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내딛는 걸음걸음이 갈라진 골을 메울 수 있길.

2003.06.20 | 미분류

세 걸음에 한번 절하며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성냄을 자신 안에서부터 꾸짖고 반성하며,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했던 성직자들의 삼보일배 수행도 새만금 갯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한 현실에서, 오늘(6월20일) 또 다시 길을 나서는 여섯 명의 성직자와 수행자의 출발 기도회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있었다.



김근자수녀, 김현옥수녀, 박후임목사, 양영인교무, 오영숙수녀, 혜성스님이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기도순례에 나선 것이다.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종소리로 시작한 출발 기도회는 새만금 갯벌만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모으는 자리만이 아니었다. 새만금 갯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나에게서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이 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해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고자하는 자리였다.

여섯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를 배웅하며 김영락목사는 “삼보일배의 정신과는 다르게 새만금갯벌을 둘러싼 갈등의 폭이 깊어지는 현실에서 새만금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를 떠나는 것은 매우 뜻 깊고, 아름다운 일”이며, “이번 순례는 이편저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순례이며, 탐욕과 오만의 아성인 서울에서 순수하고 거룩한 대자연 갯벌로 걸어가는 걸음걸음은 우리의 죄를 하나씩 씻어주며, 우리에게 쌓인 불신과 대립의 골을 메우고 화해와 합의의 길로 나가는 순례”가 될 것이라 말씀하였다.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를 떠나며’라는 글 속에서 여섯 명의 성직자와 수행자가 밝혔듯, 삼보일배로도 막지 못한 일을 그 걸음으로 어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또 어떤 의미를 담고 어떤 가능성을 두고 기도순례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더불어 살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겠다는 종교인의 약속이 이 걸음을 재촉하였다.

‘새만금 갯벌을 두고 벌여왔던 그 많은 갈등과 고뇌, 간절한 소망들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보다 나은 내일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것이라 적혀있던 글, 그래서 ‘귀를 막고 서로의 입장을 외면할 게 아니라 손을 부여잡고 가슴을 열고 더 먼 미래를 기대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면 우린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글귀에서 이번 기도순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여섯 명 성직자, 수도자들의 믿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비록 새만금 갯벌이 지금 당장 죽는다할지라도 더디지만 탐욕과 어리석음 오만을 버리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도록 주위 모든 사람들과 함께 변하여 나가겠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는 한 새만금 갯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지금 새만금 갯벌에 살아있는 뭇 생명들이 소중하기에, 그리고 지금 당장 어려운 전북경제 현실에서 고통받는 전북도민들이 있기에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에 나선 여섯 성직자, 수도자들의 걸음걸음이 새만금갯벌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잇는 다리가 되길, 그래서 새만금 갯벌에서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을 살리고, 낙후된 전북경제에 힘들어하는 전북도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걸음걸음이 되길 기원한다.

글 : 윤기돈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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