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IWC회의 현장소식 마지막.

2004.07.24 | 미분류

[참가기]국제포경위원회 제56차 연례회의를 마치며  



국제포경위원회 제56차 연례회의 마지막 날입니다. 총회에 앞서 열린 과학위원회와 여러 부속 위원회 회의까지 합하면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진행된 회의가 끝나는 날인데, 마지막 날까지 회원국 사이의 치열한 토론과 날카로운 대립이 계속되었습니다.

보전위원회 의장이면서 고래 보호를 주장해온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와 끊임없이 포경 재개를 주장한 일본 대표가 맞붙은 부의장 선출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다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남아공 대표가 1표 차이로 선출되었습니다.

2006년 회의장소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고래 보호를 주장하던 프랑스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로서 일본의 주장을 충실히 되풀이하던 세인트키츠앤네비스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을 벌이다, 세인트키츠앤네비스가 개최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지난 55차 회의에서 만들어지게 된 보전위원회가 첫 해의 활동내용을 보고하자, 포경 반대국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활동을 잘 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는 반응이었지만, 일본은 지난해 논의에서 위원회 설립 자체에 반대했던 입장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위원회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를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회의 내내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어 결정이 계속 미루어졌던 관리계획개정(RMS)은 오늘도 최대의 사안이 되어 몇 시간에 걸친 논쟁과 협상, 문구 수정을
▲국제포경위원회 회의 포스터

‘거듭하다 실무그룹을 구성하여 앞으로 1년 동안 논의하고 적절한 안을 만들어 내년 울산에서 열리는 제57차 연례회의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선에서 절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회의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지루한 공방만 벌일 뿐 실제적인 진전이 없는데다, 오랜 기간 동안의 회의에 참가하려니 비용도 많이 들어 회의를 매년 개최하지 말자는 결의안이 상정되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도 이 제안을 발의하는데 동참했는데, 일본과 아이슬란드 등 일부 포경 찬성국가들은 관리계획개정을 확정시키는 등 당분간은 국제포경위원회가 할 일이 많으므로 매년 개최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토론 끝에 약간의 조항만 수정한 채 회원국의 합의로 통과되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 회의장 모습

그 외에는 협약 위반과 재정 및 예산 보고와 승인, 다른 국제기구와의 협력, 법적인 자문 등이 간단히 보고되고 별다른 논의 없이 승인함으로써 제56차 회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다들 내년에 울산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참여한 이번 회의를 통해 고래와 포경 문제, 국제포경위원회 활동에 관해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한국과 한국 주변의 고래 문제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 5월말이면 과학위원회를 시작으로 6월말까지 국제포경위원회 회의가 울산에서 개최됩니다. 선사시대 고래잡이 모습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가 있고, 한때 우리나라 포경산업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가 있는 곳에서 개최되는데, 어쩌면 상업포경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르는 관리계획수정이 가장 주요한 사안으로 논의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지난해에만 87마리의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을 정도로 사고로 죽는 고래 숫자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의 밍크고래는 동해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J 개체군(J-stock)으로서,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회의에서도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게다가 장생포를 비롯한 울산 등지의 바다는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지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지난 1993년 전세계 어린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프리윌리’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입니다. ‘프리윌리’는 꼬마 친구의 도움으로 해양 공원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자유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고래의 이미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의 친구입니다. 범고래인 ‘케이코’를 통해 우리가 보고 느꼈던 생명과 자유의 감동들을 앞으로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폐막된 제56차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이어 내년에 울산에서 열릴 총회에서는 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창출과 소멸해가는 고래의 국제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성일/ 2004년 7월 21일
글, 사진/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국 마용운

출처; http://cice.kfem.or.kr/cgi/actlast.php?tb=Hissue&lc=&dc=&no=1491&cnt=479&pg=1&d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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