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30일(금), 삼보일배 64일째 – 종로를 지나 조계사로

2003.05.31 | 미분류

“새만금 방조제가 완료된 상태에서는 생명과 환경을 다 죽이는 죽음의 대안만 있을 뿐이지만, 현재 상태로 대안을 모색한다면 생명을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많은 대안이 있음을 명심하여 신구상기획단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용도변경을 위한 기구가 아닌 오직 방조제를 중단한 상태에서 대안을 찾는 기구가 되어주기를 요구”하셨습니다.

2003년 5월 30일(금), 삼보일배 64일째 – 종로를 지나 조계사로
오전 한때 비가 내렸으며 하루 종일 흐림

남부지방에는 폭우가 내리는 등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데 다행히 서울에는 아침에만 보슬비가 조금 내렸습니다. 이처럼 비가 오고 날이 궂은 가운데에도 6백여명에 달하는 많은 분들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명동성당에서 탑골공원과 종각을 거쳐 조계사로 오는 서울 시내 한복판을 삼보일배로 지났는데, 탑골공원에서 YMCA 건물까지 이르는 순례단의 길다란 행렬에 가슴이 벅찼던 것은 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종교와 사상·나이·성별을 초월하여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순례에 동참해주신 가운데, 오전에 이미 목적지인 조계사에 도착한 순례단은 그곳에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는 좀 쉴 수 있었습니다.

조계사 입구에 들어올 때에는 조계사 어머니합창단 여러분들이 나오셔서 고운 노래로 환영해 주셨습니다. 조계사 입구에서 보이는 대웅전 벽면에는 네 성직자의 얼굴을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동안 하루하루 찍은 사진들이 수백장 전시되어 있어 지친 순례단에게 따스한 미소와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조계사에 도착하자마자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에서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지키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셨습니다. 상임대표이신 이정택 교무님께서 낭독하신 선언문에서 “새만금 방조제가 완료된 상태에서는 생명과 환경을 다 죽이는 죽음의 대안만 있을 뿐이지만, 현재 상태로 대안을 모색한다면 생명을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많은 대안이 있음을 명심하여 신구상기획단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용도변경을 위한 기구가 아닌 오직 방조제를 중단한 상태에서 대안을 찾는 기구가 되어주기를 요구”하셨습니다.

세계 시민사회 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요 단체 가운데 하나인 말레이시아 제3세계네트워크(Third World Network)의 치욕링씨도 오셨는데, 그는 삼보일배에 대해 “매우 훌륭한 활동이다. 우리가 환경과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것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인 환경과 조화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을 몸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에는 다양한 사회운동이 많지만, 이것은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움직임일 것이며, 이러한 운동이야말로 세계화되어야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습지의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갯벌과 습지의 실제 가치는 매우 크며 말레이시아에서도 습지보전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삼보일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신 법장스님은 네 성직자들을 친히 불러 만나신 자리에서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생 많이 하고 애 많이 쓰신 것에 대해 고맙다. 역사적으로 보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제 몸을 던지지 않고서는 살릴 수 없다. 네 개 종단의 성직자가 함께 나서서 함부로 자연을 대하던 것에 대해 참회의 기도를 드린 것이 삼보일배이며, 이것은 네 개 종단 모든 신도의 참회이며 국민 모두의 참회이다. 네 성직자는 땅이나 돈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각종 개발이 급격히 일어나다보니 자연이 무시되고 공해가 발생하여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에 다같이 살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삼보일배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일깨워주는 참된 종교가 지향하는 길이기에, 나도 최선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씀하시며, 최근 일부에서 삼보일배 순례단과 성직자들을 ‘이익집단’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도 “이익의 눈으로 보는 사람은 이익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저녁에는 순례단 환영 및 회향 전야 시민한마당이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있었습니다. 반야심경 독경과 참회와 서원의 108배가 끝나자, 순례단을 무대 위에 불러 소개하고 수안스님께서는 직접 그리신 그림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조계종 주지이신 지홍스님은 환영 인사에서 “65일에 걸친 삼보일배 순례의 마지막 밤을 조계사에서 묵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쌀 수입 개방을 앞두고 쌀이 남아돌고 있으며, 지방의 공장부지가 텅 비어있는 상황에서 새만금 갯벌을 논이나 공장부지로 만드려고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생명을 죽이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여러분께서 하시는 이 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며 종교인들이 생명평화와 사회평화를 위해 나서신 모범적인 모습으로, 전국민에게 감동적인 모습으로 각인될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장스님께서는 대중들 앞에서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법문을 들려주셨는데, “모든 생명이 환경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새만금을 살리고 자연 환경을 살리는 일은 결국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들이 서로 같이 살 수 있는 상생의 환경을 만드려면 생명 하나하나를 내 생명과 같이 생각하여야 합니다. 이 세상은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 함부로 손대서도 안되며 파괴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첫 번째 규범인 불살생계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라는 경계의 뜻입니다. 이 마음을 바탕으로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은 다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 고통과 질곡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자비심입니다. 삼보일배 행렬을 이끌어온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김경일 교무님, 이희운 목사님 외 많은 분들이 이러한 자비심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인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모두에게 거듭 일깨워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조계사 어린이합창단의 합창과 고규태 시인님의 시 ‘삼보일배의 노래’ 낭송, 범능스님의 ‘도요새’와 ‘갯벌사랑가’ 노래, 노래공장의 ‘새만금 아리랑’, 김영옥 님의 판소리 ‘삼보일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있었는데, 참석한 7백여명의 대중들은 삼보일배 고행을 보여주는 동영상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명성여자중학교 2학년 9반 선생님께서는 환경교육을 위해 학생 25명과 이 자리에 함께 했는데, 김지영양은 “인터넷으로 볼 때에는 잘 몰랐는데 실제로 동영상을 보니까 얘들이 다 울었어요. 제 입으로 환경보호를 이야기하면서도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렸었는데, 여기 와서 환경보호를 마음으로 느꼈어요. ‘우리 인간은 자연을 잡아먹는 세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충격적이었으며 마음이 울컥했어요”라고 느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함께 온 강이슬양은 “행사를 시작할 때 108배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삼보일배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것도 65일씩이나. 무조건 발전만 하려드는 것이 마음에 안 들고 어이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순례단은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삼보일배 대장정의 마지막 밤을 쉬고 있습니다. 두 달이 넘는 기간동안 천막 치고 다니는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데, 어느새 마지막이라고 하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고 마음이 무거워지기까지 합니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새만금 갯벌의 무수한 생명들을 살려달라는 성직자들의 소리없는 절규와 애절한 몸부림을 본척만척 하고 있으니, 삼보일배는 내일로 마무리되겠지만 네 성직자와 순례단, 아니 우리 모두가 생명과 평화의 세상으로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전북 부안의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320여 킬로미터를 삼보일배 수행으로 오시며 기력을 다 소진하신 네 분은 좀 쉬시게 하고 우리가 그 생명과 평화의 바톤을 이어받아야겠습니다. 그 길에 여러분께서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아침은 청량리성당, 점심과 저녁은 조계사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삼보일배 순례단이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순례의 마지막 날, 5월 31일(토) 오후 2시에 시청 앞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 촉구대회 및 삼보일배단 맞이대회’가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기원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명동성당 – 조계사 (1.6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321.3km)

※앞으로 갈 길 : 서울 조계사 – 동십자각 – 청와대 – 정부종합청사 – 시청 – 광화문(5월 31일)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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