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아프간 보복전쟁의 역사적 모순과 본질

2001.11.05 | 미분류

글 / 녹색연합 대안사회부 석광훈 차장 nonuke@greenkorea.org

파렴치한 미국 CIA 공작정치의 사생아, 알-카에다

지난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테러사태 직후, 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라는 조직을 테러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에 대해 보복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 아프가니스탄 공습과정에서 미군은 민간인 거주지역은 물론 심지어 적십자 등 국제구호기구 건물에 대한 폭격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무고한 양민들의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가 범인이라는 정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UN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국제법상의 원칙이 무시된 상황에서, CNN 등 서방의 언론들은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비난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이 테러의 범인이라고 지목한 빈 라덴은 과거 냉전시절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훈련되고 지원받아온 테러리스트라는 역설이 이 전쟁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79년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당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자국의 세력권을 유지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군사정보기관(ISI)까지 동원하여 미국 역사상 최대 비밀공작을 벌였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이 지역에서 구소련의 패퇴라는 전략적 목표의 실행을 위해 이슬람의 “성전(Jihad)”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세력을 확대시켰으며, 이들의 재정적 지원을 위해 심지어 이 지역의 마약판매망이 세계최대 규모로 성장하는 것까지 후원해왔다.

CIA • ∑ (코소보, 체첸, 아프가니스탄) ≒ 중앙아시아 석유/가스전

미국정부는 더 나아가 지난 1990년대 초 발생한 발칸지역의 내전에서도 비밀공작을 벌여 보스니아 이슬람군, 코소보 해방군(KLA) 등을 후원하였으며, 이때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된 마약이 이들의 군수품 조달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호해주었다. 그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은 다시 파키스탄 군사정보기관과 이슬람 무장세력을 활용하여 체첸-러시아 내전에도 개입하였으며, 전쟁의 계획, 체첸반군의 훈련, 군수품 보급, 전쟁의 발단 자체를 사주하였다. 이처럼 미국정부는, 냉전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의 원유 및 주변 카스피해만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러시아와 경쟁중인 유노칼(UNOCAL) 등 미국계 석유재벌들을 후원하기 위해 이슬람 반군을 활용하여 파렴치한 전쟁들을 주도해온 것이다.  

결국 미국이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반인륜적인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배양해온 결과물이며, 그 비난의 화살은 미국의 파렴치한 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작정치로 돌려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반테러 전쟁”은 역사적으로 도덕적으로 아무런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미국이 저질러온 범죄들을 은폐하는 기만적인 선동구호일 뿐이다. 미국의 국내 상황 역시 그동안 인권침해논란으로 견제되어오던 대테러 방지법 등이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되고 있으며, 행정부의 체계도 이른바 “국가안보회의”체제로 재편되어 미국내 민주주의와 양심적인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과연 다른 국가들은 아프니스탄을 침공할 자격이 있는가?

여기에 더해 이번 전쟁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세계의 강대국들 역시 도덕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한 상황에 있다. 지난 19세기 제국주의적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바 있는 영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이미 코소보전에서도 거두었던 국내 군수산업의 호황과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유지를 통한 국제정치의 주도권 확보라는 두 가지의 전략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약속한 러시아 역시, 지난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침공실패와 체첸과의 내전으로 인해 약화된 중앙 아시아지역에서의 세력을 만회하기 위해 참전하고 있을 뿐 아프간을 재침공할 아무런 도덕적 명분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본의 자위대 파병과 미군에 대한 군수지원문제는 특별히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중단시켜야 할 심각한 이유중 하나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은 이번 전쟁을 명분으로 자위대법 등 7개 항목의 군사활동 규정법률을 개정한 것은 물론, 이른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제정을 통해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해외파병을 합법화시킨바 있다. 이 같은 일본의 극적인 변화에 대해 아무런 견제를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한국의 우익정치세력과 정부의 모습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 다른 사항들에 대한 이들의 호들갑스러운 대응이 얼마나 천박한 수준에서 진행되어 왔었는지를 스스로 반증해주고 있다.

천박한 한국정부의 대응태도와 빛바랜 노벨 평화상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이번 전쟁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해 있고, 외교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안착으로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국가이다. 때문에 UN결의도 거치지 않고 강대국들 위주로 진행되는 이번 아프간 전쟁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제3세계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실망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은, 오히려 미국의 전쟁 규모와 방식이 결정되기도 전에 적극적인 협력의 약속과 협조체계의 단계를 4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하는 등 미국에 대한 천박한 종속형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한마디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지난 1990~91년 일어난 걸프전쟁시 전쟁분담금으로 5억달러를 미국에 지원한 바 있는 한국정부는 이번 전쟁에도 적극적인 전쟁지원을 밝히고 있다. 이번 전쟁의 경우, 주변 중동국가들과 파키스탄 등이 미국에게 공군지기 사용료, 경제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약 15억달러 이상의 전쟁 분담금을 미국측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통신, 의료지원 등 비전투병력 등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번 전쟁을 정당화시키고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국제적 범죄행위에 한국을 개입시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제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길 빈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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