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와 야생동물의 복수

2004.08.17 | 미분류

< 초점 > 환경파괴와 야생동물의 복수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특파원 = 지난 7월 식인표범의 난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인도에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다시 한번 터졌다.  

    급격한 인구증가로 숲에서 이동경로를 잃어버린 코끼리들이 방글라데시의  민가로 넘어가 최근 몇주동안 13명을 살해하고 수십명을 다치게 한 것.

    이들 코끼리는 예로부터 인도 북동부 지역을 통로로 삼아 태국에서 부탄까지 이동해온 `시암 코끼리’ 종으로 최근 주요 이동경로에 인구가 증가하고 삼림이 파괴되면서 길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으로 인해 발생한 이같은 `환경의 복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 이는 항상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치 않다.

    인도 당국은 이와 관련, 북동부의 메갈라야주(州)에서 길을 잃고  방글라데시로 넘어가 수십명의 인명을 살상한 100여마리의 코끼리들을 죽이지 말고 돌려보내 달라고 방글라데시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BBC가 17일 보도했다.

    메갈라야주의 무쿨 상마 산림장관은 “코끼리는 본능에 의해 이동하는 동물”이라고 강조하고 “코끼리들이 북인도의 울창한 삼림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두 나라가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방글라데시가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국제선언의 서명국인 만큼  코끼리들를 결코 죽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인도 당국의 구명운동은 이들 코끼리에 의한 인명피해가 계속되자  방글라데시 야생동물협회측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코끼리를 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데 따른 것.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측의 요청에 대해 “코끼리들이 인도로 돌아가는  통로를 찾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아 폭력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설명하고 “당장은 코끼리들을 죽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에는 인도 경제도시인 뭄바이 외곽의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에서  식인표범에 의해 10여명이 연쇄적으로 살해된 적이 있다.

    이 사건 역시 인간들이 표범의 활동영역을 계속 침범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환경단체는 이 공원에 불법 거주민이 1만1천명을 넘어서면서 표범들이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사람을 습격한 것으로 분석했다.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의 프렘 야두벤두 소장도 당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표범이 아니라 인간들”이라면서 “숲은 야생동물을 위한 공간이지 사람들이 살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며 개탄했다.

    인도에서는 올들어 표범에게 살해된 희생자만 모두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야생동물에 의한 희생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wolf85@yna.co.kr

(끝)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