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4월 18일(금), 삼보일배 22일째

2003.04.19 | 미분류

삼보일배를 하시는 두 분의 옷과 몸도 빗물과 땀으로 금새 흠뻑 젖었으며 쉴 자리도 마땅치 않아 서서 쉬셔야 했지만, 삼보일배는 오전 동안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비가 많이 내리고 금방 그치지도 않는다기에 오후에는 삼보일배를 중단하고 급히 숙소를 찾기로 결정했습니다.

2003년 4월 18일(금), 삼보일배 22일째
오전부터 비가 내림



새벽부터 짙은 구름이 잔뜩 몰려있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트럭의 짐도 단단히 덮고, 일부 진행팀원은 비옷을 미리 입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오전 9시 15분쯤 대천대학을 조금 지났을 무렵 빗방울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했던 비옷으로 재빨리 갈아입고 삼보일배를 계속 진행했는데, 조금 더 가자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나중에는 번개와 천둥까지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삼보일배를 하시는 두 분의 옷과 몸도 빗물과 땀으로 금새 흠뻑 젖었으며 쉴 자리도 마땅치 않아 서서 쉬셔야 했지만, 삼보일배는 오전 동안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비가 많이 내리고 금방 그치지도 않는다기에 오후에는 삼보일배를 중단하고 급히 숙소를 찾기로 결정했습니다.

숙소에서 젖은 몸과 옷을 말리며 쉬고 있는데, 저녁이 되자 빗소리에 섞여 ‘개굴개굴 와글와글’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개구리들이 모두 나와 울어대고 있나봅니다. 삼보일배 순례를 다니며 처음 듣는 개구리 소리입니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낮에 본 개구리 한 마리가 생각납니다. 한창 비가 내리던 때에 순례단 뒤 이십여미터쯤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면서 4차선 도로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길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대형 트럭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달려왔습니다. 속도를 낮추라고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개구리가 무사하도록 간절히 기도했지만, 트럭은 계속 달려왔고 개구리는 그 방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트럭이 지나간 후 혹시나 해서 가보았더니 개구리는 온몸이 찢어지고 터져 죽었습니다. 삽시간에 눈앞에서 벌어진 개구리의 죽음에 잠시 멍하게 있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트럭에 깔린 그 개구리를 위해, 비오는 오늘 길에서 비명횡사했을 수백수천의 개구리들을 위해 잠시 묵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개구리는 비가 오면 지열이 남아있는 아스팔트 도로 위로 많이 나옵니다. 그런 개구리들이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운전자들이 더욱 조심해야겠고, 도로를 만들 때에도 개구리와 같은 작은 동물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이동통로를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도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오늘도 진행팀 위주의 단촐한 행렬로 출발했는데 출발한지 얼마 되지않아 멀리 전주 송천동성당에서 리수현신부님과 열서너분의 신도께서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전주로 돌아가시는 길에 리수현신부님께서는 삼보일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안수기도도 해주셨습니다.

보령에 사시는 작가 안학수님을 비롯하여 대전환경연합 김용분 집행위원장님과 이정림 회원님, 서현숙 간사님도 오셨으며, 멀리 서울에서 불교단체인 ‘맑고 향기롭게’ 회원 이십여분도 순례에 동참하셨습니다. 늦은 오후에는 의정부 회룡사 주지스님도 방문하셨습니다.

오늘은 부여 법륜사에서 세끼 식사를 마련해주셔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며, 대전환경연합에서는 마실거리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순례에 참가하시거나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보령시 주포면 보령시농업기술센터 – 청소면(5km)
※앞으로 갈 길 : 홍성군 광천읍(4월 19일) – 홍성읍(4월 24일) – 예산군 예산읍(4월 27일) – 아산시(5월 1일) – 천안시(5월 5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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