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도롱뇽 소송]철학-과학공방

2003.12.03 | 미분류

<경향신문>
28일 오전 11시 울산지법 111호 법정.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구간 착공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다.

윤인태 부장판사가 원고 ‘도롱뇽’의 출석을 확인하자 지율스님이 나서 “도롱뇽은 나오지 못했으나 도롱뇽의 친구들이 왔다”고 말했다. 윤부장판사는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으나 함께 한 단체가 있으니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재판은 도롱뇽이 실제 피해가 있는지, 다음달 15일 천성산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30여분만에 끝났다.

공방은 법정 밖 복도에서 벌어졌다. 지율스님이 기자들에게 “다음달 중순이면 도롱뇽이 겨울잠에 들어간 때여서 걱정스럽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말을 들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울산사무소장 허억준씨는 “지난 석달간 천성산을 답사했지만 도롱뇽 한마리 못봤다”며 “철학만 있고 과학은 없다”고 공박했다. 이에 지율스님은 “역사에 기록할 만한 발언이다”라며 “산을 400번 오르며 확인했고 방송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이 있다”고 반박했다.

허씨가 다시 “스님이 정서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과학으로 답변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담스럽다”고 하자 지율스님은 “과학은 몇백년간의 지식의 축적이지만 우리는 수천년동안 땅을 밟고 지내온 조상의 지혜에 기대고 있다”고 응수했다.
< 김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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