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내원사 지율스님]지율, 숲에서 나오다

2004.04.10 | 미분류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이 지난 3년간 숲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불살랐던 기록을 담은 「지율, 숲에서 나오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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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 봄에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 읽을만한 책으로 ‘지율, 숲에서 나오다’를 꼽을 수 있다. 경남 천성산에 있는 내원사의 지율 스님은 시인·사진작가이고,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비구니인 지율 스님은 경부 고속철이 관통할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 지난해 45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였던 ‘천성산 지킴이’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대신해 공사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 지법에 냈고, 각계의 후원자들도 여기에 참여함으로써 일명 ‘도롱뇽 소송’으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은 스님이 직접 찍은 천성산의 생태계 사진을 토대로 스님의 단식 일지와 산중에서 마주친 자연이 전해준 깨달음을 기록했다.

“일생에 수없이 많은 봄을 지나면서도 단 한번도 움트는 봄의 생명을 자신의 뜰로 운반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털어놓은 스님은 야생초 한 포기에 대해서도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모든 생물과 사물에 대한 자비를 묵묵히 베풀자고 호소한다.

천성산 얼레지를 살리자

그래서 스님은 “한 방울의 이슬이 되어 보려는 노력과 마찬가지로 꽃이 되거나, 나무가 되거나, 숲이 되거나 자유로운 새가 되어 보자. 때로운 차가운 바위에 붙어 비를 기다리는 이끼가 되어 보기도 하자”며 인간과 자연의 일체, 즉 초록의 공명(共鳴)을 예찬한다.

지율 스님은 단식투쟁에만 그치지 않고 천성산 구석구석 직접 돌아다니면서 측정한 생태계 관찰을 토대로 천성산 모델을 만들어 실제 고속철 통과가 그 산의 식물과 곤충·조류·포유류 등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제시하면서 수많은 후원자들을 만들어 왔다. 한 후원자가 쓴 짧은 시도 이 책에 실렸다. “얼레지, 진달래, 현호색 등 봄꽃들이 나에게 전해주는/생명의 아름다움과 생동하는 에너지를 흠뿍 받고 돌아왔더니/지금 나도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사람들이 나를 보면서/환해졌으면 좋겠다.”

이 봄날에 우리 모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온 누리를 환하게 밝혀보는 것이 어떨까라고, 초록빛 짙은 책들이 속삭인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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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숲 지키려 몸으로 포클레인 맞선 스님

(::지율, 숲에서 나오다::)

“현대식 빌딩 초라하게 쳐진 텐트 속에서 한철을 보내며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에서 저는 동네어귀 시냇가에서 장어를 잡으러 발목을 적시며 헤매던 아이였으며, 하늘 높이 나는 나비 였으며, 부드러운 땅 속을 기어다니는 땅강아지였습니다.
꿈과 추억으로 다가오는 이 작은 생명들에게 참회하며 추위와 배 고픔 그리고 소음을 견디어 냈습니다.…”

천성산의 뭇생명과 돌과 물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38일간의 단식 기도, 38일간의 3000배 기도에 이어 다시 45일간의 단식 정진을 해낸 경남 양산 내원사 비구니 지율스님이 지난해 봄 첫 단식을 마치며 쓴 글의 일부다. ‘천성산을 이고 살았던’, 하지만 천 성산의 ‘숲을 지키고자 숲에서 나와야 했던’지율스님이 그 뒤 3년여의 시간들을 기록한 글과 사진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천성산 도롱뇽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지율, 숲에서 나오다’(숲)란 제목의 단아하고 작은 책이다.

리타 테일러(영남대 영문과) 교수가 지난해 ‘녹색평론’에 쓴 글처럼 “열정적인 생태주의자이자 시인이며, 동시에 타고난 예 술가적 재능을 지닌 사진 작가이기도 한” 지율스님은 책을 통해 “사진과 묵상, 시와 이야기들을 모아 직접 천성산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깊이 심금을 울리며 합창하는 산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꿇어앉은 스님의 닳아 구멍난 양말 뒤꿈치가 인상적인 책의 표지 를 넘기면, 천성산 내원사 계곡과 화엄벌, 그리고 아스팔트에 꿇 어앉은 지율스님의 사진. 계속해 책장을 넘기면 두번째 곡기를 끊고, 천성이란 화두로 45일간 단식하며 쓴 스님의 단식일지와 사진으로 이어진다.

“산이 게으른 수행자였던 저를 불러세웠던 그 순간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바위를 깎는 포클레인 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아 주 가느다랗게 들렸습니다. ‘거기 누구 없나요? 살려주세요…. ’”

지금 전국의 산하에 울리는 이 소리를 따라 낯선 거리에 나섰던 그는, 그동안 2차례에 걸쳐 모두 83일간의 단식과 38일간 모두 11만4000배의 기도 정진을 지나, 이제 벌목이 시작된 천성산의 공 사현장에 꿇어앉아 온몸으로 포클레인을 막아내고 있다고 책은 전한다.

김종락기자

구입문의 017-586-5348 박현호
             031-902-5053 도서출판 ‘숲’
(수익금전액은 천성산 보전을 위해서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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