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도롱뇽 소송]꼬리치레 도롱뇽에 대하여

2003.11.08 | 미분류

꼬리치레 도롱뇽에 대하여

꼬리치레도롱뇽은 우리나라 양서류 중 매스컴을 자주 타는 종이다. 경상남도 산청군 소재 지리산의 양수 발전소 건설 부지의 계곡에서, 동신 레저산업 측에서 골프장과 스키장을 추진하려던 충청북도 영동군 소재 민주지산 물한리 계곡에서 그 존재가 발견되어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려한 자연 환경의 명맥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해 준 바로 그 고마운 생명이다.

도롱뇽, 두꺼비, 수원청개구리, 북방산개구리와 함께 1993년 환경처에서 고시한 특정 야생동물로 지정 법적으로 보호받는 양서류 5종 중의 한 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은 비슷한 도롱뇽에 비해 몸이 가늘고 꼬리가 특히 길다. 눈이 툭 튀어나온 성체의 경우 몸길이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또한 꼬리치레도롱뇽은 갈색 바탕에 노란색의 반점이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흩어져 있어 흑갈색 도롱뇽과는 쉽게 구별된다. 도롱뇽은 경작지 주변의 계류에 서식하며 비교적 수질 오염에 강한데 반하여 꼬리치레도롱뇽은 수온이 차고 용존 산소량이 풍부한 산간 계류의 샘물 솟는 곳에 서식하며, 노랗게 잘 익은 둥근 옥수수 알갱이처럼 생긴 알에서 부화하고도 1년 이상 차가운 물 속에서 유생기를 보내는 특성이 있어, 계류의 오염은 꼬리치레도롱뇽이 살아가는데 매우 치명적이다. 그래서 그럴까, 꼬리치레도롱뇽의 존재는 곧 그 지역의 생태계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1급수라는 것을 웅변한다.

과거 우리나라 모든 산간 계곡에 분포하였던 꼬리치레도롱뇽은 그 존재 자체가 매스컴의 화제가 될 만큼 분포 지역 및 개체 수가 줄었다. 산간 도로 공사 시 토사의 계곡 유입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절단되어 꼬리치레도롱뇽의 이동로가 차단되었으며 사람들에 의한 농약 및 오물 투입 등의 서식지 파괴가 꼬리치레도롱뇽의 주요 감소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계곡에 토사나 오물이 투입되면 물이끼와 같은 계곡 내 초식동물의 먹이가 죽거나 감소하고 이는 수서 곤충 및 소형 곤충류 등 꼬리치레도롱뇽의 주요 먹이를 고갈시켜 꼬리치레도롱뇽을 도태시킨다. 서식지 피해가 없던 계곡도 개설된 도로와 질주하는 차량과 사람으로 인한 꼬리치레도롱뇽의 이동로가 차단된다. 동종간의 서식지 단절은 다양한 환경에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를 갖는 다양한 개체의 유입이 차단되어 격리 집단 내에 근친교배가 누적됨으로 해서 집단 내 악성 유전자가 축적되고 이로서 많은 개체가 살아남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점점 좁아만 가는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 장소는 곧 우리네 사람의 생존 기반이 좁아져 간다는 사실의 암시다. 꼬리치레도롱뇽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 우리 사람도 결국 이 땅을 떠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꼬리치레도롱뇽이 살 수 있는 환경을 확대시켜야 한다. 대다수 국민 정서와 이격된 골프장이나 스키장과 같은 사치성 놀이 시설은 물론 산간 계류의 샘물을 차단하거나 지하수의 수위를 낮추는 터널도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에 치명적일 경우가 대단히 많다.

전국의 맑고 찬 1급수 계곡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꼬리치레도롱뇽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산간 계류마다 이어졌던 분포가 비록 띄엄띄엄 끊어졌지만, 샘물이 솟는 계류를 중심으로 보전할 수 있다면 그 가녀린 명맥이나마 유지할 여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를 위해 현재 개체수가 충분한 지역은 필수적으로 보전해야 할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체수가 적은 지역은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수량마저 불규칙하여 물길이 자주 끊어진다면 후손을 이어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꼬리치레도롱뇽의 멸종을 막으려면 개체수가 충분한 곳을 찾아 보전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참고로, 경부고속전철을 위한 터널이 예정된 천성산은 수량이 맑고 차가운 풍부한 지역이다. 그를 반영하듯 멸종위기에 처한 특정야생동물인 꼬리치레도롱뇽의 개체수가 충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급히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마땅할 것으로 판단한다.

박병상(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공동대표, 한국 척추동물 분류 및 생태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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