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전쟁과 환경파괴]이라크전이 불러올 환경재앙

2003.04.08 | 미분류

본래 동지관계였던 이라크와 미국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의 민영화를 주장했던 미국의 요구를 후세인이 거부하면서였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25%를 소비하는 미국으로선 연간 수입량의 98년치에 해당하는 2억2천만배럴의 석유를 매장하고 있는 이라크를 그냥 둘 수 없다. 미국의 석유자원은 2010년께 바닥나고 이라크는 미국의 석유수요의 절반 이상을 채워줄 유일한 나라다.

부시 정권은 석유정권이라 불린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가 되기 전에 석유회사 임원이었으며, 2000년 대통령 선거 때는 석유 및 가스업계로부터 18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번 전쟁을 가장 강력하게 밀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은 유전개발 서비스 회사를 한때 직접 경영했고, 현 정부에 들어온 뒤에는 알래스카 유전개발을 허용했으며, 또한 세계 환경단체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는 교토의정서 비준거부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대외정책의 매파인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도 셰브론이란 석유업체의 사외이사였던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전쟁은 겉으론 대테러, 대량살상 무기 해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그 내면에서는 이라크를 장악해 21세기의 안정적인 석유조달 기반을 구축하려는 계산으로 치러지고 있다. 미·영 연합군이 개전 초부터 특공대를 투입하여 유전지대와 석유시설을 최대한 확보하려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이라크 최대 유전인 북부 키르쿠크와 남부 루마일라 유전은 확보 1호 대상이다. 하지만 침략을 받은 이라크로서는 이를 그대로 넘기고자 하지 않을 터다. 91년 걸프전에서도 그랬듯이 유정에 불을 질러 이를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미국이 그들의 석유를 탐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고자 할 것이다.

이라크에는 2천여 유정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에 불이 나면 걸프전보다 더 끔찍한 환경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걸프전 당시에는 약 750여 유정에 불을 질러 유독성 연기가 반지름 1600킬로미터 상공을 뒤덮었고, 6천만배럴의 기름이 유출되어 일천만 평방미터 토양이 오염되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 사고로 하루에 아황산가스 4만톤, 질소산화물 3천톤, 일산화탄소 50만톤 등이 방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네스코가 걸프전에 의한 환경파괴를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최대 환경참사로 평가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치열한 지상전이 전면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유전 파괴가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중남부 일대에서 지금과 같이 대규모 폭격을 동반한 전투가 계속되면, 주요 유정과 송유관들이 대대적으로 파괴되고, 그로부터 방류된 석유가 국토의 중심부를 흐르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으로 흘러들면 인근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교란된다. 그 피해는 이 두 강에 의존하는 농업기반이 무너지고, 강을 타고 석유가 페르시아만으로 흘러들면 바다 생태계마저 파괴될 것이다. 또한 1만여 곳에 달하는 메소포타미아 유적지들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 생태계도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것이다.

고대문명 발생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있는 이라크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습지, 농경지, 초목지대가 풍부히 형성되어 있다. 이라크의 습지대는 중동지역에서 새들의 주요 서식지이어서 33곳의 습지대가 93년 중동의 주요 습지대로 등록되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이 94년 작성한 세계 멸종위기 생물목록에는 이 지역에 사는 11종이 포함되어 있다.

생태환경 파괴는 비단 유정의 방화만 아니라 미국의 막강한 대량살상 무기 사용에 의한 것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열압력 폭탄, 전자기폭탄, 열화우라늄탄 등을 무차별적으로 쓴다면 인간의 주거지와 자연 서식지에 대해 오랜 세월 복구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국은 100만발에 가까운 열화우라늄탄을 퍼부어 이라크 남부지역을 300만톤의 열화우라늄으로 오염시켜 놓았다. 현재 최대 격전지인 바스라의 주민들이 소비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은 열화우라늄탄 수천발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재배되고 있다. 열화우라늄의 반감기는 45억년이다. 걸프전쟁이 초래한 화학,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이라크 남부지역에서는 암과 백혈병 발생률이 7~10배나 증가했고, 선천성 기형아 출산율도 4~6배 증가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이러한 대량살상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어 이로 인해 이라크인 50만명이 목숨을 잃고 일천만의 사람들이 전쟁 뒤 각종 질병에 시달릴 것으로 유엔은 내다보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걸프전으로 파괴된 생태계의 완전 복원은 200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문제는 지금부터다. 실제 걸프전 이후 쿠웨이트의 지하수 40%가 오염되었으며, 십여 나라에서 380억달러의 환경피해 보상을 유엔에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이번 전쟁이 근대가 이룩해 온 근본적인 가치, 곧 정의·민주주의·평화·평등·공존 등의 가치를 총체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전후의 세계질서를 약육강식의 힘 관계로 전면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인류문명의 퇴보를 의미한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아라비아반도를 뒤덮었던 사막의 모래폭풍을 이라크인들은 신의 노여움이라고 믿고 있다.

조명래/단국대 교수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3/04/0010620002003040218141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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