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내원사 지율스님]단식 서른하루째 – 신

2003.11.04 | 미분류

걸을 때 마다 뒷발굼치가 신발에서 빠져나간다.
아, 하고 마음속으로 짧은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제 내게서 헐거워져가고 있다.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춤도
자꾸 품이 넉넉해지는 적삼도….

오후에 정보과에서 찾아와 강제입원을 시키겠다고 한다.
그것이 현재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의 지시사항이다.
저들은 헐거워져가는 내 육신에 또다시 손을 대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면 …내가 사랑했던 모든것에 손을 댈것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것은 무엇일까?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져가는 이 사회의 풍토에서
날마다 죽어야 사는 이 사회에서
죽음에 대해 연민 할리 없는 저들이…..

나는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또한, 진실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단식 서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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