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28일(수), 삼보일배 62일째 – 한강을 건너다

2003.05.30 | 미분류

새만금 갯벌이나 서울 외곽의 큰산들, 지리산, 한라산 모두 중요하지만 도심의 산들이 배수지나 아파트 등을 만들기 위해 다 깍여나간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성미산은 정서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산이다. 비록 3만여평 짜리 작은 산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안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자연이다.

2003년 5월 28일(수), 삼보일배 62일째 – 한강을 건너다
맑음.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



오늘이 5월의 28일, 세 번째로 맞는 28일입니다. 어느새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 날씨로 바뀌었습니다. 해가 쨍쨍 내리쬐면서 아스팔트가 달아올라 맨손으로는 뜨거워 만지지도 못할 정도이지만, 오늘도 순례단은 그 더운 열기를 온몸으로 껴안으며 한강을 건너 아현동까지 왔습니다.

더워지는 날씨만큼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는 분들의 열기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각계각층 3백여명에 달하는 분들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고 2백여명이 직접 삼보일배 고행을 함께 하셨습니다. 오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네 성직자들은 기운을 얻습니다.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분들은 단연 이틀 전에 삭발하고 단식을 시작하신 각 지역 환경연합의 사무국·처장님들입니다. 머리를 깍아놓으니 좀 험악해보이는 얼굴들이지만, 새만금 갯벌의 무수한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삼보일배를 하신 것입니다.



단식을 시작하면 삼일째가 가장 힘들다는데,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삼보일배 고행을 하느라 있는 기력도 다 소진시키는 듯합니다. 두달 동안 삼보일배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나름대로의 의지를 보이겠다고 달아오른 아스팔트 길 위를 맨발로 나섰다가 두어시간 만에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습니다. 저러다가 완전히 쓰러지지는 말아야할텐데 걱정입니다.

그렇게 자신들 몸이 고달프면서도 다들 네 성직자와 새만금 갯벌을 걱정하셨습니다. 환경연합 염형철 녹색대안국장님은 “힘들지만 우리보다 더 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힘들지 않은 척 해야되는데, 의지가 약하다보니까 잘 안된다. 아까 신문을 보니까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을 만든다는데 환경단체는 포함시키지도 않은채 방조제 공사 중단여부는 논의조차 않고 토지 이용 문제만 이야기할 것이라고 한다. 생명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부가 안타깝다”고 걱정하셨습니다.

4월 중순, 금강을 건넌 직후 만나 며칠 동안 순례길에 함께 하셨던 서천 장항의 여길욱 어촌계장님은 “이런 미친 짓이 일어나게 만든 정책입안자들이 자연을 그대로 놔두었더라면, 어민들은 거기서 오손도손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몇푼의 돈 때문에 잠시 눈이 멀었던 어민들이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며, 해양수산부도 정말로 바다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농림부가 추진하는 간척사업을 막아야 한다”며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님께서 수십명의 당원들과 함께 오셨는데, “자연을 사랑해야 사람도 살고 자연을 미워하면 사람도 살 수 없다. 근본적으로 새마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며, 더 이상 개발의 이름으로 환경을 망가뜨리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삼보일배에 참여하셨습니다.

사회당 신석준 대표님도 삼보일배에 함께 하셨는데, “이미 한번 실패했고, 실패가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가 강행한다면 맞서싸워야 한다. 삼보일배를 계기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싸워오신 모습에 무척 놀랐다. 새로운 싸움의 방식을 보여주셔서 감사한다.”

오후에는 신촌을 지났는데, 서강대학교 학생회 학생 십여분이 순례에 함께 하셨습니다.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에 다니는 이승은님은 삼보일배를 직접 해보니 “힘들지만 한번씩 절 할 때마다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왔다. 학교에서 오는 길에 괜히 막 떨렸는데, 전북에서 서울까지 오신 신부님과 성직자들을 뵙고 함께 한다는 게 무척이나 떨렸다. 아직은 운동가로서 부족하지만 그분들의 길을 따라 앞으로 열심히 살면서 운동가의 길을 가고 싶다”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고향이 전주인 대학생 천유상님은 수업을 빼먹고 삼보일배에 참여하셨는데, “전주에 계신 어머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대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보존하려는 마음이며, 우리에게 있는 것들, 나중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삼보일배에 참여하러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신원 철거 문제로 연세대학교 학생과 교수·동문들이 모여 구성했다는 에코연세 교수님 십여분과 학생 마흔분도 학교에서 신촌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나와 순례단에 합류하셨습니다. 장진엽님은 “연신원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청설모와 꿩, 꾀꼬리, 소쩍새까지 살고 있는 곳으로 생태계가 잘 보전된 지역에 있는데, 그런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는 건물이 너무 커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신원 문제를 계기로 인간과 건물, 자연이 조화를 이룰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자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포구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아직까지 싸우고 계신 성미산대책위원회 김종호 위원장님과 회원들께서는 성미산에서 베어진 나무로 만든 예쁜 목걸이를 네 성직자들게 선물하시고, 삼보일배에도 참여하셨는데, 김효진님은 “새만금 갯벌이나 서울 외곽의 큰산들, 지리산, 한라산 모두 중요하지만 도심의 산들이 배수지나 아파트 등을 만들기 위해 다 깍여나간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성미산은 정서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산이다. 비록 3만여평 짜리 작은 산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안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자연이다”며 성미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연신원이나 성미산이나 새만금 갯벌이나 모두 똑같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보다 크고, 보다 많고, 보다 편리한 것들을 가지려고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려 덤비는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오늘 세끼 식사는 서울 진관사에서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삼보일배 순례단이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순례의 마지막 날, 5월 31일(토) 오후 2시에 시청 앞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 촉구대회 및 삼보일배단 맞이대회’가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기원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서강대교 – 아현교차로 (4.8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315.7km)

※앞으로 갈 길 : 서울 아현교차로 – 서대문역 – 서울역 – 남대문 – 명동입구 – 명동성당(5월 29일)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5월 30일) – 광화문사거리 – 시청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관련 사진과 더 많은 내용은 삼보일배 공식 사이트인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으며, 사진과 자료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삼보일배를 홍보하기 위해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http://3bo1bae.or.kr/

※문정현 신부님께서 직접 찍고 편집하신 동영상은 신부님의 홈페이지 http://munjh.inp.or.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삼보일배 순례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다음의 참가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순례단에 참여하시는 분은 삼보일배 진행팀에서 분담되는 실무 및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만금갯벌을 살려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 준비물 : 물, 물컵, 수건 / 무릎 보호대(삼보일배 하실 경우) / 침낭, 텐트, 취사도구(숙박하실 경우)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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