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3월 27일(목), 삼보일배 시작 전날

2003.04.01 | 미분류

내일은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무지와 탐욕으로 말없이 스러져가는 뭇생명들의 절규에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시고자 문규현신부님과 수경스님, 이희운목사님, 김경일교무님께서 먼 길을 나서는 날입니다.

2003년 3월 27일(목), 삼보일배 시작 전날
날씨는 맑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낮음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동료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어수선한 오전을 보낼 때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더니, 부안으로 내려오는 길에 바라보는 차창 밖에는 화창한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가슴이 무척이나 답답해옴을 느꼈습니다.

이라크 사막에서는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 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으며, 새만금 갯벌에서는 농업기반공사의 중장비 소리에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에겐 어떤 미래가 있을까?

게다가, 내일부터 두 달이 넘게 진행될 삼보일배를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삼보일배라는 극한적인 구도행위가 사람들의 메말라버린 마음을 촉촉한 이슬비처럼 적셔줄 수 있을까?

그러나, 부안성당에서 뵌 신부님과 스님은 여전히 의연한 모습이셨습니다. 허물없는 친구처럼 편하게 농담도 주고받으시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괜히 걱정했나 느껴질 정도입니다.

진실로 자신의 이웃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시는 시대의 참 정신과 두 달을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다들 지금은 이분들의 결단이 참된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시인 이육사는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기를 그토록 갈구했었지만, 저희는 빼앗길 갯벌과 사막에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도 함께 기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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