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갈아엎은 경북의 생태보고

2001.10.16 | 미분류

글 사진 /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 kioygh@greenkorea.org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청송기상대레이더 사업 현장고발
청송기상대 사업현장인 면봉산은 법적 보호종인 담비, 수달, 삵등의 국내최대서식지
기상청의 무지, 환경부의 무사안일, 영천시의 이기주의로 경북 생태 보고 파괴

녹색연합은 국내의 대표적인 오지로 꼽히는 경북 청송의 면봉산 일대에서 대규모 산림훼손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고발한다. 기상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산이 두동강 나고 있다. 현장은 경북 청송군 현서면 무계리 산 21번지의 면봉산 일대다. 보현산과 마주하는 산으로 대구·경북지방에서 보현산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면봉산은 덜 알려진 편이다. 보현산과 면봉산은 서로 마주하며 정상봉이 약 4km가량 떨어져 있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물박달, 서어나무 등 한 눈에 어림잡아 보아도 20여종 이상되는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로 땅을 파헤치는 포크레인이 굉음을 울리고 있다. 면봉산 일대는 울창한 숲도 숲이지만 경북 제일의 야생동물보고다. 환경부 법정보호종인 담비, 삵, 수달이 즐비하며 특히 담비는 전국에서 제일 개체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5월 국내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야생동물연합에서 한달에만 5회 이상 각각 다른 개체의 담비를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높은 지역이다. 이런 곳을 기상청은 아무런 법적 고려도 없이 중장비를 앞세워 파헤친 것이다.

대규모의 산림생태계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면봉산 정상의 청송기상레이더 건설사업은 시작부터 환경은 고려되지 않고 추진되었다. 그로 인해 스키장이나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산이 파헤쳐져 훼손되고 있다. 면봉산은 보현산과 함께 경북 북부권에서 마지막 남은 오지로 온갖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보고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산 정상부터 아래 계곡까지 도로를 건설하느라 흉물스런 개발로 고통받고 있다. 산의 사면은 물론이고 도로공사를 하는 진입부에는 계곡을 복개하고 거기에다 흙을 부어 계곡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다. 다리를 놓거나 하는 다른 대안도 있었을 텐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콘크리트로 복개형 수로를  만들고 거기에 대규모로 흙을 부어 계곡은 전혀 딴 모습으로 변했다. 한국특산종인 도룡뇽이 살고 있는 계곡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면봉산에서 벌어지는 훼손행위는 그 실체가 기상청의 청송레이더기상대 신설사업이다.  산 정상부에 170평짜리 건물을 포함하여 약 7,317㎡의 면적이 청사로 사용되고 아래 마을에서 정상부까지 5.2km의 진입로가 들어서기 위해 154,940㎡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99년 8월에서 시작되어 2001년 봄부터 숲을 파헤치는 토목공사가 시작되었다. 예정된 완공은 2003년이며 기상레이더의 가동은 2004년이다. 총 사업비는 90억원으로 전액 국고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기상청의 청송기상대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하나도 거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기상청과 환경부 간의 서면 교환이나 면담은 몰론이고 전화 한 통 없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 측은 ” 환경영향평가법 2조 2항에 보면 자연재해대책에 관한 사업은 환경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환경평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안 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자연재해대책에 관한 사업이란 재해 위험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설이나 사업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기상레이더를 산 정상에 설치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는 건교부의 댐건설 사업도 사업목적에 ‘홍수예방’이 들어 있지만 환경영향평가는 거친다. 대표적으로 동강댐의 경우도 당초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고 해서 다시 작성했다. 그래서 동강의 자연생태계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댐건설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댐처럼 수해와 직접인 연관이 있는 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는데 기상레이더와 같은 시설을 설치하면서 환경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청송기상대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것에는 기상청의 탈법과 무지도 지적되어야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것이 환경부의 직무유기와 탁상행정이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지난 3년 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면봉산 일대는 야생동물의 보고로 환경부가 앞장서서 조사하고 관리해야 할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는 고사하고 대규모 산림훼손 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상청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것에는 환경부의 안일한 자세와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면봉산은 하늘을 향해 뻗은 울창한 수목이 산전체를 휘감도는 경북의 빼어난 산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그 빼어난 산림생태계의 가치를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 보이기도 전에 참혹하게 파헤쳐지고 말았다.  

청송기상레이더 사업은 면봉산을 훼손하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이 있었다. 당초에는 면봉산 정상이 아닌 영천의 보현산 정상으로 추진되었다. 기상청은 지난 99년 8월 경북 북부권에 기상레이더 대상지를 물색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그해 9월 영천시 보현산 정상을 대상지로 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보현산 정상은 영천시 관할이지만 과학기술부의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천문대운영 중이었다. 그래서 산 정상부까지 진입로도 이미 나 있고 천문대와 기상대 간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큰 산림훼손 없이 기상레이더를 신설할 수 있었다. 면봉산 정상까지 도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어 훼손도 막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99년 11월 영천시에서 ‘보현산이 영천시의 명산으로 시민정서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기상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고 기상청에 통보해 왔다. 영천시는 ‘명산과 시민정서’라는 궁색한 변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영천시는 기상청이 기상레이더를 협의해 온 99년 9월 이전부터 보현산 천문대를 관광지했었다. 사람들은 몰론이고 차량까지 보현산정상으로 밀려들며 들끓게 하였다. 그래놓고도 정작 기상레이더와 같은 크게 생색 안나는 시설에 대해서는 매몰차게 ‘반대’를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도 인내를 가지고 설득도 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제대로 않았다. 더구나 한 달도 노력하지 않고 보현산 맞은편 청송의 면봉산으로 대상지를 바뀠다. 해당 지자체인 청송군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일사천리를 끌고 간 것이다. 기상청의 환경에 대한 무지와 환경부의 무사안일 그리고 영천시의 이기주의 경북의 생태보고인 면봉산의 산림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 녹색연합의 주장

     – 기상청은 즉각 청송레이더사업을 중단하고 환경대책을 수립하라.
     – 기상청과 환경부는 면봉산 훼손에 대해 국민들앞에 사과하라.
     –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
     – 환경부는 면봉산 일대의 야생동물보호대책을 수립하라.
     – 청송군은 면봉산 보전에 나서고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 녹색연합은 기상청과 환경부에게 훼손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안한다.

   ▶ 관련기관 연락처

       기상청 원격탐사과 02-841-7043
       환경부 환경평가과 02-500-4268
       대구지방환경관리청 053-766-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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