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반전 메세지]<암만에서 보내온 편지>돌아온, 혹은 돌아오지 못한 …

2003.04.09 | 미분류

어제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아직 제 시계위의 시간은 요르단의 것입니다. 시계가 그러하듯이 제 몸의 시간이 마음의 시간이 그곳의 결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들과 피곤에 지친 아침으로 이삼일을 보냈습니다. 허나 무엇보다 쓰리고 아픈것은 제게 묻고 또 물어오는 바그다드에 관한 물음들, 남아있는 이들에 관한 안부, 두고온 이들을 향한 내 심정 어제는 그만 이라크에 관해 이야기를 하라는 사람들 앞에서 한참을 울먹이고 말았습니다.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안으로 깊고 깊게 상처입은 줄은 그 상처 제 속에 그리 깊은 우물을 파 놓은 줄은…. 허나 내일, 또 내일 하루 하루 그것을 기억하고 말하고 증언해야 하는 일상이 제게 펼쳐져 있습니다 운동가로서 피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증언의 책임들이 제게 지워져 있습니다.

허나 저는 아직 그 이야기들을 물기없이 할 힘이 없습니다. 혼자 삼켜야 하는 눈물에 자주 마음이 젖어 몸의 힘 일으키지 못하는 날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제 마음의 거리에 스스로 부대끼는 날들…. 그 젖은 마음 헤집어 크고 강단있는 운동가의 말과 계획을 꺼낼 자신이 없습니다.

돌아와지지 않는 마음으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지니고 산다는 일이 이토록 힘겨운 일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감당하기 위해 온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세상의 상처로 함께 운 벗들이 있으니 내 눈물 적신 그 땅, 그 햇살에 더운 눈물 함께 흘린 벗들이 있으니 그 함께 한 기억의 힘으로 이 아린 통증들 넘어서야지요….

제 걸음에 부어주신 소중한 벗들의 사랑으로 그 먼길 이렇듯 돌아왔습니다 . 또 함께 해 주신 그 연대의 걸음으로 다시 나아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화, 민주, 생명을 위해 함께 마음과 몸의 힘 모으는 이 길 부어주신 사랑앞에 부끄럼 없도록 생의 힘 다해 바른 길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해 주신 그 마음의 걸음들 참, 고맙습니다…

돌아온, 혹은 돌아오지 못한
영신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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