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三步一拜)의 길 위에
– 이병철
하나, 둘, 셋
목메는 가슴으로
어찌할 수 없는 아픔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새만금, 갯벌, 생명
사랑, 평화, 해방
그 이름을 부른다
가는버들갯지렁이, 담황줄말미잘, 가시닻해삼의 이름으로
각시흰새우, 짱뚱어, 말뚝망둥어의 이름으로
가리맛조개, 그물무늬금게, 큰구슬우렁이의 이름으로
노랑부리저어새와 넓적부리도요새와
검은머리물새떼의 이름으로
바다와 갯벌과 뭍에 사는 유정 무정의 이름으로
하나, 둘, 셋,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무릎 꿇어 엎드려 절하며 부른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땀방울 하나 둘 셋 그 이름을 부른다
가쁜 숨 하나 둘 셋 그 이름을 부른다
절뚝이는 걸음 하나 둘 셋 그 이름을 부른다
생명 평화 사랑 그 이름을 부른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그 이름을 부른다
하늘 땅 사람 그 이름을 부른다
규현 수경 경일 희운
그 뒤를 이은 수많은 당신들의 기도로
당신들의 눈물로, 땀으로, 야위어진 육신으로
해창벌에서 광화문까지
세 걸음마다 한번 절하며
육신을 사르며 열어 온 팔백 리의 길
생명사랑의 길
생명평화의 길
셍명해방의 길
죽어간 모든 넋들의 이름으로
죽어가는 모든 넋들의 이름으로
죽어갈 모든 넋들의 이름으로
살아있던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살아갈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새만금을 부른다
낙동강을 부른다
이 땅, 이 산하를 부른다
새 희망을 부른다
서로 손잡고 더운 심장 맞대며 열어갈 새 세상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을 부른다
당신들이 열어온 길 따라
눈물과 땀방울 피멍울 뚝뚝 떨어진 그 자국마다
막혔던 둑 봇물처럼 무너져 푸른 물결로 다시 넘실댈 해창벌의 노래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살아있음이 부끄럽지 않는 길을
만물이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는 그 길을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땅에 입맞추며 삼보일배의 새 희망으로
생명 사랑 평화 당신의 그 이름을 부른다. 03. 0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