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 이야기

2005.08.09 | 미분류

이번 바다학교에서는 세밀화 과정이 준비됩니다.
작년까지는 연필로 그리는 작업만을 했는데, 이번에는 물감으로 채색하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전체 준비는 ‘세밀화로 그린 갯살림 도감’을 작업하신 보리출판사 백남호 선생님께서 하십니다.
세밀화에 관련된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참고하세요.

세밀화 이야기-백남호

“사진으로 된 도감도 많은데 왜 힘들게 그림으로 그리나요?”
‘세밀화로 그린 갯살림 도감’ 을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제가 처음 세밀화를 봤을 당시 제가했던 질문이었기도 합니다.
세밀화 한 점을 완성하는데 보름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개체에 따라 더 짧을 수 도 있고 더 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밀화로 도감을 만드는 걸까요?
사진은 세밀화를 그리는 긴 시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짧은 순간에 촬영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이 많이 나타납니다.
카메라의 렌즈는 찰칵 하는 한 순간 한 곳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표적으로 꽃을 찍어보면 알 수 있는데 꽃잎에 초점을 맞추면 줄기와 잎이 흐리게 나옵니다.
사진에선 그런 효과가 오히려 분위기 있는 사진을 만들지만 도감에 필요한 사진으로는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한 송이 꽃의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꽃봉오리, 줄기, 잎, 전체사진을 각각 찍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밀화는 단 한 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세밀화는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립니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 렌즈와는 달리 찰칵 하는 그 순간에 여러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세밀화로 그려진 개체는 모든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면으로 모든 곳의 정보를 다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사진으로 보는 것과 세밀화로 보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한 장의 이미지를 대하는 같은 느낌 일 수 있지만 두 장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서로 다른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얼마나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게 해 주는가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리는 사람이 자연 속 하나하나의 개체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보고 느낀 감동과 친근함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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