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어민들 ‘돌고래와의 전쟁’

2004.09.23 | 미분류

동해 어민들 `돌고래와의 전쟁`

[문화일보 2004-09-23 13:08]

(::오징어 어선 조업방해로 피해속출…”어획 허용을”::) “제발 돌고래 좀 잡도록 해주이소. 고기만 모아노믄 우째 알았 는지 나타나 모조리 해치우고 쫓십니더.” 본격적인 오징어잡이 철을 맞은 9월의 동해안 어민들은 돌고래 노이로제에 걸렸다. 19 86년 이후 포획을 금지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돌고래 떼가 오 징어잡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업을 훼방놓는 바람에 빈배로 헤 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최대의 오징어 채낚기 선단을 둔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이곳 어민들은 30~50t짜리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에 7~8명의 선 원과 한 조를 이뤄 항구를 빠져 나가면 돌고래떼 감시부터 먼저 하게 된다. 떼로 다니는 돌고래무리가 찾아오면 애써 찾아 놓은 오징어군을 마구 먹어버리거나 어장 전체를 휘저어 모조리 내쫓 아 버리기 때문이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지능이 높은 돌고래는 어부들의 작업현장 정 보를 사전 입수한 듯 심야에 집어등을 밝힌 곳만 찾아 다닌다.

적게는 1000여마리에서 5000~6000마리 이상씩 떼지어 나타나 오 징어를 모조리 삼키는 ‘바다의 악동’들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에서 살아남은 오징어 떼는 삽시간에 줄행랑 쳐버려 어 민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오징어군을 찾아 나서는 일을 되풀이 하기 일쑤다.

포항지역 연근해채낚기선주협회 연규식 회장은 “신들린 듯 오징 어를 잡아 올리다 돌고래 떼를 만나는 순간 오징어가 전부 도망 쳐 조업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돌고래 무 리가 한 해 오징어를 먹어치우는 양이 8만t 정도여서 어민 피해 는 물론 어족자원이 고갈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업중 돌고래를 만난 어부들의 피해는 오징어를 잡지 못해 보는 손실만이 아니다. 하루에 배 한척이 드럼당 8만5000원인 면세 경유를 최소 5~8드럼을 태워 기름값만 50만원이 넘는다. 인건비 와 식비까지 계산하면 100만원 이상 적자다.

이처럼 돌고래의 행패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자 ‘돌고래를 만나 는 날은 재수없는 날’로 애써 자위를 했던 어민들도 최근엔 한 달 25일 출어에 6~7회 정도로 피해 규모와 횟수가 늘어나 돌고래 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라고 해야 돌고래 떼를 향해 폭죽 탄을 쏘며 돌고래 떼의 행패에 맞서는 것이 고작이다. 해양수산 부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돌고래류도 포획 금지어종에 포함, 포획할 경우 엄한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의 포획 금지 협약에 포함되지 않는 종류. 현재 국제포경위원회가 멸종 대상에 올린 고래는 밍 크고래와 보리고래, 브라이드고래, 대왕고래, 참고래, 귀신고래 등 중·대형 고래 11종이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포획을 금지하는 바람에 돌고래류는 18년 동안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징 어 등 동해안 어종을 마구 먹어치우는 ‘바다의 난봉꾼’으로 둔 갑해 애꿎은 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돌고래류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재 동해안의 돌고래류 개체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한국의 돌고래류는 상업적으로 포획한 적 이 없고 통계기록도 전무해 생태나 분포량에 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며 “다만 최근의 혼획이나 밍크고래의 목시조사에 서 다른 고래들보다 돌고래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올해부터 보 존과 관리 및 이용을 위해 실태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국립 수산진흥원 김장근 고래자원조사팀장도 “돌고래의 경우 일본이 조 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북 태평양 전체 돌고래류는 참돌고래 300 만마리를 비롯해 나돌고래 95만마리, 큰돌고래 31만 마리 등 수 백만마리”라며 “그러나 조사된 것보다 조사되지 않은 것이 더 많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구룡포 근해 채낚기선주협회 김석암 회장은 “국제포경위원회가 포획규제를 하지 않는 어종을 해양수산부가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바람에 어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돌고래를 포획금지 어 종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룡포〓김용태기자 ytkim@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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