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 인간에 의해 파멸되다.

2005.06.24 | 미분류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 인간에 의해 파멸되다.
– 버림받은 국가자연유산의 슬픈 역사, 을숙도

갈대밭 사이로 하늘을 검게 덮으며 날아오르는 새들을 배경으로 지는 일몰과 끊이지 않던 뱃사공의 풍어를 기뻐하는 노래소리….
드라마 ‘호랑이선생님’과 ‘피아노’, 라면 CF, 각종 영화의 장면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면 한번은 본 일이 있는 한국 사람들의 자연의 고향인 을숙도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그래서 습지의 중요성과 환경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인 1966년에 국가자연문화재로 인정되어 문화재관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국가유산 보전을 의무화하게 된다. 이후에도 낙동강하구 및 을숙도는 연안오염특별관리구역(1982, 환경부), 자연환경보전지역(1988, 건설교통부), 자연생태계보전지역(1989, 환경부), 습지보호지역(1999, 환경부)로 중복 지정된다. 이들 법이 엄격히 적용되었다면 낙동강하구 을숙도는 세계적인 대자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낙동강하구 을숙도는 하구둑 건설(완공;1987)을 시작으로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에서 인간이 저주한 파괴의 땅으로 변화되어 갔다. 당시 하구둑 건설은 국제적인 비난과 반대 압력을 받았고 군부독재는 하구둑 건설 조건으로 세계은행에게 철저히 보전하겠다고 약속하고 공사를 강행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 본격적인 매립과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까지 각종 매립 및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을숙도를 제외하고는 육지부의 자연습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전의 주체인 문화재청과 문화재보호법은 개발을 위한 들러리를 맡았으며, 부산시는 명지주거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 허가를 받기 위해 더 이상 개발을 하지 않고 보전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부산시는 명지주거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을 시작하면서 1993년에 명지대교 건설 계획을 도시계획시설(도로)결정 및 지적고시를 하고 1996년 기본설계용역에 착수하고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결정하게 된다. 2000년 사업계획은 일부 환경단체와 노선을 합의하고, 부산시장은 ‘낙동강하구보전시민선언’을 하는 등 본격화되는 듯하였으나 곧 문화재청에 의해 백지화된다(2001년).

낙동강하구의 핵심 지역인 을숙도는 이와 같은 개발과 보전 약속 불이행의 모순에서도 상징적이다. 을숙도에는 하구둑 건설과 함께 1·2차 압축쓰레기매립장, 분뇨처리장, 자동차극장 등이 국가의 허가 아래 조성되었으며 결국 명지대교 건설이 허가(2005.06.08, 환경부)되었고 대형 주차장을 겸비한 을숙도 생태공원이 조성 중에 있다. 이에 대한 눈가림으로 을숙도에는 문화재청이 수십억을 지원한 인공도래지가 조성되었으나 그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을 시작한 명지대교는 환경부가 예산을 지원한 을숙도 생태 복원지 위를 관통하여 환경부가 복원지의 기능을 못한다고 밝히게 된다. 부산시는 이에 더해 을숙도에 스포츠 파크 조성계획을 밝히고 있어 을숙도 전체를 유원지화하려고 하고 있다.

낙동강하구 을숙도는 지금도 국내 습지 중에 종양성 1위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며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인정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가연안통합관리계획(2000년)에서 습지복원사업 시행을 정책방향으로 설정하였으며, 문화재청은 더 이상의 파괴를 막기 위해 <낙동강 철새도래지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수립(2004)>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였다. 환경부는 명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보전적 가치가 높은 곳”임을 인정하고 람사 및 OECD 협약국으로서 낙동강하구 을숙도 보전이 국제적인 과제임을 밝히기도 했다. 제2의 하구둑이라고 불리는 명지대교 건설과 관련하여 한국조류학회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2001) 일본에서는 낙동강하구 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었고(2002년) 람사협약의 국제기구인 동아시아 오리·기러기 네트워크(anatidae)에서 보전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부산시에 공식적으로 전달하였다(2003).

을숙도는 현재까지 끊임없이 국가의 허가 아래 개발과 파괴가 자행되고 이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 보전 약속과 복원이 반복되며 여전히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모순의 땅이다. 그러므로 을숙도의 보전은 개발과 보전의 모순을 극복하고 현명한 정부의 대처와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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