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23일(금), 삼보일배 57일째 – 드디어 서울

2003.05.24 | 미분류

그렇게 삼보일배를 진행하여 오전 10시 25분에는 남태령 꼭대기에 섰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서울 땅입니다. 서울 경계에 들어서자마자 신부님께서는 다시 스님을 껴안고 목놓아 통곡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쓰러지시는 등 57일 동안 겪으신 온갖 고초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셨는지 교무님과 목사님도 함께 눈물을 흘렸으며, 순례단 뿐만 아니라 취재진마저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였습니다.

2003년 5월 23일(금), 삼보일배 57일째 – 드디어 서울
맑은 날



오늘은 환경단체가 삼보일배에 참여하는 날이라 서울환경연합 윤준하·구희숙 공동의장님과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님, 풀꽃세상 박병상 대표님 등 2백여명에 달하는 환경단체 대표와 실무자들, 종교인, 일반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였습니다.

숙소로 사용했던 천막과 주변을 정리하고, 체조를 마친 후 9시에 어제 하루 쉬었던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관문사거리까지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남태령 고개 아래에서 대열을 정비하고 삼보일배를 시작하려는데, 구급차가 한 대 와서 대열 옆에 멈추어 섰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구급차에서 수경 스님께서 내리시는 것입니다. 기력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얼굴에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시는 스님께서 기어이 삼보일배 대열에 합류하신 것입니다. 최소한 일주일은 입원하셔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삼보일배 순례에 함께 하시겠다고 오늘 아침 퇴원하셨습니다.

차에서 내리시자마자 신부님과 껴안고 눈물을 흘리시더니, 교무님·목사님과도 손을 꼭 잡으시며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휠체어에 앉으신 스님은 왼쪽 손등에 영양주사 바늘을 꽂으신 채 평소대로 대열 맨 왼쪽 앞자리, 신부님 옆에 위치하셨습니다.

그런 스님을 순례단은 따뜻한 박수로 맞았고,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기도를 드리고 삼보일배를 시작하자 스님은 휠체어에 앉은 채 두 손을 모아 합장하시며 큰절 대신 목례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삼보일배를 진행하여 오전 10시 25분에는 남태령 꼭대기에 섰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서울 땅입니다. 서울 경계에 들어서자마자 신부님께서는 다시 스님을 껴안고 목놓아 통곡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쓰러지시는 등 57일 동안 겪으신 온갖 고초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셨는지 교무님과 목사님도 함께 눈물을 흘렸으며, 순례단 뿐만 아니라 취재진마저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힘겨웠던 290여 킬로미터를 지나 이제는 서울 길입니다. 서울에 들어온 첫 느낌은 ‘와∼ 차 참 많다’입니다. 생전 처음 서울 구경 온 시골사람처럼 어리벙벙하기만 합니다. 6차선·8차선 도로에 차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이 점심시간 다 될 때까지 출근길 정체가 풀리지 않는 신기한 도시입니다.

게다가 그 많은 차들에서 내뿜는 매연은 또 얼마나 심한지… 매캐한 배기가스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잔기침이 계속 나옵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보니 더러움이 시커멓게 묻어 나옵니다. 이런 곳이 뭐가 그리 살기 좋다고 사람들이 천만명이나 몰려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가의 사람들이 삼보일배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고, 응원해주신다는 것입니다. 곳곳에서 마주치시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주시거나, 힘내라고 외쳐주시고,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하십니다. 건물에서도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어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 5시가 조금 지날 때까지 삼보일배 순례를 진행했는데, 더운 날씨에 나쁜 공기를 많이 마셨는지 걷는 사람들마저 머리가 아프고 힘들어합니다. 휠체어에 앉아계셨던 스님께서는 늦은 오후가 되자 순례단 보다 먼저 쉴 자리인 낙성대성당으로 가셨습니다. 무리하시면 안되는데, 좀 더 쉬시지 않고 나오셔서 건강이 더 나빠지실까 걱정입니다.

이렇게 힘든 삼보일배 순례에 오늘은 4백여명에 달하는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가수이신 정태춘·박은옥 부부께서는 이른 아침부터 오셔서 삼보일배 고행을 함께 하셨습니다. 갯벌에서 태어나셨다는 정태춘 선생님께서는 갯벌을 살려야한다는 아름다운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갯벌의 노래’까지 만들어 오셔서 사람들에게 직접 가르치시고 부르게 하여 순례 분위기를 돋구어 주셨습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님은 직접 삼보일배를 해보니 “너무 힘들다. 그러면서 네 성직자들께서 이 고통을 겪으며 여기까지 오셨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 고행의 길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12년 이상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그곳의 생명들이 겪었을 고통은 더 컷을 것이다”고 말씀하시며, 생명을 파괴하려는 우리 마음속의 독소를 씻어내는 길이 바로 삼보일배이며 이를 통해 간척사업과 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설악산을 지키시는 산양의 동무 작은뿔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대표님은 “산에 가는 것보다 쉽다. 그렇지만 목이 너무 아프다. 휠체어에 타고계신 스님을 보니까 아름답지만 참 슬프다”고 말씀하시더니, 삼보일배 일정을 다 마치고는 “산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시며 아까 하셨던 말씀을 취소하셨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양장일 사무처장님은 “죽겠다. 경기도와 서울에 들어오며 공기 나쁘고, 시끄럽고, 무더워 훨씬 쉽게 지칠 것같은데 새만금의 생명력을 서울까지 전하시느라 수고하셨다. 스님도 빨리 정신 차리시고(건강 회복하시고), 노무현 대통령도 빨리 정신 번뜩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발목을 삐어 아직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채 삼보일배에 참여한 서울환경연합의 양은숙 간사님은 “직접 해보니 슬프다. 어떻게 하셨을까? 하루는 하겠는데, 이것을 오십며칠 동안 어떻게 하셨을까?”하면서 눈물까지 흘리셨습니다.

반면에,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님은 새만금 갯벌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전북사람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그들의 소외감을 치유하나 걱정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환경단체 회원이신 이명희님은 “어제 텔레비전에서 새만금 관련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계속 소식만 듣고 있다가 동영상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밥을 먹다 말고 눈물 흘리며 울었다. 환경운동가가 아닌 보통사람이었는데, 이렇게라도 개인들이 모이면 힘이 된다니 참여하게 되었다”고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천주교 광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120여분이 오셨고, 전북 익산 황등교당 안자은 교무님과 교무님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 수녀님들, 스님들, 민주노동당 김혜경 서울지부장님, 환경정의시민연대 실무자들, 생태보전시민모임 실무자와 회원들 등 많은 분들이 순례에 함께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삼보일배 홈페이지가 접속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을 것입니다. 아침에 홈페이지 서버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응급복구만 해놓았는데,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누가 왜 삼보일배 홈페이지를 해킹하려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삼보일배와 새만금갯벌 살리기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와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그런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원상태로 복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은 원불교 과천교당, 점심은 관악산 연주암, 저녁은 서울 구룡사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갯벌의 노래

물이 들면 바다요
물이 나면 육지라
수천 수만의 섬세한 실개천
갯벌은 대지의 심장이라

생명의 노래가 들려온다
몸을 낮추면 들린다
온갖 미물이 후, 후 숨쉬는
갯벌은 대지의 허파라


생명의 신음 소리 들린다
사람이 갯벌을 죽인다
수천의 물길, 뻘 속의 생명들
사람이 대지를 죽인다

낮은 바람이 불어온다
바닷새들이 날아온다
얌전한 바다가 갯벌을 만들고
갯벌이 또 대지를 만든다

생명의 바다가 갯벌을 만들고
갯벌이 대지를 만든다
갯벌이 사람을 살린다

※오늘 온 길 : 경기도 과천시 관문사거리 – 남태령 – 사당역 – 서울시 낙성대역 (5.2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91.5km)

※앞으로 갈 길 : 서울 낙성대역 – 서울대 입구 – 보라매공원 앞(5월 24일) – 신대방삼거리 – 신대방역 – 해군회관 – 여의도역 – 여의도공원(5월 25) – 여의도 국회의사당 (5월 26∼27일) – 서강대교 – 신촌역 – 이대입구역 – 아현역(5월 28일) – 서대문역 – 서울역 – 남대문 – 명동성당(5월 29일)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관련 사진과 더 많은 내용은 삼보일배 공식 사이트인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으며, 사진과 자료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삼보일배를 홍보하기 위해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http://3bo1bae.or.kr/

※문정현 신부님께서 직접 찍고 편집하신 동영상은 신부님의 홈페이지 http://munjh.inp.or.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삼보일배 도보순례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다음의 참가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도보순례단 참가 신청은 3일전까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 도보순례단의 잠자리와 식사는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 도보순례단에 참여하시는 분은 삼보일배 진행팀에서 분담되는 실무 및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만금갯벌을 살려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 준비물 : 개인침낭, 취사도구, 텐트, 물컵, 수건 등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