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반전 메세지]<암만에서 보내온 편지>평화가 강물처럼

2003.04.09 | 미분류

돌아와 메일함을 여는데 문득 낯선 주소가 있어 가만히 살펴봅니다.

FROM BAGDAD SUNGSOO-JO
은하와 함께 바그다드에 남아있는 조성수기자…
바그다드의 그로부터 거짓말처럼 소식이 왔습니다.

모든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소식…
방금 호텔 곁 30미터 지점에 크루즈 미사일이 떨어져 진동과 포연이 방에 스미고 있다는 소식…
수하드와 카심이 무사하다는 소식….
우리가 보내준 물건들을 잘 받았다는 소식…
그 짧은 소식의 행간에서 숨겨져있는 가장 큰 소식을 읽습니다. 우리가 전한 그 물건들을
가져간 기범이가 국경을 넘어 바그다드의 중심에 머물고 있는 그에게 무사히 다다른 것임을
폭탄이 떨어지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헤치고 그가 그의 눈물로 연 그 길을 건넌 것임을….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니지만 죽어가는 아이 하나라도 들쳐없고 뛰겠다고, 바닥에 떨어진 피라도 닦겠다고 눈물로 그들의 발을 적시며 무릎을 꿇고 울었던 그, 그 눈물의 힘으로 얻어낸 이라크행 비자…..
이제 이라크엔 은하와 기범이가 남아있습니다. 날마다 이라크 대사관을 찾아가 울었던 은하,
무릎은 꿇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찾아갔지만 끝내 무릎을 꿇고 울었던 기범이, 투사도 영웅도 아닌, 누구보다 잘 울고, 잘웃던 우리의 벗들..

다만 그곳에 가고 싶다고, 그곳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간절히, 세상에서 가장 간절히 빌었던 그들 그 두사람이 지금 라크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이 돌아왔지만 우리의 마음이 돌아오지 못한 것은 그들이 아직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심장에 손을 얹고 나누었던 이라크의 인사가 우리의 심장위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샬람

심장에 오른 손을 얹으며 이라크 안에서 이라크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을 그들을 향해 이곳에서 제 심장에 가만히 손을 얹습니다.
  
유은하…
박기범…
조성수…
수하드…
카심…
사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이름들을 소리내어 불러봅니다. 내 심장으로 전하는 마음의 안부가 이 두절과 고립을 넘어 그들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심장의 벗들을 찾아 돌아감을 준비하는 지금 이곳에서….

4월 6일

평화가 강물처럼
영신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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