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내 스스로” 인터넷 시민운동 뜬다

2004.01.15 | 미분류

[속보, 사회] 2003년 06월 22일 (일) 19:12

인터넷 시민운동이 새로운 대안시민운동으로 뜨고 있다.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관심사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특징인 이 시민운동은 ‘자발적 네트워크(Voluntary Network)’의 형태로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 달에 1만 원씩을 모아 시민운동을 하는 ‘만원계’. 이들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매개로 모여 해외의 민주화 운동가 및 노동운동 활동가를 돕고 있다.

인도에서 불가촉천민(달릿) 해방운동을 펼치는 활동가를 도와주는 ‘인도 만원계’와 스리랑카 자유무역지대(FTZ)의 노동운동 활동가를 도와주는 ‘스리랑카 만원계’, 그리고 미얀마 민주화운동 활동가와 연대하는 ‘버마 만원계’ 등 3개의 ‘만원계’가 활동 중이다. 계별로 20∼30명이 활동하는 이들은 직업이 다를 뿐더러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기업 근무자부터 전화교환원, 인쇄소 사장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관심사가 같다’는 한 가지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만원계를 처음 만든 엄기호씨(32)는 “10만 원도 동남아 운동가들에게는 큰돈이라고 생각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인터넷(http://www.10usd.net)을 통해 홍보를 하니 관심을 갖고 연락해 온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였고 조직과 가입, 탈퇴가 느슨해서 ‘유연자발집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발적 네트워크는 386 또는 P세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동호회와 각종 안티집단을 포함하는 포용력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직화 또는 제도화되고 폐쇄적인 기존의 큰 시민단체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대중적인 시민운동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시민단체인 ‘나와우리’는 회원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이주노동자, 장애인, 극빈가정 자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으며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본 민간인을 돕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또 ‘동해’ 표기 등 한국에 대한 오류를 회원들의 ‘e메일 보내기 운동’을 통해 시정하고 있는 ‘반크’도 이러한 ‘자발적 네트워크’ 중 하나이다.

고려대 조대엽 교수(사회학)는 “이들은 문화활동을 통해 경직된 정치의 영역을 깨뜨리는 ‘정치의 문화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 참여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축제화된 정치참여가 강조되고 의미의 공유 과정에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노사모’가 보여줬던 정치 참여가 좋은 예라는 것.

전문가들은 “자발적 네트워크는 선진국 형태의 시민운동으로 주5일 근무제 시행과 함께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 김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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