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과 관련된 기사

2004.07.23 | 미분류

좀 오래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그래도 오랑우탄이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가를 다시한번 알게 해주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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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밀림의 타잔’ 오랑우탄의 세계
2002-02-20  0021호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아이 안아 키워

바스락’보다는 큰소리가 났다. 버스럭거린다고 할까.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조차 감추어 버린 적도의 정글 속. 나뭇가지와 잎들이 뭔가 둔중한 물체에 스치면서 흔들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기 위를 보라! 검은 물체가 보인다. 사람 키 몇 배는 되는 나무의 꼭대기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움직이는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검은 털에 뒤덮인 오랑우탄(Orangutan)이다.

정글 깊숙한 곳으로부터 오랑우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던 10여명의 관람객들은 속으로 탄성을 지르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고개를 90도 뒤로 젖히고 허공을 올려 봤다.

타잔이다. 저 유명한 타잔의 목소리만 없다뿐이지 영락없는 타잔이다. 몸집 작은 원숭이도 아닌 것이 나무 위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다니. 큰 몸집이 이 나무 꼭대기에서 저 나무 꼭대기로 이동하는 것을 직접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정글 속 나무들은 최소한 20m는 넘어 보였다. 오랑우탄 수컷은 키 1.4m에 몸무게 70㎏, 암컷은 1.2m에 몸무게 37㎏이 평균. 그런 덩치의 오랑우탄이 허공을 유영하듯 나무줄기와 덩굴을 잡고 서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공중곡예의 비결은 바로 긴 팔과 발이었다. 오랑우탄이 눈 앞의 나무 위로 왔을 때 보니 발가락이 마치 손가락처럼 나무 줄기를 꽉 잡고 있었다. 긴 팔과 발을 이용해 나무 줄기와 가지, 덩굴을 잡고 타잔처럼 이동했다. 아니 인간이 그를 모방했다.

머리 위 오랑우탄에 관심이 쏠려있는 사이 갑자기 길 옆으로 큰 덩치의 오랑우탄이 나타났다. 키가 다른 놈들보다 훨씬 컸다. 2m 가까이 되어 보였다. 큰 놈의 몸무게는 80㎏에 이른다는데 그 이상 나갈 것 같다. 긴 팔을 땅에 닿게 늘어뜨린 채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오랑우탄은 양 팔을 벌리면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2m에 이른다. 오랑우탄의 힘은 거기서 비롯되며, 같은 몸무게의 인간보다 힘이 4배가 된다고 한다.

큰 놈은 ‘꾸사시’라는 이름을 가진 대장이라고 안내원은 말했다. 대장이 나타나자 이미 와 있던 다른 놈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지난 1월 12일 오후. 정글 속에서 야생의 오랑우탄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이곳은 보르네오섬 중남부에 위치한 탄중 푸팅 국립공원(Tanjung Puting National Park)이다.

인도네시아 중부칼리만탄주 남쪽 바다에 면해 있는 이 곳은 오랑우탄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보르네오섬에서만 발견되는 코주부 원숭이(Proboscis monkey) 등 희귀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말레이곰(Malayan sun bear), 물사슴(Sambar deer), 쥐사슴(Mouse deer), 야생돼지, 악어, 조류 등 다양한 열대 동물들도 야생 상태로 살고 있다. 때문에 전세계 동물보호 단체들이 주목하는 세계적 명소다. 또 각종 희귀한 열대 식물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총 41만5000㏊(12억4500만여평)에 이르는 방대한 이 곳은 보르네오섬에서 가장 큰 밀림보호구역. 이 지역은 일찍이 1935년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선언되었으며, 198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곳으로 가려면 우선 중부칼리만탄주의 소도시인 팡칼란분에 소재한 공원관리소에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입장료는 미화 5달러(약 6000원). 이어 팡칼란분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항구도시 쿠마이(Kumai)로 이동해 보트를 타고 쿠마이강 하류를 건넌 뒤 다시 세콘예르(Sekonyer)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4인승 보트 이용료는 40만루피아(약 6만원). 관람객이 많으면 보다 큰 배를 탄다. 20인승짜리는 150만루피아(21만여원)다. 단체 관광객들은 배 안에서 음식도 즐기며 관광에 나선다.

보트 운전은 10대 소년 2명이 맡았다. 작은 몸집의 앳된 아이들이 운전을 한다니. 나이를 물어보니 운전사는 15세, 조수는 13세란다. 4인승이어서 조수는 난간에 앉았다. 보트가 출발했다. 오랑우탄이 야생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어떤 장소일까. 궁금증은 커져갔다.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섬이 주요 서식지로 유명하다. 오랑우탄이란 말 자체가 인도네시아어다. ‘숲속 사람’이란 뜻이다. 오랑우탄은 용모가 사람을 쏙 빼닮았고, 행동도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이 흡사 사람이 걷는 것 같다. 어미가 아기를 안는 모습도 인간과 비슷하다. 어미는 손으로 아기를 꼭 껴안고, 아기는 두 팔과 두 다리로 어미에게 찰싹 달라붙는다. 아기에게 우유병을 주면 손으로 잡고 빤다.

나무 잎사귀를 팬티로 사용했던 옛날 이 지역 정글 원주민들은 ‘사람과 벌거벗은 오랑우탄은 팬티 한 장 차이’라고 느꼈음직하다. 그래서 이 요상한 짐승에게 ‘숲속 사람(오랑우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랑우탄들도 인간을 ‘숲 밖에 사는 우리 비슷한 것’이라고 부르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오랑우탄도 침팬지, 고릴라 등 다른 원숭이류와 마찬가지로 말은 하지 못한다. 동물학자들은 이와 관련된 시도를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의 목 구조는 인간의 말을 발성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영국 한 동물원에서 코디(Cody)라는 이름을 가진 오랑우탄이 한 음절짜리 소리 몇 마디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랑우탄과 관련해 탄중 푸팅 국립공원이 특히 유명한 것은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을 보호하며 연구하는 특별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랑우탄을 볼 수 있는 곳은 탄중 하라판(Tanjung Harapan), 폰독 탕구이(Pondok Tanggui), 캠프 리키(Camp Leakey) 등이다. 폰독 탕구이와 캠프 리키는 낮에만 방문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캠프 리키가 특히 유명하다. 외국인 학자가 오랑우탄 보호를 위해 평생을 바쳐 개척한 곳이기 때문이다. 1971년 캐나다의 여류학자 갈디카스 박사가 세운 이 곳은 오랑우탄을 야생 상태에서 번식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몰려와 연구를 한다. 갈디카스 박사도 연구원들과 함께 50㎢에 이르는 연구 지역에서 총 10만시간 넘게 야생 오랑우탄의 생활을 관찰했다. 10만시간은 한 사람이 하루 10시간씩 투자한다고 하면 1만일, 즉 27년이 된다. 지금도 이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갈디카스 박사는 밀림에서 활동하지 않을 때는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쿠마이항 선착장을 떠난 보트는 1시간40분 가까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캠프 리키에 닿았다. 보트 선착장에서 캠프 입구까지는 50여m짜리 나무다리가 이어준다. 캠프에 들어서니 적막감이 엄습했다. 사무실로 보이는 건물과 직원들 숙소 등 목조건물들이 네댓채 보였다. 연구원이라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고 관람객들만이 10여명 보였다.

영어로 쓰인 안내판에는 ‘캠프에 온 것은 환영하지만, 연구원들을 보기는 힘들 것’이란 내용이 적혀 있다. 갈디카스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지금 이 순간’ 오랑우탄을 연구하기 위해 정글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캠프엔 안내원 서너명만이 보였다.

캠프 리키에선 야생의 오랑우탄들에게 아침과 오후, 하루 두 차례 먹이를 준다. 오후 2시10분(현지시각). 직원들이 배낭에 바나나, 파인애플 등 음식물을 잔뜩 넣고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후 2시30분 식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직원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네댓명의 직원과 관람객 10여명이 숲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무실 건물 뒤로 난 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자 이내 햇빛이 차단됐다. 우거진 숲은 이곳이 정글임을 실감케 했다.

직원들이 오랑우탄 부르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꺼어이~”

글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괴상한 소리를 수시로 질러댔다. 숲속으로 난 길을 계속 걸어 들어갔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이내 발을 디딜 수 있는 마른 땅이 사라졌다. 걷기 편하게 길이 2~3m, 폭 30㎝쯤 되는 나무 발판을 계속 이어 놓아 보도로 만들어 놓았다. 20분쯤 숲속으로 들어가니까 오랑우탄들에게 먹이를 주는 장소가 나타났다. 20여평쯤 되는 약간의 공터에 높이 1m, 가로 5m, 세로 3m쯤 되는 나무 연단을 만들어 놓았다.

직원 2명이 배낭에서 바나나, 파인애플 등 오랑우탄이 즐겨 먹는 열대 과일 수십개를 연단 위에 잔뜩 쏟아 놓았다. 파인애플은 먹기 좋게 칼로 잘랐다. 우유가 가득 든 양동이도 1개 올려놓았다. 그리곤 다시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소리를 들어서인지 숲속에서 오랑우탄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한 마리씩 올라가서 과일과 우유를 먹었다. 타잔처럼 나무 덩굴을 타고 나타난 놈, 걸어서 온 놈이 한 마리씩 연단에 올라가 열심히 배를 채웠다. 잠시 후 숲속 저쪽에서 대장이란 놈이 걸어서 나타났다. 연단에 먼저 올라가서 먹던 놈이 쏜살같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왜 한 마리씩만 연단에 올라가 먹이를 먹을까. 모두들 배가 고플 텐데. 궁금증은 나중에 풀렸다.

일반인들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오랑우탄의 행동 특징은 ‘서열의식’이다. 서열이 앞선 놈이 먹을 때엔 다른 놈들은 주변에서 눈치만 살핀다. 높은 서열의 놈이 먹고 난 후에야 다른 놈이 먹을 수 있다. 물론 높은 서열이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는 먼저 먹을 수도 있다. 먼저 와서도 음식물에 가까이 가지 않고 서성거리는 놈은 서열이 아주 낮을 놈일 게다.

간혹 서열이 처지는 놈이 새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존심이 구겨진 높은 서열의 놈이 ‘시건방진 놈’을 쫓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일부러 서열을 깨는 파격은 그들만의 장난일까, 아니면 서열을 바꾸자는 투쟁일까.

연단 위로 올라선 대장이 먼저 바나나에 손을 댔다. 바나나 껍질을 능숙하게 까면서 순식간에 몇 개를 해치웠다. 이번엔 양동이를 집어 들어 머리를 처박곤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먹이 먹을 땐 ‘서열’ 엄격

대장이 먹는 동안 주변엔 오랑우탄 5~6마리가 언제 내 차례가 오나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놈, 덩굴을 타고 있는 놈, 땅바닥에 주저앉은 놈 제각각이다. 제일 애처로운 놈은 관람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어미와 아기 두 모자(母子).

조그만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난 어미는 배가 고픈지 하염없이 무대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대장은 무대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얼마나 흘렀을까. 10여분이 후딱 지났다. 어미는 아기의 주린 배를 달래주려는지 아기를 무릎에 눕히고는 혓바닥으로 핥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털 사이를 헤집기도 했다. ‘숲속 사람’의 모성애(母性愛)가 전기처럼 짜릿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어미의 모성애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어미는 아기가 네 살이 되면 독립시킨다. 암컷과 달리 수컷은 아기도 없이 혼자 지낸다.

드디어 대장이 포만감을 느껴서인지 먹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분위기를 알아 챘는지 아기를 안은 어미가 슬금슬금 무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장은 나무 덩굴을 잡고 순식간에 나무 위로 이동해 사라졌다. 아기를 안은 어미는 잽싸게 무대에 올라가 허겁지겁 바나나를 먹기 시작했다. 어미 몸에 찰싹 달라붙은 아기도 연방 오물오물거렸다.

배를 채운 오랑우탄들이 다시 하나 둘 숲속으로 사라지면서 관람객들도 숲속을 빠져 나왔다.

선착장과 연결하는 나무다리 한가운데엔 오랑우탄 서너 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가자 일부는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일부는 길을 비키지도 않고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야생생물 보호구역인 이곳은 관람객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무척 많다. 오랑우탄에겐 개별적으로 먹이를 주어서는 안되며, 손으로 만지려고 해서도 안된다. ‘사진 외에 아무것도 가져가서는 안되며, 발자국 외에는 아무 것도 남겨서는 안된다’. 이 공원의 유명한 규칙이다. 그만큼 야생생물 보호에 철저하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오랑우탄과 접촉할 수도 있다. 장난을 즐기는 어린 오랑우탄이 다가와 관람객의 가방 끈을 잡기도 하고, 손이나 발을 붙잡고는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날은 이런 장난꾸러기들이 반기지 않아 아쉬웠다.

리키 캠프엔 약 200마리 정도의 오랑우탄이 서식하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1000년 전엔 보르네오섬에 오랑우탄이 인간보다도 많은 50만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소수의 인간이 ‘사람 같은’ 오랑우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하는 영화 ‘혹성탈출’이 떠올랐다. 현재는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 주로 서식하는 오랑우탄이 1만마리에도 훨씬 못미친 수천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침팬지와 고릴라와 더불어 가장 인간과 닮은 동물인 오랑우탄은 이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자신이 번성했던 곳에서 인간 손에 의해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오랑우탄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바로 인간 때문이다. 인간들의 남획과 서식지 숲의 파괴가 지구상에서 오랑우탄을 몰아냈다.

숲의 보존이 중요한 것은 오랑우탄에게 서식지 파괴는 생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과일을 많이 먹는 동물인 오랑우탄은 어른 한 마리당 500㏊(약150만평)의 활동영역이 필요하다. 오랑우탄이 떼를 지어 생존할 수 없는 것은 일정 지역에 몰려서 살았다가는 먹이를 공급하는 과일나무들을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랑우탄은 무거운 몸 때문에 멀리 먹이를 구하러 다닐 수 없고, 하루 400m 정도만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보르네오섬 원주민인 다약족들에 따르면 과거엔 쉽게 오랑우탄을 잡아 고기를 먹었다. 오랑우탄은 채식을 하는 동물이라 육질이 무척 부드럽고, 사슴고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지금은 생포할 수도 없고 집에서 사육을 할 수도 없다. 가끔 숲에서 오랑우탄이 주민에게 잡혀 보호단체에 보내지기도 한다. 문명세계의 맛을 알게된 젊은이들은 요즘 오랑우탄 고기에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랑우탄 고기를 먹어보지 못한 원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보르네오에서 인간의 해골로 특별한 의식을 치르던 일부 종족은 ‘인간 머리 사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인간 해골 대신 오랑우탄 해골을 특별의식에 사용하고 있다. 과거 인간 머리를 베어오는 의식은 부족의 정기(精氣)를 북돋워주는 정글 속 생존 의례였다. 오랑우탄 해골이 인간 해골과 같은 영험(靈驗)을 지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밀매 줄었지만 근절되진 않아

당국과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랑우탄 밀렵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고 관련 자료는 밝히고 있다. 밀렵된 오랑우탄들은 서커스용이나 개인 애완용으로 전세계에 팔려 나간다. 특히 애완용 아기를 잡기 위해 암컷 오랑우탄을 밀렵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오랑우탄 한 마리 가격이 2만5000달러까지 호가하고 있으며, 아기 애완용은 마리당 3500~3800달러라고 한다.

이에 맞서고 있는 갈디카스 박사와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으로 오랑우탄 밀매는 크게 줄었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이들은 밀렵으로 밀수출되는 오랑우탄을 발견하면 밀림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얼마전엔 태국 방콕세관에서 발견한 아기 6마리를 데려와 이 곳 숲에 놓아주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슬픈 현실을 뒤로 하고 다시 보트에 올랐다. 보트를 타고 캠프 리키를 오가는 것은 정글의 또 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공원 내를 흐르는 강 주변의 열대 우림은 정글의 멋을 실감케 해준다.

보트가 강을 따라 내려간다. 두 명이 보트를 모는 이유가 있다. 강을 따라 가다 보면 물 위를 흐르는 작은 풀잎이나 나무 잎사귀 따위가 끼어 모터가 꺼진다. 조수는 잽싸게 모터 쪽으로 가서 방해물을 제거한 뒤 수동으로 모터를 재가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터에 잎사귀가 끼었는지 보트가 멈춘다. 잠시 보트는 강물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긴다. 강물을 따라 10초쯤 무동력으로 내려간다. 보트가 서면 갑자기 주변이 적막에 빠진다. 정글 속을 유일하게 가득 채우던 모터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막도 잠시뿐. 정글 속에 숨어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 벌레소리, 바람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 원시(原始)의 노래가 귀를 놀라게 한다.

보트가 다시 출발했다. 이번 환영자는 원숭이들이다. 강변의 빽빽한 나무 위에서 놀던 원숭이들이 침입자를 보고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삑삑 소리를 지르면서 재빠르게 나무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귀여운 놈들, 놀라지 마라. 나는 밀렵꾼이 아니야.’

강변 중간중간에선 경찰서 역할을 하는 수상 초소가 보였다. 초소 옆에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불법 채벌은 금지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숲이 망가지면 야생동물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악어가 출몰하니 수영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경고문이 화제에 오르자 보트를 몰던 어린 운전사가 ‘작년에 수영하러 들어간 친구가 아직도 잠수 중’이라고 농을 던진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밀림 속 강은 햇빛을 반사하기 시작했다. 남서쪽을 향해 흐르는 강은 그야말로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던 해가 순식간에 가운데, 다시 왼쪽에서 나타났다가 재차 오른쪽에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탄중 푸팅 공원 내의 강들은 흐름이 무척 완만하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00m에 불과할 정도로 평평한 땅이어서다. 강물이 아예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듯한 곳도 여러차례 나타났다. 호수 같은 곳에선 흙탕물보다 더 검은 강물 위로 푸른 하늘과 구름이 그대로 반사된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강물 위에 그린 듯하다. 정글 속 강은 자연이 만든 거울이다.

보트를 탄 지 1시간20분이 지난 오후 4시50분쯤, 잎사귀가 무척 큰 야자수들이 양쪽 강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다. 하류 쪽에 서식하는 야자수는 물 밖으로 드러난 높이만 4~5m로 열대 활엽수의 위용을 자랑한다. 그 모습이 거대한 빗자루, 공룡의 뼈대 같다. 신하처럼 허리를 구부린 수백 수천 그루의 야자수 사이를 지나가니 대관식을 치르는 정글의 황제가 된 느낌이다. 오랑우탄 만나러 가는 물길은 또 다른 자연과의 만남을 선사하는 길이었다.

강을 빠져 나오자 보트는 쿠마이강 하류로 들어섰다. 저 멀리 쿠마이항이 보인다. 수십만t급 대형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천혜의 항구다. 남쪽 바다에서 밀려오는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보트는 쿠마이항 옆의 작은 선착장으로 향했다. 보트 오른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정글 위로 석양(夕陽)이 찾아오자 정글은 황금색으로 물들어갔다.

보트가 쿠마이강 하류를 가로질러간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 자연과 문명은 그렇게 서로 지척에 있었다. 보트가 선착장 쪽으로 다가가면서 정글은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가옥들, 이슬람교 예배당, 항구에 정박한 선박들이 시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숲 밖의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야생생물들이 태고적(太古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순수(純粹)의 세계를 뒤로 하고, 나는 속된 세계-속세(俗世)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쿠마이(인도네시아)=이거산 주간조선 차장대우 bigm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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