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알리는 비가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는 우리의 신념을 깨뜨릴 수는 없었습니다. 오전 중에 빗방울은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우비를 입었으나 속옷까지 모두 젖어 추위를 느끼게 했지만 모두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8시에 시작된 4일차 기도 순례는 양성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어 3·1절 기념탑이 있는 언덕을 넘어 평택에 이르렀습니다. 평택에 도착한 시간이 12시가 조금 못되어서 평택 성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2시 40분에 그곳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동물입니다. 어제만 해도 더워서 어쩔 줄 모르고 시원한 음료수를 바라던 사람들이 오늘은 추위를 느끼며 따뜻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 추위를 막아주기에 우비 한 장은 너무나도 모자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자람은 추위에 떨며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평택성당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하러 오심을 보고 봄 눈 녹듯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성심회 김숙희 관구장 수녀님외 3분의 수녀님은 그 많은 비를 맞으시며 오전 내내 같이 걸어 주셨고, 김영락 목사님 외 5분의 기독교 환경연대 실무진들은 오후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더욱이 오늘 저희가 묵기로 한 천안서부교회는 김영락 목사님께서 소개 해주신 곳입니다.(교회가 크고 참 깨끗합니다.)
2시 40분부터 시작된 오후 일정에는 대전교구 외국인 사목을 하시는 강승수 요셉신부님과 부천, 인천에서 노동 사목을 하시는 실무자들도 함께 하셨습니다. 점심에 잘 쉬고 많은 격려를 받아서 인지 발걸음이 가벼워진 순례단은 도중 행사차량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움직이지 않은 작은 사건이외에는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오늘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천안의 입구 정도 되는 직산 삼거리에서 내일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이제 주변을 느낄 수 있을 때도 되었지만 반면에 서서히 불편한 곳이 생기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미소만은 잃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무엇을 바라고 누구를 위해 이러한 기도순례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정의 3분의 1이 지나갑니다. 생활 중에 잠시 우리를 생각해 주십시오. 그럼 우리는 더욱더 힘찬 발걸음으로 기도 순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5일차 소식 때 뵙겠습니다.
2003년 6월 23일 천안에서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걷기순례팀
김태웅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