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25일(일), 삼보일배 59일째

2003.05.27 | 미분류

궂은 날씨에도 1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녹색연합 공동대표이신 원택스님은 “새만금은 우리들의 부끄러움입니다. 개발이면 무조건 좋다는 무지의 산물이며, 물질의 풍요가 최고인줄 알았던 탐욕에 눈이 멀었습니다. 언제까지 생명의 죽임 위에서 오만방자할 것인가라고 해창갯벌이 우리에게 준엄하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비폭력·무저항·머리숙임의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깨우쳐주셨습니다”고 여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2003년 5월 25일(일), 삼보일배 59일째 – 2년 전 새만금의 슬픔
아침부터 비가 내리다 오후 늦게 그침



며칠째 계속 흐리더니 어젯밤 늦게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는 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었지만 순례단은 비를 맞으며 삼보일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가 쏟아지는 새벽 5시에 민중가요 작곡가이자 가수이신 윤민석님께서 순례단을 찾아오셨습니다. 그전부터 순례단을 찾아오고 싶었다가 수경 스님께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신부님을 뵙고 노래를 만들어드리겠다고 약속하셨던 윤민석님은 지난밤을 꼬박 새워 ‘새만금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완성하고는 바로 달려온 것입니다.

새벽미사를 드리며 ‘새만금 아리랑’을 듣는 순간 신부님을 포함하여 미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소리내어 흐느꼈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스러져갈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2년전 오늘이 생각나셨기 때문일까?

2001년 5월 25일, 정부는 1년여 동안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하려 했었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의 추진과 중단 의견 사이에서 합의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파행적인 운영만 하다가 결국 공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환경단체와 종교계는 총력을 다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시키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었습니다. 서울 광화문네거리의 이순신장군 동상에도 올라가 ‘내가 지킨 바다를 죽이지 마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었고, 절두산과 해창산의 깍아지른 절벽에도 올라가 농성을 했었습니다.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5월 24일은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께서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삼보일배를 하신 날입니다. 햇볕이 쨍한 더운 날에 삼보일배로 명동성당에서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가려다 광화문에서 경찰에 저지당했던 그 날,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 과거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이 흐리고 비가 왔습니다. 이렇게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관절과 뼈마디가 더욱 쑤시고 아프실텐데 성직자들께서는 아무런 말씀 없이 묵묵히 삼보일배만 계속 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쓰러지셨던 스님은 지켜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힘겨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하고, 신부님과 교무님도 상당히 지쳐있는 표정입니다.



다만, 삼보일배의 고통을 함께 나누시려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성직자들게 그나마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전에만 2백여명에 달하는 분들이 순례에 참여하셨는데, 삼보일배를 하는 대열 가운데에는 영화배우 방은진·문소리님도 계셨습니다.

이번에 종교계가 앞장서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에 참여하려고 서울에 입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방은진님은 “새만금 갯벌은 정말 지켜져야 하며, 더 이상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온세상을 황폐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벽까지 촬영하느라 잠을 못잤다는 문소리님은 “뉴스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제 코를 땅에 대고 해보니 더욱 슬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한결같이 맑고 고운 분들을 만나니 무척이나 기쁩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진행을 하던 순례단은 오전 11시 50분에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이 빤히 보이는 여의도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삼보일배 순례단을 환영하는 범종교인 기도회 및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대회에 참여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1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원택스님은 “새만금은 우리들의 부끄러움입니다. 개발이면 무조건 좋다는 무지의 산물이며, 물질의 풍요가 최고인줄 알았던 탐욕에 눈이 멀었습니다. 언제까지 생명의 죽임 위에서 오만방자할 것인가라고 해창갯벌이 우리에게 준엄하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비폭력·무저항·머리숙임의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깨우쳐주셨습니다”고 여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새만금생명교회의 손은하 목사님은 “우리 사람들의 오만과 욕심으로 세상을 파괴하고 있음을 용서하옵소서. 특히, 오늘날 새만금 지역에서의 간척사업이 수많은 생명체들을 죽음의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하나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로 하여금 창조하신 생명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며, 더 이상의 파괴를 멈추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하옵소서”라고 기도해주셨습니다.

원불교 천지보은회 상임대표 이선종 교무님은 “이 네분 성직자들께서는 지난 3월 28일 해창갯벌에서부터 오늘까지 59일 동안 이곳 여의도에 이르기까지 298km를 자신들의 생명을 내놓고 온몸을 던져서 걸음걸음마다 진리를 섬기는 순수한 마음을 모아 참회의 일배, 평화의 일배, 생명의 일배를 거듭하며 고행을 해오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성직자들의 기도수행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생명의 귀중함을 깨달았고,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지켜야하는 양심의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개발보다 더 소중한 보존이 있음을 알았으며, 미물 곤충까지도 공존해야 하는 상생의 원리가 있음을 알았습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황창연 신부님은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간절한 호소는 단순한 자연보호운동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에 생명존중과 평화의 가치관을 정착시키기 위한 커다란 울림입니다.

새만금 갯벌을 보존하는 것은 공존과 조화, 배려와 화해의 21세기를 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일단 하루 속히 중단한 뒤, 갯벌도 살리고 전라북도 도민도 살리는 대안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주길 간곡히 요청합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여의도공원을 돌아 국회 정문으로 가는 삼보일배 길에는 1천6백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기나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려는 염원을 안고 동참한 행렬에 국회의원 이부영·김원웅 의원님도 삼보일배를 하시며 동참하셨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대안을 찾으라는 국회의원 서명에도 108명이나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친 순례단은 여의도공원에 천막을 치고 하루 쉬어갑니다. 내일(5월 26일)은 국회의사당 주변을 삼보일배를 하며 빙빙 돌다가, 모레(5월 27일)는 하루 쉬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은 원불교 신길교당, 점심은 신림교당, 저녁은 여의도교당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새만금 아리랑

<작사·작곡 윤민석>

마음 착한 이들은 들을 수 있지
갯벌에서 숨쉬는 생명의 노래

누가 하찮은 미물이라 무시하는가
누가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가

아! 새만금 갯벌은 생명의 고향
아! 새만금 갯벌은 어머니의 땅

몇푼의 돈에 눈멀고 귀먹은 사람들아
어머니를 욕보이지 말라

<노래를 가꾸는 희망의 숲 http://www.songnlife.com 에서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보라매공원 – 여의도공원 – 국회의사당 (4.2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300.9km)

※앞으로 갈 길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5월 26일) – <휴식(5월 27일)> – 서강대교 – 신촌역 – 이대입구역 – 아현역(5월 28일) – 서대문역 – 서울역 – 남대문 – 명동성당(5월 29일)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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