질서한 핵개발 시대가 도래하여 지구촌의 불안한 평화마저 파괴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철의 장막’이 사라졌으므로 러시아와 핵무기 개발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게 되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감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감축의 정도나 시기를 밝히지 않은 채 막연한 약속을 했다. 전략무기삭감조약(START) 교섭을 통해 이미 미국과 러시아가 상당한 정도의 핵무기를 상호감축하기로 약정했다. 이 때문에 부시의 핵무기 감축제의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며 부시의 감축 제의를 러시아가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핵무기의 감축 카드와 미사일 방어망 건설 카드를 맞바꾸려는 정략을 버리고 두개의 카드 모두를 포기하는 정책을 펼쳐야할 것이다. 이 것이 세계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지름길이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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