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에 얼룩진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

2002.05.08 | 미분류

–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제안 심포지엄

2002년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산의 해〉이다. 〈세계 산의 해〉를 맞이하여 전지구적 차원에서 산림생태계 보존이 중요한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국가이다. 산은 국토를 이해하고 인식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산지의 관리는 국토보전에 절대적인 과제이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산과 매개되어진 전통과 문화를 꽃피우며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백두대간을 통해 우리 산줄기의 질서와 체계를 파악해왔다. 즉 백두대간 개념을 통해 산줄기도 물줄기처럼 이어져있음을 인식하고 국토를 산과 하천의 통합적 관점에서 파악해왔다. 백두대간은 산과 강의 조화로운 질서 속에서 국토의 실제적 지형을 이해하고 문화·역사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국토관리의 기본이 되는 국가지도에 일제의 잔재가 뿌리깊게 박혀있다. 국립지리원지도나 교과서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산맥개념만을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자연지리 인식체계인 백두대간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백두대간 복원운동이 시작된 1990년대이래 백두대간 종주 인구는 300만에 달하고 있다. 또한 신문 방송을 통한 백두대간이라는 용어도 공공화 되었고 역사지리학자들 역시 백두대간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환경부나 산림청 등 정부부처도 국토관리의 바탕으로 백두대간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백두대간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의 고유한 지리개념인 백두대간을 온 국민이 듣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시대의 과제이다. 이에 녹색연합과 「사람과 산」은 <세계 산의 해>를 맞이하여 백두대간 개념의 교과서 수록을 위한 공론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이 첫 발걸음으로 2002년 4월 30일(화)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제안』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심포지엄은 백두대간 개념의 교과서 수록을 제안하는 첫걸음으로 산악인, 지리교사, 역사학자, 시민단체, 정부기관 등 관련 인사가 참여하여 백두대간의 의미와 교과서 수록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다.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심포지엄』에서는 백두대간 개념을 교과서에 수록해야하는 이유와 백두대간 개념의 교과서 수록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백두대간이 교과서에 수록되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한 조석필씨(‘태백산맥은 없다’저자)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포함한 모든 지형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기후, 역사, 풍습, 방언, 음악, 건축, 지역 감정 등의 모든 인문지리적 사실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기 때문에 백두대간 개념을 온국민이 초·중·고등 과정의 교과서를 통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아야 할 기본지식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있다. 백두대간용어가 우리국민들에게 일상적 용어로 사용되고있어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현석씨는 “백두대간 개념이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있는데, 2001년 도입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공간인식체계에 관련된 부분에 아직도 기존의 산맥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백두대간 개념이 교과서 수록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지리학 영역의 정체성 확립, 백두대간의 구간 설정, 백두대간에 대한 기본적 인식전환의 필요성, 북한지역의 백두대간에 대한 실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백두대간 개념이 교과서에 수록되기 위해서는 개념사용의 타당성과 논리성 확보가 급선무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토론자로 참석한 양보경 교수(성신여대지리학과 교수)는 “자연지리학의 관점인 기존의 산맥개념과 더불어 인문지리적인 관점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우리고유의 지리개념인 백두대간의 도입이 필요하다. 앞으로 백두대간 개념 복원 논의가 더욱 활성화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 4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제안」심포지엄은 참여자들의 뜨거운 열의 속에 큰 틀에서 백두대간 개념의 중요성과 더불어 백두대간 개념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산줄기와 물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지리적 선으로서, 이 땅의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를 이해하는데 정확하고 유용한 도구가 된다. 따라서 백두대간 개념의 교과서 수록은 단순한 용어의 적용만이 아니라 우리의 합리적인 지형관을 다시 해석하고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나라 고유의 산줄기 체계의 원상회복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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