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도롱뇽 소송]도롱뇽이 쓰는 편지

2003.11.08 | 미분류

도롱뇽이 쓰는 편지

우리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우리 도롱뇽은 인간이 생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본능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도롱뇽은 인간들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수차례에 걸친 지구 환경의 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하면서 자연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도롱뇽은 이유도 모른 채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고 최근에서야 그 까닭이 인간이라는 종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지구 생명의 원천인 숲과 하천과 바다를 파괴하고 물과 공기와 땅을 오염시키며 우리와 이웃생명의 생존에 크나큰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우리는 천성산에 우리의 삶터인 늪과 계곡을 파괴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려하면서 개발을 하려는 사람들이 우리를 생명의 호적에서 없애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천성의 바위틈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온 우리를 이미 사라져간 종으로 취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사람들이 파괴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에 크나큰 슬픔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주 느리게 움직이며 썪은 나무등걸이나 바위틈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 본능이 있읍니다.

만일 산줄기에 구멍이 뚫려 천성의 아름다운 늪과 맑고 긴계곡이 사라져 버린다면 태어난 물가에 돌아가 알을 낳는 우리 종족들은 멸종하여 버리고 말것입니다..
사람들은 쫒기는 동물과 멸종 위기에 놓인 우리 생물들이 겪은 슬픔과 비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인간의 걸음걸이가 두렵기만 합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해 왔고 수없이 많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된 우리의 노력은 도롱뇽의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의 존재가 아름다운 지구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여 주시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우리의 손을 잡아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친구들의 손을 잡고 두려운 마음으로 인간의 법정에 서려고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가 사람의 법정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아픔이 있었는지는 헤아려 주기를 바라며 우리를 포함한 뭇생명의 생존권을 인정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생명공동체로서의 연대관계를 통해 아름다운 우정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하고
사라져 가는 많은 생명들의 손을 잡아 주는 작은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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