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이야기]고래고기에 대한 어린날의 추억.

2004.09.24 | 미분류

[길위의 이야기] 고래고기에 대한 어린 날의 추억

[한국일보 2004-09-23 19:48]

엊그제 부산에 갔다가 오랜만에 고래고기 맛을 보았다.
그러나 어린시절, 대관령 산촌에서 자란 내가 어느해 겨울 고래고기를 포식했다면 사람들은 믿을 수가 있을까. 그 해 설 무렵, 부산에 볼일을 보러 떠났던 작은할아버지가 엄청나게 많은 고래고기를 사 가지고 오셨다.

지금으로부터 40년쯤 전, 그 시절엔 어떤 식품도 기계시설을 이용한 ‘냉동’과 ‘냉장’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시설 자체가 전무하다 보니, 부두에 잡아 올려놓은 고래고기의 값 역시 쇠고기와는 감히 비교할 수가 없고 돼지고기와 비교한다 해도 그보다 훨씬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볼일을 마친 다음 작은할아버지는 부두에 나가 고래고기 100근(60kg)을 사서 소금범벅을 하여 가마니에 담는다.

부두에서 부산역까지는 짐꾼이 옮기고, 그곳에서 영주를 거쳐 강릉까지 기차 편으로 짐을 부친다.

강릉역에 내린 할아버지는 다시 짐꾼 두 사람을 산다.

한 사람은 고래고기 가마니를 지고, 또 한 사람은 할아버지의 다른 짐을 지고 우리집으로 온다.

그렇게 동화 속의 세계처럼 눈 속에 파묻어놓은 고래고기를 아직 바다구경도 못한 우리는 포식하고 또 포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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