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릴레이단식][3/21-3/24]단식을 끝내며..

2003.03.27 | 미분류

저는 오늘로 1차 단식을 끝내고자 합니다.

지난 4일 동안의 단식이 많이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여러 번 오르내리는 계단이 조금 부담스러웠을 뿐입니다.

감식 기간을 갖지 않고 갑작스레 시작한 단식이라서 인지, 이틀째 아침에는 조금 힘이 들었지만, 그 날 오후의 종묘 공원에서 열린 반전집회에 참석하면서 다시 몸 속의 에너지가 순환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식을 하는 그 짧은 기간동안,
길거리의 많은 음식 냄새를 맡을 때마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마다,
지하철 계단을 느리게 걸어 올라갈 때마다,
미리 잡혀있던 저녁식사 약속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약간(!)의 부담을 줄 때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물을 마셔야 할 때마다,
단식에 같이 참여할 상황이 아닌 사람의 미안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남들보다 천천히 걸어갈 때마다,
연일 TV와 신문 등을 통해 보도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사상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번 전쟁이 우리와는 무관한 듯한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때마다,
사무실 게시판에 붙여놓은 이라크 어느 소녀의 해맑은 모습을 볼 때마다,
시멘트 갈라진 틈새에 돋아나는 식물들의 연녹 빛 새싹들을 볼 때마다,
[RE] 이라크 전쟁 중단과 평화를 위한 릴레이 단식…지지와 격려, 단식을 하겠다는 답 메일을 읽을 때마다,

매 순간마다 단식을 시작한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선명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이번 전쟁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내 안에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생명을 파괴하는 마음과 힘이 티끌이라도 있다면, 그것부터 사라지게 해야겠다 라는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기로 한 어느 분의 마음처럼, 다시 내 안의 ‘나’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4일간의 짧은 단식을 마치며,
릴레이 단식에 같이 하고 계신 분들을 떠올리며,
저는 다시 다짐을 해 봅니다.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넋을 위해,
이라크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위해,
살생과 파괴를 일삼고 있는 불쌍한 조지 부시와 그 일당의 마음속에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이 난폭하고 잔인한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내면의 상처들을 위해,

이 전쟁이 중단될 때까지 하루 1끼 오전 금식을 하며,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라크 전쟁 중단과 평화를 위한 릴레이 단식’제안에 함께 참여하고 계신 분들의 마음이 반전평화를 외치고 있는 전 세계의 민중들의 마음과 함께 이라크 침략 전쟁속에서 희생된 생명들에게, 그리고 평화로운 지구의 앞날 속에 녹아나길 기원합니다.

2003년 3월 24일 박정운 올림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