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불법 행위로 신음하는 민통선 산림생태

2001.11.07 | 미분류

글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유달리 mulder@hanmail.net

임진강이 끌어안고 있는 파주의 민통선 안은 겨울을 부르는 찬바람보다 냉전의 한파가 더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파주에 오기 전 날에도 이곳 파주에서는 사격장에서 발사된 포탄이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군부대에서는 포탄이 아닌 조명탄이었다고 주장하기 급급하였으나 그것이 포탄이냐 조명탄이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뿌리깊은 냉전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라면 민중의 희생은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 사건으로 파주 일대의 군사 경계가 강화되었으며 민간인 통제선 인근 주민들의 행동에도 규제가 뒤따랐다. 외지인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기는 더욱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에 위치한 스토리 사격장은 분단으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 억압받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 사격장은 정부가 사유지를 공여지로 미군에게 불하하는 바람에 지난 20여년간 인근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미군과 마찰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스토리 사격장 주변으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또다시 지역주민들과 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장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스토리 사격장 주변으로 2차선 도로 폭정도인 평균 5m의 길이 시원스레 뚫려있다. 스토리 사격장의 주변 산의 능선을 타고 뚫린 길 주변에는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뒹굴고 있었다. 나무들 중에는 직경이 20cm가 넘는 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 자작나무, 그 외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간 상태로 자주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부분적인 공사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확인된 현장만도 4∼5km가 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진행된 구역만 해도 10k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을 확인하는 한 두시간 동안에도 고라니, 꿩 등 야생동물들을 수 차례 확인하였다. 이것은 이 지역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토리 사격장 주변으로 울타리가 세워질 경우 이런 야생동물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동물들의 이동통로가 제한을 받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파주스토리사격장의 산림훼손은 불법이다. 해당관할시청인 파주시에서는 2000년 6월 산림형질변경에 관한 산림청과의 협의 없이 일체의 산을 파헤치는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군과 국방부에 통보했다. 또한 철조망 공사가 벌어지는 산림에는 사유림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 산림을 아무런 협의와 연락 없이 마구잡이 파헤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003년까지 스토리사격장내의 사유지를 완전 매수한 후 철조망을 비롯한 일체의 시설 공사를 하는 것으로 국방부와 약속했다. 그러나 스토리사격장의 현장에서는 합의사항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것이다.

더욱이 철조망 공사를 위해 파헤치는 땅은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고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주민들의 사유지가 속해있다. 땅 소유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워지는 철조망이다. 철조망이 세워지고 난 후에는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미군의 허락을 받고 자신의 땅으로 들어가야 하는 황당한 일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미군이 2003년까지 출입영농을 허용키로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농민들은 이렇게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내년부터 영농출입을 금지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이다. 파주스토리사격장의 불법적인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민간의 사유림에 대한 훼손도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파헤친 것에 대한 보상도 이루어져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러한 보상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스토리 사격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농사짓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실정인데다 개정된 소파협정은 군사격시설에 대해 민간인의 접근을 막으며, 만약 분쟁이 발생할 시 제3자의 중재를 거쳐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간인 접근 규제가 강화된 셈이다. 재산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거는 것도 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지금 현실에서 주민들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이번 사건은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해를 가져올 것이다. 비무장지대라는 자연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가 자연생태계 보고로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완충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처럼 민간인통제구역 내에서 대규모로 산림을 훼손하는 공사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는 물론이고 접경지역 전체의 자연환경도 심각한 훼손과 파괴를 입게된다. 그러나 안보와 군사적인 이유만으로 이곳의 생태적 가치는 등한시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생태계파괴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 국방부와 육군의 환경과, 환경부, 해당 지자체인 파주시청, 관할 사단이 25사단도 모르게 미군이 공사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해당 사단과 국방부 용산사업단, 육군본부가 스토리사격장 주변 공사진행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사단과 육군본부, 국방부 용산사업단은 직무유기 또는 방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더욱이 녹색연합은 ‘지역사회의 건강 및 공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동위원회에 의하여 범위가 정하여진’이라는 애매한 단서조항이 있지만 ‘신축 또는 개축을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적시에 통보하고 협의한다. 합중국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방정부와의 조정하에 건축계획을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통보하고 협의하며’라는 협의 사항(상호방위조약 제4조에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과 관련 합의의사록에 관한 양해 사항 제3조 1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일반인에게 확인된 미군이 개정된 소파협정을 위반한 최초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주한미군과 미국대사관에 강력히 항의해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현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미군과 우리나라 군당국의 무분별한 군사력증강 정책은 평화와 공존의 시대적 사명에 거스르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혈세와 생존의 터전인 땅까지 빼앗아 남의 손에 내어주며… 이제는 더 이상의 민간인 피해와 생태적 파괴가 중단되어야하며 현대적 군병력의 효율적인 재정비, 재배치가 요구된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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