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나누기]지율스님의 운하에 대한 글

2008.02.06 | 4대강, 미분류

얼마 전까지 저는 운하문제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TV와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3당 대선주자의 공약이었던 천성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들을 통하여 공약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운하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천성산 관련 기사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면서였습니다. 운하문제는 곧잘 고속철도(천성산) 문제와 비교되며 회자되고 있어 운하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기 시작한 것은 보름전입니다. 그럼으로 이 이야기는 불과 보름 동안 제가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한 ,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도출된 결론이라는것을 먼저 말씀드리며 이에 대하여 반론이나 보충 자료가 있다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제일 먼저 접속했던 운하관련 싸이트의 메인화면에는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계신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승환위원장의 토론회 동영상이 떠있었습니다. 국회예산 결산 특별위원회 위원이신 박승환 의원께서 발제하신 내용은 주로 운하를 놓는 첫째 목적인 물류에 관계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 토론회의 동영상을 보면서  지난 5년 동안 고속철도 공단으로부터 수백 번도 더 들은 물류 이야기와 언론사와 학계, 연구소와 법조계에 배포했던 책자와 그 글을 인용하였던 연구 보고서들을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놀란 일은 물류전문가라고 소개되고 계신 박승환 위원장님께서 승객 전용열차인 ktx와 운하를 화물 중심으로 비교하고,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 사업과 아직 구상중인 운하사업의 사업비를 출발선에서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불가의 화두 중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 끝만 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달만 잃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 땅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려하면서 운하 뿐만 아니라 고속철도가 놓인 이유와 목적까지 소홀히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고속철도 공단에서 발행 한 고속철도 홍보자료입니다.

의원님이 말씀 하셨듯이 13조를 들여 완공한 1단계 고속철도는 매년 수천억의 적자가 발생하여 세금을 먹는 하마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조1900억을 더 들여 천성산을 관통하며 개통을 앞두고 있는 고속철도의 명분은 물류수송입니다..

위 홍보지에 의하면 2010년 ktx가 완공 후 기존 경부선 철도는 화물 전용철도로 변형되어 현제의 상태에서 8배 이상 물류수송 증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부선 축 물동량의 5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의원님이 토론회에서 말씀하신 운하 운송의 예상 수요 15%는 화물선이 실을 수 있는 화물랑을 가득 적재하고 (200개) 운하통과 최대 횟수인 하루 12회를 350일 운항 했을 경우의 수치로,  평균 수치로 계산한다면 그 보다는 3분의1일 정도 낮은 10%-12% (50-60만개)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가 없이 잘못된 수치에서 시작되고 계획 된 국책사업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고속철도 문제를 통해 보았습니다.  흔히들 고속철도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5조 8천억원의 예산이 4배 가까운 19조 9천 억원으로 증가 문제를 쟁점화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문제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수요가 2배 가까이 증가 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예상 수요의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승객수요입니다.

비록 지난 한해 동안, 고속철도를 이용한 승객은 전년에 비하여 조금 늘었다고 하지만 전체 철도 이용객은 400만명이나 줄었고 그 이유는 승용차의 대중화와  연계 교통망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도 현황은 경부선 외에 중부내륙 고속도로, 중부고속도들이 확장되어 (서울 부산간 387.78km) 고속버스로 서울- 부산간 4시간20분 밖에 소요되지 않으며 평일에는 4시간 주파가 가능합니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철도망입니다.

위 지도에서 보면 운하가 가는 길은 이미 교통망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더구나 지난해부터 운하의 물길과 중복되는 서울- 충주 간 중부내륙 철도가 추진중에 있으므로 내륙지방을 연계한 관광화라는 명분 역시 작위적 발상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물류문제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조금만 관심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타당성 검토와 사전준비를 허수로히 한 개발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닥아오는지 수차례 보아왔고 충분히 경험한 일입니다.

더구나 구상중인 운하는 그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자연 생태걔와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올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 물길을 바꾸고 땅을 뒤집는 대규모 토목사업입니다

만일 이 사회가 상식을 거부하고 기적과 같은 변화를 위해 운하사업을 강행한다면 그 시험대 위에 놓이는 것은 국민들이며 재앙은 이 땅에 올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운하를 공론에(투표) 부치자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하 문제의 대안은 운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앞서 이 시대에 우리가 정립해야 할 소중한 가치와 현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이 땅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일으켜 세우는 일부터 돌아보고 난 후 마지막에 대규모 국책사업이 가져 올 환경파괴와 실익의 문제로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의 출발이 그르지 않다면 우리가 돌아가게 될 시점은 우리가 혼란 속을 헤매게 된 – 길을 잃은 그 시점쯤이 될 것이며, 길을 잃은 그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행착오로 인하여 얻은 지혜를 미래로 옮겨놓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는  관광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여보려고 합니다. 운하에 대한 의견이나 자료를 가지고 계시면 초록의 공명 게시판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운하 문제를 통해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운하문제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가 정리되는 곳이 있고 그 상식적인 이야기들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 지율

http://www.choro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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