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날이었습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내내 배운 것이 ‘정직하게 살아라’ 그리고 ‘착하게 살아라’ 였습니다. ‘ 다른사람과 의견이 다르더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이 소수라 하더라도 존중할 줄 알아라’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나오고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배우는 그런 학문의 하나라고 느껴지는 날 이었습니다.
예상을 했지만 막상 ‘그분’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분들로 하여금 듣도 보도 못한 욕을 한가득 먹고 나니 갑자기 우울해 졌습니다. 강경을 지나 용안으로 향하던 길에서 40여명의 새만금 사업 찬성자들은 우리들을 기다린 채 열심히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XXX야 수녀질이나 똑바로 하지, 미친X’, ‘늬들이 갯벌을 알아?’, ‘저것들이 노망이 들었나?’……
다섯 분의 수도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무섭고 두려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무엇이 같은 민족, 국가의 사람들 사이에 이런 골을 만들었나 하는 그리고 계속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너무나도 속상하고 서러워서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아마도 내일은 더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오늘은 해창 갯벌에 위령제가 있어 많은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여진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일도 무사히 잘 진행 되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들을 이해하고 잘 알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우리를 향해 욕을 하고 달걀을 던지신 분들을 용서하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느 한부분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러기 위해 이 기도순례를 하는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기도순례 끝까지 사랑의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를 격려 해주시기 위해 오신 분들을 기억하며 소식을 마칩니다.
2003년 6월 28일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팀 김태웅 (천주교 환경사목위원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