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도롱뇽 소송]권리찾아 인간법정에 서는 도롱뇽

2003.11.12 | 미분류

* 다음의 글은 인제대학교 법학과에서 환경법을 전공하시는 강재규 교수님께서 작성한 글로서, 지난 10월 15일 부산지방법원에 제기된 천성산 도롱뇽소송을 법리적으로 지원하고자 작성하여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글입니다. 도롱뇽 소송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인간의 개발논리에 밀려 뒷전에서 눈치만 살피며 사람들의 은전만 기다리던 자연이, 천성산 도롱뇽을 앞세워 인간의 법과 제도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드디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 인간의 법정에 직접 나서게 되었다.

양서류에 속하는 도롱뇽은 몸길이가 겨우 15㎝정도로 매우 날렵하며, 갈색바탕에 암갈색 둥근 무늬를 띤 납작한 머리와 튀어나온 눈이 특색인 도마뱀의 일종으로, 주로 늪이나 계곡에서 서식하는 ‘1급수환경지표종’이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는 한국철도건설공단을 피고로 하고, 원고는 천성산 ‘도롱뇽집단’으로 희귀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이 원고측 대표로 나서며, 천성산 지킴이 내원사 지율스님이 이들을 대신하여 원고인 자연(도롱뇽)의 권리를 다투게 된다.

원고들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측이 천성산의 생태학적 또는 환경적 조사평가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환경·교통·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을 위반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내려진 고속철도 건설허가는 위법하므로, 먼저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원고가 ‘야생동물’이고 가처분 대상지역이 광범위해 수용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며, 사건을 다룰 관할법원도 본안소송이 제기돼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도롱뇽은 현행법과 소송제도 아래서 그들의 권리를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의 법과 소송제도는 이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를 않다.

천성산을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과 실천으로 지키겠다는 내원사 지율스님은, 천성산이 품고 있는 모든 생물·무생물을 자신의 존재의 일부로 여기면서, 삼보일배와 반복되는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면서 천성산을 붙들어 세우지만, 정치적 결단을 통한 해결은 별개로 하더라도, 현행법과 소송제도가 가진 한계 때문에 이번 소송이 그렇게 희망적이지를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자연의 권리소송이 될 이번 천성산 도롱뇽소송은, 소송 당사자나 법률가·법학자·환경단체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서는, 환경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환경보호와 관련한 현행법과 소송제도가 가진 결정적인 결함을 들추어냄으로써, 앞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번의 자연의 권리소송인 천성산 도롱뇽소송을 우리나라 환경보호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소송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롱뇽소송이 현재의 법제를 가지고 실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힐 것인지, 또 그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원고로 세운 도롱뇽의 당사자적격이 문제될 것이다. 현행법상 소송의 당사자는 권리주체가 되어야 한다. 즉 사람과 같은 자연인, 국가와 같은 법인, 법인격이 없는 단체(사단, 재단)라도 대표자가 있으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현행법은 인간을 중심으로 법체계를 구성한 것이므로, 법원이 현행법 아래서 야생동식물에게 당사자자격(원고적격)을 인정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야생동식물을 원고로 내세워 다툰 몇몇 소송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을 받아 최근 일본에서 제기된 자연의 권리소송(아마미 야생토끼소송 등)에서는 자연물에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필자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보는 생태(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야생동식물 등 자연물에도 소송의 당사자적격(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민법이나 상법같이 전통적인 사법은 개인간의 이해조정에 목적을 둔 법이므로, 원칙적으로 당사자는 주관적인 권리이익을 다투는 이해당사자인 전통적인 인(자연인, 법인)이 되어야 하겠지만, 행정법의 경우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 등에서는 피고를 권리주체가 아닌 행정청을 피고로 하도록 현행 행정소송법이나 행정심판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행정소송의 당사자적격은 탄력적으로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리란 생각이 든다. 행정소송제도의 기능 또한 개인의 이익을 구제시켜주는 주관적 기능과 더불어 행정의 적법성을 담보하는 객관적 기능도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환경법의 경우에는 법률의 목적이 인간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만 제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생태계)자체의 보호를 위해서 제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기 위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을 규제하는 국제조약이나 국내법, 오존층보호를 위해 프레온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나 국내법,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이나 법률은, 우리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 나아가 지구환경자체의 보호를 위한 상당히 공익적이고 객관적인 법률인 것이다. 그렇다면 소송제도 역시 환경법의 성질에 맞는 제도를 준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미국 환경법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시민소송제도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환경법의 보호법익 또한 민법이나 상법처럼 개인의 법익보호를 넘어, 인류익(미래세대 포함)· 지구익·생태익의 보호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민법·상법처럼 주로 개인의 법익보호를 위한 소송에서의 당사자적격과, 널리 인류·생태·지구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환경법 관련소송에서의 당사자는 달리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번의 도롱뇽소송이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도롱뇽이 원고로서 직접 법원에서 자신의 권리를 다툴 수 없으므로, 지율스님이 도롱뇽을 대리해서 다툴 수 있도록 당사자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환경법의 실효성 확보를 소송을 통해 담보할 수 있게 하는 길이고, 그것이야말로 법을 제정한 진정한 목적이자 이념이라 생각된다.

현행법의 규정방식이라면 환경법을 제정해 두고 그것을 집행하는 행정청이 적극적인 집행을 하지 않거나, 법 위반자에 대한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면, 환경법의 실효성은 담보되지 못할 것이다. 민법 등 사법은 물론이려니와 일반법률도 그 위반자에 대하여 그러한 법률위반행위로 권익을 침해받은 자에게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런데 환경법의 실효성 확보는 행정청이나 검찰의 권한에만 맡겨버린다면 환경법의 공익적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나, 다른 법률과의 형평에 비추어보더라도 법의 결함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공익과 관련성이 깊은 환경법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재판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국민주권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도 맞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권리 소송을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자연은 국민 전체, 미래세대를 포함한 인류 전체의 이익, 나아가 생태익·지구익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그 어떤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역은 그 공공성으로 인하여 일반 국민에 의한 통제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 대한 국가나 사인의 공공이익의 침해에 대해서는 개인의 주관적 이익침해와는 거리가 멀어 공익의 수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공적 영역이라도 개인의 주관적 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경우에는, 개인이 자신의 권리이익을 보호하고자 수행하는 사적인 소송활동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공공성의 침해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데 반해, 공공성은 강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구체적인 이익과 견연성이 희박한 영역에서는 공공성의 보호를 행정의 자율에 맡겨버리거나, 효율적인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이러한 영역에서 공익대표자인 환경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측은 고속철도건설허가처분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검토하기 전에 행정절차의 위반과 관련된 최근의 동향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오늘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한 주민참가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주장되고, 또 행정절차법이나 개별 법률을 통해서 주민참가를 제도화하는 예가 많다. 행정청이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하여 정책결정을 하였을 때, 절차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하지만 기존의 소송제도 아래서는 법령상의 절차위반이 최종적인 허인가의 효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여부가 다투어진다. 예컨대 일본 최고재판소는 군마(群馬)중앙버스사건에서 공청회의 하자와 같은 절차위반은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자연보호행정의 경우에는 행정청에게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고 있고, 동시에 환경영향평가절차나 공청회에서 제시된 중요한 의견들(지질·연약지반, 수해·붕괴우려, 귀중한 동식물의 서식 또는 주민의 반대 등)이 정책판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며, 행정절차를 시정함으로써 결론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에는 절차의 위반이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가 아니라,  그 당시 당사자에게 절차가 어떠한 의미를 가졌었나  하는 점을 중시여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는 절차위반이 행정결정에 미친 영향보다는, 당사자에게 있어 절차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라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고속철도건설허가는 환경영향평가서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고, 거기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면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의 권리소송이라 할 수 있는 천성산 도롱뇽소송을, 현행 법제도의 틀 속에서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았다. 법원이 소송에서 현행법을 필자가 희망한 대로 해석하여 천성산 도롱뇽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러한 기대는 준거법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 법원의 보수적인 태도에 미루어 승소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앞에서도 설명하였지만 이번 천성산 도롱뇽소송이 우리나라 환경보호법제의 문제점을 일반국민이나 법률전문가, 환경단체 등이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우리의 환경법제를 실효적인 환경보호규범으로 고쳐나가는 발단이 될 수 있다면, 천성산 도롱뇽소송은 분명 우리나라 환경보호사에 중대한 획을 긋는 터닝포인트가 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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