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 순례 ◈ 제 8일차 ◈

2003.06.30 | 미분류

속속들이 적시는 비를 맞으며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춥다는 거… 너무 발이 아프다는 거…
그리고 졸립다는 거…
정말 원초적인 느낌들만이 살아 숨쉬는 것 같습니다.
빗길을 속력을 내며 달리는 차들에게서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전북 번호판을 단 화물차들이 가끔 “획”하고 지나며
공포스러운 경적을 울리면
섬뜩한 느낌을 느끼는 아주 우울하고 불안한 하루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는걸까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타박타박 걷는 우리 곁을
수많은 차들이 속력을 내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걸음으로 6일을 걸었던 그 길은
자동차로 두 세 시간이면 족한 거리였고…
우리가 그토록 막고 싶어하는 방파제를
부수뜨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힘을 능가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우린 반비례의 법칙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치 불가능하다는 단어의 의미가 바뀐 것처럼…..
매우 단순하게…
매우 어리석게…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종교인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신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이기에
생명의 귀중함만을 생각하며
고장난 계산기처럼
계산되지 않는 상황을 인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린…
오직 하나만을 믿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사랑만이 남을 것을 압니다.

2003년 7월 27일 늦은 저녁 내일을 준비하며…
새만금 갯벌과 전북민을 위한 기도순례단
김현옥 수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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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라고 하더군요. 오늘 정말이지 비가 너무나도 많이 내렸습니다. 우비를 입었어도 속옷까지 다 젖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걸어가던 23번 국도는 비를 피할 마땅한 장소가 드물었습니다. 폭우와 이에 밀려오는 피곤함.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든 상황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강행군을 했습니다. 2시간 반만에 12킬로미터를 걸어갔으니까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을 얼굴에 가득 머금은 채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그렇게 계속 전진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혜성스님의 500원짜리 크기의 물집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그 크기가 커지고 있고, 물집이 없으셨던 다른 분들도 서서히 한분 두분 생기고 있습니다. 밤마다 근육을 풀기 위해 마사지를 열심히 하시고 물집을 터트리시느라 정신이 없으십니다. 어제는 너무 더워 힘들었다면 오늘은 폭우로 인해 힘든 하루였습니다. 양영인 교무님은 한동안 다리에 쥐가 와서 힘들어 하셨습니다.

오늘은 용안성당에서 신세를 집니다. 어제도 이야기했듯이 전라도 지역으로 들어올수록 분위기가 점점 더 긴장 되어갑니다. 지금 용안성당 밖에도 경찰이 배치 되어있습니다. 우리를 전라도 지역에 못 들어가게 하겠다고 어떤 사람이 이 지역 TV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목 길목마다 집회신청을 했다고 하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방문해 주시는 각 종단의 어른분들과 신도분들. 특히 이번에 깨달은 경찰관 아저씨의 고마움은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다른 날도 그랬지만 특히 오늘 선도 해주신 경찰관 아저씨들은 끝나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시는 배려까지 해 주셨습니다.

어제 그간 출장 갔다가 오셔서 함께 해주신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 본부를 같이 맡고 계시는 조대현 신부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문규현 신부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은 논산을 지나 전라도 지역에 들어 갈 것 같습니다. 정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비가 와서 직접 오시기 힘드시겠지만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2003년 6월 27일 8일차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단
김태웅 (천주교환경사목위원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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